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수상한 금값 움직임, 언제까지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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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 UNIST 교수
![[비즈니스 인사이트] 수상한 금값 움직임, 언제까지 오를까](http://img.toplightsale.com/photo/202502/07.31043376.1.jpg)
우선 금값이 장기간 우상향하며 투자 매력이 상승했고 투기 수요까지 가세했다. 다음으로 중동 확전 우려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돼 안전자산을 보유하려는 심리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금광 개발이 활발하지 않아 공급망 악화로 금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했다. 2025년 2월 현재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2930달러를 넘어섰다. 경제 불안정에 금값이 1년 사이 70% 올랐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각국 중앙은행이 2026년 중반까지 월평균 38t의 금을 사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을 기점으로 단 한 해도 빠짐없이 세계 많은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늘렸다. 귀금속 지원 상장지수펀드(ETF)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많은 이가 금 투자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몇 가지 특이 사항을 분석해 본다.
첫째, 중국 인민은행의 지속적인 금 매수다. 인민은행이 지난해 4월 이후 중단한 금 매입을 6개월 만인 11월 재개했다. 보유 외환 다각화를 위해 3개월 연속 금 매입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높은 무역수지 흑자(9921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측은 이 돈으로 미국 국채 대신 금에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금 매입을 늘려 위안화가 약세인 상황에서 통화의 신뢰를 뒷받침하려 한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산 미 국채 가격이 하락한 데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증가했고 미·중 패권전쟁에서 미운털인 미 국채를 사고 싶지 않을 것이다. 미 국채 매입이 협상카드로는 가능하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액 중 금을 2000t 이상 가진 국가는 미국(75%) 독일(74%) 이탈리아(71%) 프랑스(72%) 러시아(32%) 중국(6%) 순이다. 괄호 안은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으로 중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그 비중이 낮다.

셋째, 혹자는 트럼프의 또 다른 전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금본위제를 찬성했다. 부채 없이 미 중앙은행(Fed)의 돈을 풀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 Fed는 금을 보유하지 않고 재무부에 맡기고 금 증서만 보유하고 있다. 금본위제가 붕괴하면서 킹스턴 체제에서 미 의회가 금 가격을 트로이온스당 42.22달러로 승인했다. Fed가 시세대로 금 가격을 평가한다고 해보자. 트로이온스당 2900달러대로 미 의회가 승인해준다면 금계정이 1100조원이 돼 미 재무부의 이익으로 잡힌다. 의회 동의만 얻는다면 트럼프는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예산을 확보하게 된다. 금 가격 상승이 이 관점에서는 미국에 큰 이득이 된다. 금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미국의 채무를 한 방에 없앨 수도 있다. 부채 없이 금 재평가로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을 마음대로 펴면서 국가 중요 산업에 돈을 풀 수 있다는 말이 실행될지 궁금하다.
금도 은도 구리도 오르는 세상인데 도대체 무슨 일일까. 뭔가 한 가지로 설명이 가능하지는 않은 것 같다. 금이 오르자 채산성이 맞아 금광 채굴이 늘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구성을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금 보유 비중이 평균 24.6%인데 한국은행은 1.2%다. 외환보유액 성격상 금은 유동성이 낮아 매력이 떨어진다지만 너무 적은 게 아닐까. 하긴 너무 올라 매입 기회를 놓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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