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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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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서비스와 기술의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임베디드 뱅킹(Embedded Banking)’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임베디드 뱅킹이란 비금융 기업이 자체 플랫폼에 금융 서비스를 내재화하여 고객에게 직접 제공하는 모델로, 기존 전통 금융업과 차별화되는 혁신적인 개념이다.

금융·비금융 경계 허무는 임베디드 뱅킹


과거에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고객이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전통 금융기관을 직접 찾아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전자상거래, 모빌리티,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금융 기능을 자연스럽게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는 별도의 금융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임베디드 금융은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추가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기회가 된다.

특히,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임베디드 뱅킹은 하나의 흐름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전통 금융업과 테크 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금융 생태계 전반에 걸쳐 중대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쇼피파이·리프트, 금융 직거래 시대 열어


이미 해외에서는 다양한 기업들이 임베디드 금융을 적극 도입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는 ‘Shopify Capital’을 통해 입점 판매자들에게 직접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기존 은행 대출보다 간편한 자금 조달 수단을 제공하며, 판매자들의 비즈니스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다. 차량 공유 서비스 Lyft는 ‘Lyft Direct’를 통해 운전자들이 별도의 은행 계좌 없이도 앱 내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운행 수익을 실시간으로 지급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처럼 임베디드 금융은 특정 산업 내의 금융 프로세스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임베디드 금융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적인 금융 서비스를 플랫폼 내에 통합하며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대출 상품과 결제 서비스를 연계하여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있으며, 네이버페이는 자사의 커머스 및 콘텐츠 플랫폼과 연계하여 결제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오픈뱅킹 룰 도입... 금융시장 재편


규제 완화가 금융 시장의 리스크를 키운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자금세탁 방지(AML), 고객 신원확인(KYC) 등의 규제를 소홀히 할 경우 금융 시스템 전반에 걸쳐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 규제 당국은 임베디드 금융 활성화와 금융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임베디드 금융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법·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2024년 9월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은 종래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통해서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던 소액후불결제(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선불업자의 겸영 업무로 제도화함으로써 비금융 기업의 금융 서비스 제공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은 소액후불결제 업무가 신용공여 성격임을 감안하여 이용자별 최고이용한도를 30만원으로 제한할 뿐만 아니라,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준용하여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을 적립하게 하는 등 카드사와 유사한 수준의 의무도 부과하고 있다. 이는 임베디드 금융 활성화와 금융 안정성 확보를 동시에 고려한 조치로 평가된다.

반면, 미국에서는 2024년 10월 22일,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소비자금융보호법(CFPA) 1033조에 따른 ‘오픈뱅킹 룰’을 확정했다. 이는 2010년 소비자금융보호법 제정 이후 14년 만에 활성화된 것으로, 소비자가 자신의 금융 데이터를 선택한 금융기관이나 신용카드 발급 기관 등에 직접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오픈뱅킹 룰이 확정됨에 따라 소비자는 계좌 정보, 거래 내역, 잔액 등을 자유롭게 관리하고 은행 상품을 쉽게 비교할 수 있다. 또한, 계좌 이체가 간편해지면서 고객이 직접 은행에 지시하여 자신의 계좌를 다른 금융기관으로 손쉽게 옮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신용카드 및 보험사들도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활용하여 보다 정교한 금융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카드 이용률이나 지불 내역 등 신용 기반 지표만을 고려했다면, 이제 고객 전체 자산 내역을 분석할 수 있어 보다 정밀한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의 업무중단을 지시하여 당분간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변화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당국과 기업들은 미국의 금융 규제 변화를 주목하며,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금융 서비스의 접근성과 경쟁을 높이고, 소비자 중심의 금융 혁신을 가속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임베디드 금융이 주도할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


금융과 기술의 융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임베디드 뱅킹의 확산은 우리의 일상 속 금융 경험을 더욱 편리하고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공존할 것이다.

앞으로 금융업과 비금융업의 경계는 더욱 희미해질 것이며, 기업들은 기존 금융기관의 틀을 벗어나 보다 창의적인 방식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규제와 혁신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며, 기업들은 지속적인 법적·제도적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결국, 임베디드 금융의 성공 여부는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변화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과 소비자들이 미래 금융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며, 우리는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 속에서 더욱 발전된 금융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빅테크 '임베디드 뱅킹'…전통 금융시장 판 흔든다 [태평양의 미래금융]
김호진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ㅣ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제35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2012년 미국 뉴욕대 로스쿨(LL.M.)에서 유학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입사 이후 줄곧 금융그룹에서 각종 금융자문 및 기업법무자문을 수행하였으며 영국계 로펌인 Allen & Overy 런던 사무소의 국제자본시장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특히, 프로젝트 금융 및 인수금융 등 은행을 고객으로 하는 법률자문에 풍부한 경험이 있고 이를 토대로 다수의 임베디드 파이낸스, 임베디드 뱅킹과 관련된 자문을 수행했다.

태평양의 미래금융전략센터(센터장: 한준성 고문)는 2024년 5월 출범하여, 금융권 디지털 혁신 가속화와 금융 기술 발전에 발맞춰 가상자산·전자금융·규제대응·정보보호 등 금융 및 IT 분야 최정예 전문가들로 진용을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