몸집이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경쟁하면 큰 사람이 이길 공산이 크다. 산업을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도 비슷하다. 작은 기업은 대기업을 이기기 힘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약육강식의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스피커 회사 소노스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소노스를 두고 “빅테크에 맞설 만한 기업”이라며 “소노스의 성장 가능성이 아직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빅테크 틈바구니에서 독자적 영역 구축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소노스는 2002년 세워졌다. 2005년 세계 최초로 무선 멀티룸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내놨다. 오디오 본체 하나를 설치하고 집안 곳곳에 스피커를 구비해 서로 다른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술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소노스에 대해 “구글 아마존 애플 등과 같은 빅테크 틈바구니 속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회사”라고 했다.

오픈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어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돋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만드는 기업들은 모두 자사의 음성 인식 기술만을 탑재한 제품을 판매한다. 반면 소노스는 하나의 스피커에서 다양한 음성 인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빅테크 제품에 대체되는 대신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소노스는 아마존의 음성 인식 비서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스피커를 출시했다. 거실에선 알렉사를 이용하고, 침실에선 어시스턴트를 쓰는 게 가능하다.

지식재산권을 두고 구글과의 법정 공방에서 이긴 것도 소노스엔 호재로 꼽힌다. 소노스는 지난해 구글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로스앤젤레스(LA) 지방법원에 구글 스피커, 스마트폰, 노트북의 판매 금지를 요청했다. 구글이 2015년 ‘크롬캐스트 오디오’를 출시하며 소노스 특허를 침해했고, 지속적으로 기술을 도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8월 ITC는 “구글이 소노스가 보유한 스마트 스피커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취지의 예비 판결을 내렸다. 연방법원과 달리 ITC는 특허 침해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소노스는 이를 두고 “빅테크의 폐해로부터 장기적인 혁신이 보호받을 수 있는 이정표가 마련됐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정착시킨 재택근무 트렌드도 소노스의 성장 가능성을 더한다. 패트릭 스펜스 소노스 최고경영자(CEO)는 “재택근무 확산으로 더 많은 사람이 주거 환경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며 “좋은 주거 환경에 대한 욕구가 높아질수록 좋은 음향 시스템에 대한 욕망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높은 성장 가능성과 커지는 시장

소노스는 4분기 연속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올렸다. 5분기 연속 매출과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상향 조정할 정도로 향후 성장성에 대한 기대도 크다. 케이트 허벌티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내년 실적 예상치를 기준으로 소노스의 주가매출비율(PSR)이 3.8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소노스의 PSR은 2.5배 수준이다.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퓨처소스에 따르면 미국 독일 영국 등지에서 스마트 스피커를 소유한 사람 가운데 1주일에 1시간 이상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지난해 63%에서 올해 73%로 늘어났다. 스마트 디바이스 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도 글로벌 스마트 스피커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21%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경쟁사에 비해 높은 가격과 낮은 시장 점유율이 단점으로 지목된다. 소노스의 스피커와 앰프를 구비하는 데는 200~700달러가 들어간다. 반면 아마존과 구글 제품은 100달러 미만에 살 수 있다. 글로벌 홈 오디오 시장 점유율도 7%에 불과하다.

금융정보 사이트 팁랭크는 소노스에 대해 강력 매수 의견을 내놨다. 월가가 제시한 소노스의 목표 주가는 49.67달러다. 현 주가(34.75달러) 대비 42.94%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