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투자 0원, 영업이익 190억'…직원 34명 스타트업의 기적
10년 넘게 알람 앱 하나만 파고든 회사가 있다. ‘확실히 깨운다’는 미션에 집요하게 달려든 덕분에 세계 1위 알람 앱이 됐다. 외부 투자 없이 190억원의 이익을 내는 알짜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직원 34명으로 글로벌 활성 이용자 460만명을 모으는 데 성공한 딜라이트룸 얘기다.

17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알라미 운영사 딜라이트룸은 지난해 매출 337억원, 영업이익 190억원을 올렸다. 2013년 설립된 딜라이트룸은 2021년 매출 130억원을 낸 후 3년 만에 300억원 대로 매출을 불렸다. 영업이익률은 3년 연속 50%대를 넘겼다. 직원들의 1인당 평균 매출은 약 10억원. 6억원 수준이었던 3년 전에 비해 크게 뛰었다. 딜라이트룸 직원 수는 총 34명이다.

스타트업들은 벤처캐피털(VC)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후 한동안 적자 상태를 유지하면서 기업을 키우는 게 보통이다. 외부 투자 유치 없이 몇년 간 백억원 대 이익을 내고 있는 건 스타트업 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딜라이트룸은 대규모 투자를 받아 덩치를 키우는 대신 작은 조직을 활용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길을 택했다. 딜라이트룸 관계자는 “필수적인 인재만 아주 엄선해 채용하고, 이들의 적응과 성장에 과감히 투자하는 전략을 썼다”고 말했다.

주요 매출원은 알람 앱 알라미다. 알라미는 창업 초기 미국 테크 매체 시넷에 무조건 잠을 깨우는 ‘악마의 앱’으로 소개되면서 글로벌 사용자를 모았다. 스쿼트, 수학문제 등 과제를 수행해야 알람을 끌 수 있는 ‘미션 알람’ 기능을 내세웠다. 출시 2년 만인 2014년 50개국에서 알람 앱 1위를 기록했다. 2016년 다운로드 수 1000만 회, 2022년 7000만 회를 돌파하며 성장했다. 현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만 460만명이다. 이용자의 85%는 해외 유저다.

매출은 유틸리티 앱으로는 이례적으로 구독 모델을 통해 올렸다. 원하는 이용자는 돈을 내고 더 강력한 알람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450만명에 달하는 MAU를 기반으로 광고 노출을 통한 수익도 함께 내고 있다.

벤처 혹한기로 외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들이 많아지면서 딜라이트룸의 ‘자생 모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시장 호황기엔 돈을 못 벌어도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경영을 이어갈 수 있다. 지금은 당장의 수익을 증명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VC들도 신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기존 투자 기업이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관리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수익 모델 없이 이용자나 거래액만 늘려 덩치부터 키우는 방식은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