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2023년 11월 리걸테크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변호사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법률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약속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성과는 사실상 전무하다.
[단독] 獨 사법시험에 '리걸테크' 등장…韓선 가이드라인도 없다
그러는 사이 해외에서는 리걸테크 시장이 급팽창해 맞춤형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에선 바이에른주가 법무부에 ‘리걸테크·AI’과를 별도로 설치해 관련 산업 육성에 힘쓰고, 미국에서는 AI 기술을 접목한 리걸테크가 시장 규모를 키우면서 비법조인도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獨, 사법연수생 시험 과목에 포함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독일에서 법관 자격을 얻으려면 연수 과정과 연계된 1, 2차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데, 바이에른주는 2023년부터 2차 시험의 전문 분야에 ‘정보기술법 및 리걸테크’를 신설했다. 이 과목을 선택한 연수생 비율은 도입 첫해인 2023년 0.66%에서 2024년 1.65%로 상승했다. 바이에른주 법무부 리걸테크·AI과의 크리스티나 마리아 레엡 박사는 “젊은 연수생이 리걸테크 관심에 높다”며 “선택률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초로 개인정보보호법(1971년)을 제정한 독일이 리걸테크 육성에 앞장서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정보 유출은 리걸테크 도입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분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법조인들은 리걸테크 도입 시 최대 우려 사항으로 개인정보 유출을 꼽았다.

사법연수생 시험에 리걸테크가 포함되자 법과대학들도 앞다퉈 AI 기반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뮌헨대(LMU) 법과대학은 학생에게 문서 검색용 ‘AI 어시스턴트’ 프로그램 다센스(DaSense)를 무상 제공한다.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논문 작성 등에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스스로 찾아내고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겠다는 취지다.

안 크리스틴 마이르호퍼 박사와 바이에른주 법무부 국장 세바스티안 되테를 박사가 공동 주관한 ‘AI와 법’ 세미나에서는 AI 거짓말탐지기의 형사소송 도입 가능성, AI 시스템의 자동 계약 체결,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AI 활용 시 법적 장애물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며 리걸테크를 ‘체화’하는 법을 가르친다. 마이르호퍼 박사는 “법조인 지망생은 성찰적 방식으로 AI를 다룰 줄 알아야 하며 이런 능력은 로펌 등에서 점점 더 많이 요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선 변협이 ‘테크쇼’ 개최

리걸테크 선두 주자인 미국에서는 전자 증거 개시(eDiscovery), 계약 관리 자동화, 법률 서비스 매칭 플랫폼, AI 기반 법률 자문 등 다양한 기술이 보편화됐다. 리걸테크 도입에 적극적인 유타주, 애리조나주에선 리걸테크 기업과 비변호사도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관련 규정이 완화됐다.

미국변호사협회(ABA)는 변호사가 이수해야 할 교육(CLE) 과정에 AI 프로그램 활용 방법과 비용, 사용상 어려움과 해결법, 윤리적 문제 등을 포함했다. ABA는 1987년부터 매년 ‘테크쇼’를 열어 법률시장에서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박학모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공로연구위원은 “독일 미국 등은 법조인이 AI 등 첨단 기술에 대해 입체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지원하지만, 우리 법조계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장서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