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상 전망에 올해 4.3%↑
가격 불안에 투기 세력도 몰려
건설·전선업 등 원가부담 커져
각종 산업에 빠지지 않고 쓰여 ‘산업의 쌀’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올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 때문이다.
5일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지난 4일 상하이선물거래소에서 구리 가격은 t당 7만6970위안(약 1543만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만 4.3% 올랐다. 글로벌 구리 가격은 지난해 5월 t당 8만6790위안을 기록해 정점을 찍은 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하락했지만 올 들어 반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구리에도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글로벌 구리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다. 지난해 구리 수입 규모는 96억달러(약 13조9814억원), 수출 규모는 113억달러에 이르렀다.
미국의 구리 관세 부과가 현실화해 미국 중국 등 주요 구리 수입·수출국 간 관세 전쟁이 벌어지면 글로벌 구리 가격 상승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예측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비철금속 제련업체 관계자는 “구리는 필수 비철금속이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고 수요를 그만큼 줄일 수 없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구리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와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수요가 몰려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구리 사용 비중이 높은 건설, 정보통신기술(ICT), 전기·전력 인프라, 신재생에너지 등 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산업 호황으로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 외부 요인으로 가격이 뛰어 산업 침체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통신용 광섬유, 전선, 변압기, 가전제품, 건설 배관, 태양광 패널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산 비용만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기업들은 금융상품, 물가 연동 계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원자재 가격을 헤지하며 어느 정도 리스크를 줄이고 있지만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건설업 관계자는 “국내 건설, 제조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원자재 비용까지 오를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