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웨어 시장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특수의 ‘막차’를 탄 신규 브랜드를 시작으로 긴 역사를 가진 중저가 브랜드까지 폐업 또는 사업 축소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 골프웨어를 시작으로 용품, 골프장 순으로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엘르골프 등 ‘몸집 줄이기’

24일 골프업계에 따르면 주요 20개 골프웨어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1조2435억2700만원이었다. 타이틀리스트, PXG, 지포어, 제이린드버그, 사우스케이프 등 백화점 입점 브랜드 중 매출 상위 20곳의 매출을 합한 수치로 국내 골프웨어 시장 흐름을 알 수 있는 지표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골프 시장 호황이 절정에 달한 2022년 20개 브랜드 매출은 1조3836억9600만원이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골프 시장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2023년 매출이 1조3123억1000만원으로 꺾였고 1년 만에 6.3% 더 줄었다.

중저가 브랜드 중에는 존폐의 기로에 선 곳이 늘고 있다. 전국 100여 개 매장을 운영해온 엘르골프는 선수 후원을 중단하고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글로벌세아그룹 계열사 S&A가 2018년 만든 톨비스트도 차례로 폐점 중이다. 2016년 출범한 한세엠케이의 PGA투어·LPGA 골프웨어도 매장을 줄이며 운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고가 시장을 노리던 브랜드도 줄줄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메종키츠네 골프와 LF의 랜덤골프클럽은 출범 1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캘러웨이골프가 야심 차게 선보인 하이엔드 브랜드 트래비스매튜도 백화점에서 모두 퇴점했다.

○“기능성·가성비 있어야 생존”

골프웨어 시장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실외 활동을 원하는 20~40대가 골프에 대거 입문하며 호황을 맞았다. 의류업체들은 앞다퉈 해외 유명 브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골프 입문자를 적극 공략했다. 하지만 ‘뜨내기 골퍼’가 떠나면서 골프웨어가 가장 먼저 찬바람을 맞았다.

2023년부터 미즈노, 캘빈클라인골프, 발리스틱골프 등 신규 브랜드가 시장을 떠났다. 최근에는 업력이 길지만 뚜렷한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지 못한 중저가 브랜드의 퇴조가 뚜렷하다. 엘르골프, 톨비스트, PGA투어·LPGA 골프웨어 등은 모두 만만찮은 업력을 가진 브랜드지만 골퍼들이 선호하는 기능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능성 측면에선 타이틀리스트, PXG, 테일러메이드 등 골프클럽을 생산하는 브랜드에 밀렸다. 강점이던 가성비 측면에서는 젊은 감성을 내세워 시장에 진출한 애슬레저 브랜드인 룰루레몬, 젝시믹스, 안다르 등에 뒤졌다. 레깅스를 시작으로 골프, 러닝 등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젝시믹스와 안다르는 지난해 최고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골프웨어 후원도 줄어들고 있다. 세인트앤드류스, 파리게이츠, 마스터바니 등 골프 브랜드를 거느린 최대 골프웨어기업 크리스에프앤씨는 새 시즌 선수 후원 규모를 절반 이상 줄였다. 팬텀 등 중저가 브랜드는 후원 선수를 없앴다. 업계 관계자는 “시즌 시작까지 두 달가량 남았는데 아직 후원 의류 브랜드를 정하지 못한 중하위권 선수가 적지 않다”고 했다.

조수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