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자산 44% 늘때, 청년은 12% 그쳐…"내집마련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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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30 리포트
(4) "자산 불릴 사다리 없다"…정책실패에 박탈감 느끼는 2030
'텅장'인데 갚아야 할 빚은 많아
집값 급등에 부동산 살 기회 놓쳐
서울 집 사려면 소득 27년 모아야
영끌족도 이자부담에 결국 집 내놔
"정부 시장개입이 문제"
집값 잡겠다고 내세운 정책들
되레 시장에 기름부어 불신 커져
(4) "자산 불릴 사다리 없다"…정책실패에 박탈감 느끼는 2030
'텅장'인데 갚아야 할 빚은 많아
집값 급등에 부동산 살 기회 놓쳐
서울 집 사려면 소득 27년 모아야
영끌족도 이자부담에 결국 집 내놔
"정부 시장개입이 문제"
집값 잡겠다고 내세운 정책들
되레 시장에 기름부어 불신 커져

“‘영끌’로 집을 샀는데, 이자를 내고 나면 50만원 안 되는 돈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합니다.”(31세 공공기관 직원 L씨)
4일 한국경제신문이 만난 2030 청년은 최근 몇 년간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자산 증식의 사다리가 끊어졌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내놓은 각종 세금 정책이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이들의 보수적 경제관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2030 자산 증가율 평균의 4분의 1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9세 이하 가구주의 순자산은 평균 2억2158만원이었다. 현재 방식으로 조사를 시작한 2017년 1억9827만원에서 7년간 11.8% 증가했다. 전체 가구 순자산 평균이 같은 기간 3억1572만원에서 4억4894만원으로 42.2% 늘어난 것에 비해 증가율이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 기간 60세 이상 가구 순자산 평균은 3억3772만원에서 5억1922만원으로 53.7%, 50대 가구는 3억7026만원에서 5억1131만원으로 38.1%, 40대 가구는 3억1246만원에서 4억5064만원으로 44.2% 늘었다.지난해를 기준으로 2030세대가 보유한 자산은 전체의 약 10.9%였는데, 부채는 19.2%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은 2020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40대 이상이 집값 급등 혜택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아 자산을 크게 늘린 가운데 30대 이하는 부동산을 살 기회를 놓쳤거나 부동산을 구매했더라도 막대한 부채를 조달한 결과란 설명이다.
소득으로 집을 사는 데 걸리는 기간을 의미하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2020년 이후 빠르게 높아졌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서울의 PIR은 올해 26.8로 조사됐다. 가처분소득을 26.8년간 모아야 서울에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2018년 18.1이던 서울 PIR은 빠르게 상승해 2022년 32.3까지 올랐다.
회계사인 김성철 씨(가명·30)도 “평생 집을 못 사지 않을까 싶다”며 “그 생각을 하면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최대한 빚을 내 집을 산 ‘영끌족’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L씨처럼 수십만원 정도 생활비가 남으면 차라리 나은 경우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부동산 경매시장에 나오는 주택이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0세 미만과 30대의 주택 소유자 수는 1년 전보다 8만3000명 줄었다. 60대(16만8000명 증가), 50대(8만6000명 증가), 70대(8만5000명 증가) 등 다른 세대에서 주택 소유자가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 “정부, 시장 좀 내버려뒀으면…”
2030 청년은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이 어려워진 것이 정부의 시장 개입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정진혁 씨는 “정부가 개입할 때마다 집값이 올랐다”며 “시장을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는 김준호 씨(가명·29)는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정부의 시장 개입보다 경제적 자유를 중시하는 성향이 강화됐다”며 “부동산 정책과 세금 문제에서는 보수적인 경제관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들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따른 부동산 가격 급등을 경험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며 “특히 글로벌 스탠더드를 능동적으로 학습하며 이런 정책이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 전 세계 청년도 같은 처지
청년 세대가 집을 사기 어려워진 것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한은 런던사무소 리포트에 따르면 영국에서도 청년층이 주택 매매시장에서 사라졌다. 김낙현 한은 런던사무소 차장은 “영국의 임대료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은 2000년 0.67에서 2022년 1.24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며 “청년은 매매에서 임대시장으로 밀려났다”고 설명했다.대만에서도 주택 가격 급등 문제가 불거졌다. 대만 청년들은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가처분 소득의 절반을, 타이베이에 집을 샀다면 70% 이상을 쓰고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강진규/이인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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