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5일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 직접 출석해 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는 결코 없었고, 계엄 발령 직전 열린 ‘5분 국무회의’가 적법 절차를 지켰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계엄에 따른 국회 권능 마비 이전에 거대 야당의 폭거로 인한 정부 권능 마비가 있었다”며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은 독재 정권 때와 달리 합법적으로, 단시간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금융시장 혼란, 우방국과의 관계 악화 등은 우려할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오른쪽부터)과 장순욱, 김이수 변호사 등 국회(청구인) 측 대리인단이 25일 청구인석에 앉아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오른쪽부터)과 장순욱, 김이수 변호사 등 국회(청구인) 측 대리인단이 25일 청구인석에 앉아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 대통령 탄핵소추위원단장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에는 평화가 곧 경제인데 국정 혼란의 피해가 너무 크다”고 맞섰다. 이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절대 권력자도 잘못하면 벌 받는다는 상식”이라며 윤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했다.

◇윤 “평화적 계엄, 내란 아냐”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5분께 대심판정에 나와 77쪽 분량으로 준비한 최종 진술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67분간 진술에서 그간 탄핵심판 때 다룬 다섯 가지 주요 쟁점 중 국회의원 체포 의혹과 계엄 전 국무회의의 적법성을 상세히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해 국회 봉쇄를 지시하고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을 끌어내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 “국회에 280명의 질서 유지용 병력을 두기로 계획한 상태에서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 한 사람도 끌려 나오거나 체포된 일이 없었고, 민간인에게 폭행당한 군인은 있어도 군인이 민간인을 폭행하거나 위해를 가한 일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겨우 몇 시간 평화적으로 진행된 계엄을 내란이라 볼 수 없으며, 내란의 실체는 없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계엄 선포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소수 병력, 비무장, 경험 있는 장병 등 세 가지를 명확히 지시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최종 변론이 열린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에 속한 김계리(왼쪽), 이동찬 변호사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최종 변론이 열린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에 속한 김계리(왼쪽), 이동찬 변호사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계엄 선포 과정의 적법성과 직결되는 국무회의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간담회였다면 의사정족수가 찰 때까지 기다렸겠나”라며 한덕수 국무총리의 앞선 주장을 반박했다. “국무위원들에게 비상계엄 선포문을 나눠주고 비상조치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경제·외교적 혼란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 설명도 더했다. 과거 김영삼 정부에서 금융실명제를 발표할 당시 절차가 생략된 국무회의가 이뤄진 사례가 있고,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는 단 1분 만에 종료된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정청래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해야”

국회 측 소추단장인 정 위원장은 최후 진술에서 비상계엄이 헌법에 규정된 실체적 요건과 절차적 정당성을 모두 위반했다는 점에서 “친위 쿠데타 내란 행위”라고 재차 강조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권한을 침탈하고 위헌·위법적 포고령 발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투입 등으로 국헌 문란을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정 위원장은 “내란의 밤에 모든 국민이 무장한 계엄군의 폭력 행위를 지켜봤다. 일찍 끝난 것, 사상자가 없었던 것이 자랑인가”라며 “윤 대통령은 피로 쓴 민주주의 역사를 지우려고 했고,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해야 할 필요충분조건은 이미 성숙됐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이 위헌·위법하게 이뤄졌다는 사실은 탄핵심판 증거 조사와 검찰·경찰·공수처 수사에서 충분히 입증됐다는 게 국회 측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최종 선고기일을 예고하지 않았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선고기일은 재판부 평의를 거쳐 추후 고지하겠다”며 변론을 마무리했다.

장서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