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 로돌프 러쉬 구매팀 디렉터는 지속가능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현지 공급망과의 협업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공급망의 생계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한경ESG] 스페셜 - 포커스 인터뷰 가비 로돌프 러쉬 구매팀 디렉터
가비 로돌프 러쉬 구매팀 디렉터. 사진=김기남 기자
가비 로돌프(Gabbi Loedolff) 러쉬 구매팀 디렉터는 영국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의 구매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눈을 반짝이며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즐거움을 표현한 로돌프 디렉터는 재생(regeneration)과 생물다양성까지 고려한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에서 현지 지역공동체와의 협업을 강조했다. 그는 “해당 지역 사람들이 생계를 위한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자연 보존을 실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러쉬의 구매 원칙은 무엇인가.
“가장 큰 원칙 중 하나는 동물실험 반대다. 모든 공급업체가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원칙이다. 기본적으로는 지구에 이롭게(earth care), 사람에게 이롭게(people care), 공정 분배(fair share) 원칙이 있다. 또 아동노동 금지, 합리적 노동 및 임금 관행 등의 정책을 따른다. 러쉬는 유전자변형(GMO) 성분을 사용하지 않으며, 고위험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사람과 지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한 비전을 실현하는 데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모든 공급업체가 이 기준에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공급업체와 협력하며 그들의 변화를 이끄는 여정을 진행 중이다. 이는 단순히 체크리스트가 아니며, 협력과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원료를 조달하고 있는데, 공급업체를 선정할 때 기준은.
“우리는 3가지 접근법을 취한다. 첫째는 되도록 조달 지역에서 러쉬가 프로젝트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구축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새롭게 훌륭한 공급처를 찾아내며, 셋째는 기존 공급망과 협력해 긍정적 개선 기회를 찾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요한 원료가 있을 때, 어디서 재배되는지 지도를 작성한다. 그리고 이미 존재하는 시스템이나 구조를 살핀다. 우선 현지 농부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땅과 생태계 복원력을 높이는 재생 농업을 지원한다. 예컨대 가나에서는 기존 단일 경작 플랜테이션을 유기농 혼농임업으로 전환해 일랑일랑 오일, 바닐라빈 등을 얻는다.”
공급업체를 선정할 때 어떤 리스크를 평가하며,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우리는 80여 개국에 걸쳐 3000개 가까운 공급업체와 수천 가지 원료를 관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환경적·사회적 위험을 포함, 광범위한 요소를 평가해 우선순위를 정한다. 다만 이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재생과 관련한 환경영향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재배자들의 생활 여건, 토양, 생물다양성, 야생 재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 또 우리는 해당 작물이 어떻게 재배되는지 살펴본다. 물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지, 많은 양의 살충제를 사용하는지, 단일 경작인지, 노동 관행은 어떤지. 이 모든 내용을 사례별로 검토하며, 가장 부정적인 잠재적 영향과 가장 큰 기회 요소를 분석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러쉬의 비전을 구현한 대표적 구매 사례는.
“대표적으로 러쉬는 페루에서 2000ha에 달하는 비목재 산림 제품 채취 허가지를 보호하고 있다. 러쉬는 원주민들이 직접 수확한 브라질 너트를 구매한다. 그 후 우리가 설립한 태양광 가동시설에서 이를 압착해 제품에 사용하는 브라질 너트 오일을 만든다. 이 과정을 통해 숲을 보존하고 재규어 같은 야생동물이 대거 돌아오면서 결과적으로 생물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었다. 또 이 지역 인근에는 40ha 규모의 작은 농장이 있는데, 이 농장에서는 벌채된 땅을 복구하며 다양한 나무와 작물을 함께 혼농임업 및 영속농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한다. 이렇게 지역사회와 땅을 복원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러쉬 내에서 생물다양성 핫스팟 지도를 설명하는 가비 로돌프 디렉터. 사진=러쉬 제공 생물다양성 회복과 관련해 구매처를 지정하기도 하나.
“우리는 기존 공급망이 생물다양성 위기 지역(핫 스폿)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후 세계적으로 정의된 생물다양성 핫 스폿 지도를 참조해 새로운 공급망을 선정하는 데 참고하고 있다. 예로,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 단체와 협력해 철새 이동 경로를 고려해 생태계 보존 활동을 한다. 우리는 철새 이동 경로상 소금 채취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포르투갈, 튀르키예, 크로아티아와 협력해 새들의 이동, 둥지 짓기, 번식을 위한 중요한 장소를 고려해 해당 지역 업체로부터 소금을 얻는다. 창업자 마크 콘스탄틴은 조류 관찰가이며, 구매팀에 농생태학자도 팀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급업체를 선정할 때 여러 어려운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을 확보하고,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기회 요소와 도전 과제를 식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가 구매하는 원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동시에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다. 또 품질 유지, 역량 강화, 물류 관리 등이 자주 도전 과제가 된다. 우리는 많은 천연 재료를 다루고 있기에 원료의 높은 품질이 항상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지 지역사회 왜 중요한가.
“우리가 산림파괴나 이와 유사한 문제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그것에 무관심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대부분 생계나 다른 이유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지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함께 보존을 실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자연자원을 활용해 생계 기회를 창출하면서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을 찾았을 때 큰 기쁨을 느낀다.”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예를 든다면.
“케냐에서는 골칫거리였던 가시배 선인장 씨앗을 압착해 선인장 씨 오일을 만듦으로써 마사이족의 수익 창출원을 만들었다. 즉 문제를 새로운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냈다. 보르네오의 엘리페 버터 공급업체는 숲속 지역사회와 협력해 토지 보호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을 통해 지역주민은 엘리페 너트로 높은 보상을 받고, 그 결과 나무를 베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는 이처럼 다양한 층위를 결합해 보존과 복원을 동시에 이루는 방식을 추구한다.”
한국 소비자들도 재생과 생물다양성에 관심이 높아졌다.
“러쉬 제품에 담긴 원재료의 가치를 알아주는 한국 고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우리는 한국의 현지 원료를 이용해 신선 제품을 만드는 프레시 키친(fresh kitchen)을 운영하고 있고, 한국 팀과 협력해 새로운 공급원을 발견하고 그 원료를 글로벌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 논의하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구매 및 지속가능한 공급망 관리를 고민하는 기업 관계자가 많다.
“모든 기업은 원료를 어떻게 조달할지, 어디에 돈을 쓸지 선택할 수 있다. 러쉬는 이기적으로라도 우리뿐 아니라 산업 전체가 지속가능하도록 현지 생태계가 건강하고 번영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또 해결책은 항상 문제 속에 있다. 문제를 기회로 받아들여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으며, 완벽한 해결책을 기다릴 수 없다. 계속 움직이고, 시도하고, 실패를 받아들이고 배우며 나아가야 한다. 지금이 바로 행동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