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트럼프 주연의 '무역 전쟁'
2025년 초부터 세간을 뜨겁게 달구는 화제의 영화(?)가 있습니다. 이른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연의 ‘무역 전쟁’입니다. 이 영화(?)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공포와 혼돈, 갈등과 불안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청년 시절부터 영화배우가 꿈이었다고 하죠. 그가 〈나 홀로 집에 2〉(1992) 등 18편의 영화에 카메오로 등장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는 첫 출연작 〈귀신은 사랑 못해〉(1989)에서 ‘최악의 조연상(골든 라즈베리 어워즈)’이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의 트럼프는 시작부터 달랐습니다. 스스로 카메오가 아닌 주연으로 나서 역대급 관세 정책을 예고하며 글로벌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었으니까요.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부과하기로 한 25% 관세를 한 달간 유예한 뒤 예정대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중국에 대한 10% 관세 부과는 이미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더불어 트럼프는 다른 국가에도 미국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율과 동일한 수준으로 미국 관세를 인상하는 ‘상호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전포고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관세 부과 예고에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쳐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우 상호 무역 전쟁 중심에 ‘탄소’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탄소가 ‘관세 대체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고탄소 오염원을 자국으로 들여오는 것에 대해 일종의 관세를 매기는 것이 이른바 ‘탄소세’ 움직임의 핵심이죠. EU는 이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마련해놓았는데, 미국에서는 이에 대한 맞불로 해외오염관세법(FPFA) 논의가 한창입니다. 이른바 탄소세가 무역 전쟁의 뇌관 역할을 할지도 모르는 상황인 거죠.

이처럼 미국과 EU 등 전 세계적으로 무역장벽이 높아질 경우 수출 중심의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으로서는 탄소와 기후 위기 대응 등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경ESG〉는 3월호 커버 스토리 ‘탄소세, 무역 전쟁 뇌관 되나’에서 이 같은 국제 통상 환경 분위기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봤습니다.

과연 전 세계 무역 질서에 혼돈과 불안을 가져오고, 기업의 지속가능성 전략에 암운을 드리우는 트럼프 대통령 주연의 ‘무역 전쟁’ 결말은 ‘새드 엔딩’일지, 아니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해피 엔딩’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