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미쿨라-라이트 AIGCC 대표는 기후 기술의 잠재력을 지닌 아시아 시장이 더 많은 기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기업의 기후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지속가능성 공시가 빠르게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지속가능금융 가이드라인 발표 등 정책적 지원을 강조했다.
[한경ESG] 글로벌 CEO 레베카 미쿨라-라이트 AIGCC 대표
레베카 미쿨라-라이트 AIGCC 대표. AIGCC 제공
아시아 투자자 기후변화 그룹(AIGCC)은 아시아에 투자하는 주요 투자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 표준 도입을 재촉하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 주목받았다.
레베카 미쿨라-라이트 AIGCC 대표는 한국이 재생에너지 기술에서 경쟁력을 지닌 기업을 키워야 하며, 더 많은 기후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책 우선순위는 단연 지속가능성 공시다. AIGCC는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 표준 의견 수렴에서 2026년까지 지속가능 공시를 도입해야 한다는 분명한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미쿨라-라이트 대표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의 데이터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투명성과 비교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며 “이는 넷제로 목표를 설정한 대형 글로벌 투자사가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유입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기업에 투자를 돕기 위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환과 협력 프로세스를 가속화하기 위해 정부가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미쿨라-라이트 대표는 이와 함께 기후 관련 적응과 회복력을 강조하고, 최근 정의로운 전환 그룹을 출범하며 아시아 시장의 전환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그는 “아시아 전역에서 넷제로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아시아 투자자 기후변화 그룹(AIGCC)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달라.
“AIGCC는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자 네트워크로, 자산운용사·자산소유자·국부펀드를 포함한 70개 이상 회원사가 있으며, 이들이 관리하는 자산(AUM)은 총 28조 달러 이상이다. AIGCC는 아시아의 자산소유자·자산운용사에 기후변화 및 저탄소 투자와 관련한 위험과 기회를 인식시키고 행동을 유도한다. 투자자 회원을 위한 워킹 그룹을 운영하며 한·중·일 등 시장별 그룹을 포함한 10개의 주제별 워킹 그룹이 있다. 한국의 회원사로는 2020년 회원이 된 국민연금(NPS)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 지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MSCI, S&P 글로벌 등이 있다.”
- AIGCC에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홍콩, 유럽, 호주의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투자은행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험을 쌓아왔다. 노무라증권, 블랙록, 엑손모빌, JP모건 등에서는 주식 리서치와 신용 분석, 원자재 및 파생상품 관련 업무를 처리했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초기 기업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속가능금융 및 투자 분야로 전향했다. 2010년에는 홍콩에서 지속가능하며 책임 있는 투자를 위한 아시아협회(ASrIA)를 이끌었으며, 현재 AIGCC와 투자자 기후변화 그룹(IGCC) CEO로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송전망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AIGCC- 아시아 투자자들은 에너지 전환 및 탈탄소화와 관련해 어느 부문에 주로 관심이 있나.
“AIGCC의 연례 대표 보고서인 아시아 넷제로 투자 현황(State of Net Zero Investment in Asia) 데이터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아시아를 기후 솔루션 투자에서 점점 더 매력적인 지역으로 보고 있다. 52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기관투자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3가지 분야는 에너지 저장(65%), 재생에너지 발전(63%), 재생에너지 전송(61%)이다. 그러나 응답한 투자자의 38%만 신흥 시장 및 개발도상국에서 기후 솔루션과 전환 금융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따라서 아시아 여러 시장에는 기후 투자에 대한 상당한 미개척 잠재력이 남아 있다. 아시아 시장은 전 세계 청정에너지 제조 및 공급망의 중심지이며, 특히 재생에너지, 저장 기술 및 디지털화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정부와 기업의 전환 속도는 매우 느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IGCC 대표 보고서의 데이터에 따르면, 기후 투자의 주요 장애 요인은 다음과 같다. 우선 데이터 부족(58%)으로, 특히 신흥 시장에서 기후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다. 다음으로 기후 투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 및 프레임워크 부재(48%)로, 투자자에게 그린워싱 위험을 초래한다. 이와 함께 지속가능 투자상품에 대한 인식이 낮아 넷제로 연계 투자 요청이 부족(44%)하고, 기후 친화적 투자를 위한 정책 환경이 충분히 명확하지 않거나 일관되지 않아 정책 및 규제 불확실성(42%)이 있고, 적절한 위험-수익 비율을 갖춘 투자 기회 부족(35%) 문제도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정부가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기후 솔루션의 금융적 실행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 명확성과 정부 인센티브 부족(29%)도 꼽혔는데, 투자 유치를 촉진하려면 강력한 정책적 신호 및 재정적 인센티브(목표 보조금 등)가 필요하다.”
- 한국의 경우 에너지 전환에서 어떤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나.
”한국 기업은 재생에너지 기술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수출 중심 산업의 경쟁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 멈출 수 없는 흐름을 기회 삼아 산업을 재편하면서 투자자를 유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후 솔루션 투자에서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줄이고 민간자본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 투자자들이 한국 규제 기관에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은 의무적 기후 보고(56%)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저탄소 제품 및 경제로 이동할 때 전략을 어떻게 조정하는지 파악할 수 있으며,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자본을 제공 가능하다. 정책입안자들은 지속가능금융을 장려하고, 자본흐름의 장벽을 제거하는 지원적 규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 AIGCC는 한국의 지속가능성 공시 표준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AIGCC는 한국회계기준원이 진행한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표준(KSDS) 초안에 대한 공공 의견 수렴(public consultation)에 공식적으로 답변을 제출했다. AIGCC는 총 3.5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8개 기관투자자를 대표해 금융위원회(FSC)에 공개서한을 보냈으며, 다음 사항을 강조했다. ▲금융위원회(FSC)가 명확한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단계적 접근법을 통해 2026년까지 기후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은 반드시 영어로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충분한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시하지 않을 경우 글로벌 동종 업계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 현재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의 데이터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투명성과 비교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이는 넷제로 목표를 설정한 대형 글로벌 투자사들이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유입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한국의 주요 대기업은 이미 지속가능성 공시를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주요 대기업은 자발적으로 지속가능성 공시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한국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표준을 제공하지 않아 글로벌 경쟁사에 뒤처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을 의무화할 경우 한국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추가적 투자 유치 기회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기업가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 FSC는 2025년 상반기에 KSDS 표준 및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AIGCC는 FSC가 해당 발표 일정을 준수하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 한국 같은 아시아 정부나 기업이 글로벌 기후 투자 유치에 더 노력할 점이 있다면.
”전환과 협력 프로세스를 가속화하기 위해 우선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전환 금융을 지원하고, 탄소배출이 높은 산업의 전환을 촉진할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또 기업은 명확한 전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규제적 지침이 부족할 경우 기업의 투명성 강화와 명확한 전환 계획 수립이 필수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장기적 저탄소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확인하며,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결정한다. 투자자들은 공개서한 및 비공개 라운드테이블을 포함한 다양한 공공 및 민간 채널을 통해 정부와 협력해 전환을 실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니버설 오너로서 투자자들은 정부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AIGCC가 물리적 위험 및 회복력 실무 그룹을 발족했다. 사진은 홍수가 난 아시아 지역의 모습. 사진=AIGCC- AIGCC가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현재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물리적 위험과 회복력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기후 행동의 긴급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투자자의 수익과 그들의 고객 및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투자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나 기후 중심 투자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을 중점적으로 보여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투자에서 수익성은 중요하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 문제는 단순히 투자 벤치마크를 초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 온난화로 기존 투자 목표 달성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재해로 인한 비용이 급증하는 가운데 그 부담은 정부, 기업, 국민이 떠안고 있다. 정부, 투자자, 기업들이 필요한 속도와 규모로 행동하지 않으면 결국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세금 부담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 아시아 국가의 기후 적응 계획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2024년 말, AIGCC는 한국을 포함한 9개의 아시아 시장과 국가의 국가 적응 계획(NAPs)에 대한 예비 평가를 발표했다. 전반적으로 효과적이고 투자 가능한 적응 계획을 실행하려면 정부, 민간기업, 금융기관의 강력한 파트너십과 협업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부분은 평가된 9개 아시아 시장에서 모두 적응 계획을 주도하는 범정부적 혹은 기관 간 협의체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기후변화 대응 기본법이 중앙 및 지방 정부 차원의 적응 계획 수립, 실행, 정기적 검토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 위험 정보 가용성과 접근성이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에 대해 말하자면, 특정 지역의 세부적 기후 영향 분석과 홍수·가뭄 같은 물리적 위험에 대한 정량적 평가가 필요하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한국의 기후 위기 취약성 평가 도구(VESTAP) 플랫폼은 지방정부의 적응 계획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역 단위까지 취약성을 전달하지만 데이터의 투명성과 정밀도를 더욱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의 NAPs는 금융기관 참여 확대 및 적응 프로젝트 투자 유치를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기후 위험 산업·정부·학계 협력 네트워크 및 A-PLAT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중국은 지역별 기후 금융 시범 사업으로 공공·민간기관이 주도하는 다양한 적응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다. AIGCC는 2025년 2월 말 국가 적응 계획 평가에 대한 전체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 AIGCC는 올해 정의로운 전환 워킹 그룹을 출범하기도 했다.
“AIGCC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워킹 그룹은 특히 인도, 아세안, 중국 같은 신흥 시장에 초점을 맞추며, 에너지 및 중공업 부문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룹의 주요 목표는 투자자들이 사회적 형평성을 기후 행동에 통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중요한 사회적 요인에는 고용, 생계, 노동자의 권리, 노동 조건, 소외된 공동체, 성 평등, 지역사회 회복력 등이 포함된다. 이 워킹 그룹은 투자자들이 이러한 요소를 주류 투자전략에 통합할 수 있도록 기초를 마련하고 있다. 그룹의 첫해 목표는 협업 구축, 투자자를 위한 실용적인 도구 개발, 정책입안자들과 협력해 정의로운 전환을 촉진하는 것이다. 분기별 투자자 세션을 통해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정책 참여를 통한 공정한 탈탄소화 프레임워크를 지원하며, 기업 참여를 촉진해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AIGCC의 장기적 비전이 궁금하다.
“이 시점에서 매우 적절한 질문이다. 현재 AIGCC팀은 향후 3개년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전반적으로 AIGCC의 목표는 아시아 전역에서 넷제로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미션을 진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후 행동에 대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투자자의 영향력을 결집해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속도와 규모를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AIGCC는 투자, 일자리, 경제, 그리고 수억 명의 삶을 보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