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202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 공연 도중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빅히트뮤직
BTS가 202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 공연 도중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빅히트뮤직
한동안 부진했던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작년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간판급’ 소속 그룹들이 줄줄이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기대되어서다.

17일 SM엔터테인먼트는 1.69% 오른 7만84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5거래일간은 12.81% 상승했다. 같은 기간 JYP엔터는 6.70%, YG엔터는 5.51%, 하이브는 4.20%씩 올랐다.

이들 엔터사는 지난해 실적 보릿고개에 시달렸다. 대형 지식재산권(IP)인 주요 그룹의 ‘완전체’ 활동이 줄어든 영향이다. 하이브는 전체 매출의 60%가량을 차지한 BTS가 멤버들의 군 복무로 인한 활동 공백기를 거치고 있다. YG는 핵심 IP인 블랙핑크 완전체 활동이 없었다. 이런 와중 중국 경기 둔화 등이 겹치면서 엔터 4사 앨범 판매량은 전년 대비 27%가량 급감했다. JYP의 작년 주가 하락 폭은 31%에 달한다. 하이브(-17%), YG(-10%), SM(-5.2%)도 각각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올 들어선 분위기가 바뀔 것이란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BTS는 이르면 오는 6월부터 완전체 활동을 재개한다. 올 하반기엔 블랙핑크가 월드투어 콘서트에 나선다. JYP의 핵심 IP인 스트레이키즈는 오는 3~7월 북미와 남미에서 콘서트를 연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BTS와 블랙핑크가 각각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재개하면 K팝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를 끌어올려 섹터 전반이 낙수효과를 볼 수 있다”며 “올해는 엔터주의 소속 연예인 모멘텀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는 해”라고 전망했다.

각 사가 내놓을 신인 그룹도 주가 상승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JYP는 오는 20일 보이그룹 ‘킥플립’을 선보인다. SM에선 다음 달 8인조 신인 걸그룹 ‘하츠투하츠’가 데뷔한다. 에스파 이후 SM이 4년 3개월 만에 내놓는 걸그룹이다. 하이브와 YG도 국내를 비롯해 일본 등에서 신인 그룹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시장 개방 조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작년 12월엔 5년 만의 한·중 문화·관광 장관 회담이 열렸다. 한중이 문화예술·콘텐츠·관광 분야 교류에 합의하면서 2016년 이후 지속된 한한령(한류 금지령)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K팝 그룹들의 중국 내 대형 콘서트 허가가 날 경우엔 각 사가 중국 투어를 추가해 실적 개선세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 김규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K팝 그룹들이 중국에서 공연을 열어 현지 팬들과 접점을 키우면 앨범 판매량이 더 늘어나는 선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강(强)달러 현상도 엔터주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 기업은 북미 콘서트 티켓과 앨범·굿즈(제품) 판매 수익이 주로 달러로 발생한다. 북미 팬이 티켓 등을 살 때 자국 통화를 사용한다. 대형 아티스트의 해외 광고와 방송 출연료, 현지 마케팅 협업에 따른 로열티 등도 달러로 받는다.

엔터사는 콘서트나 앨범 등에 대해 별다른 관세를 적용받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임 행정부 출범에 따른 고관세 우려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지인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터사들은 미국 관세 미적용, 중국 경기부양 분위기, 엔·달러 강세 등 각종 외부 변수가 매우 긍정적인 상황"이라며 "외부 변수와 내부 모멘텀이 조화로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