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누아르 ‘아랍 여인’
르누아르 ‘아랍 여인’
빛을 움켜쥔 화가들, 인상파의 별칭은 ‘외광파’다. 야외에서 스케치한 밝은 톤의 색과 생동감 넘치는 붓질로 일상의 순간을 빛나는 명작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빛을 표현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었다. 그림을 둘러싼 프레임이다.

한국경제신문사가 미국 우스터미술관과 함께 인상주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선보이고 있는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 특별전에 걸린 걸작 53점은 화려한 프레임으로 관람객의 눈길을 먼저 사로잡는다.

지난달 14일 전시 개막에 앞서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ALT.1 전시장에서 만난 마티아스 바섹 우스터미술관장은 “그림만 감상한다면 80점, 프레임과 그림의 조화까지 볼 줄 안다면 100점의 관람객”이라고 말했다. 바섹 관장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아랍 여인’(1882)을 가리키면서 “호화롭게 마감된 진정한 로코코 양식이 연상되지 않느냐”며 “프레임 스타일을 비교해보면 미술사조를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존 헨리 트와츠먼 ‘폭포’
존 헨리 트와츠먼 ‘폭포’
“인상파 화가는 1860년대 전후 프레임을 진지하게 연구했습니다. 그림의 일부라고 생각해 프레임의 형태와 색채가 어떻게 그림 속 주된 색과 어울릴지 고민했죠. 화가가 직접 디자인한 게 많습니다.”

1890년대 작품 중엔 장식을 덜어내고 보다 단조로운 양식을 선호한 아르누보 형태의 프레임이 돋보인다. 존 헨리 트와츠먼의 ‘폭포’(1890)가 그렇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는 파리 ‘살롱전’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는데, 당시 수집가들은 자신의 저택이나 집무실에 걸기 위해 그림을 사들였다. 유행하던 실내 건축 양식, 즉 르네상스, 바로크 또는 로코코 인테리어와 어울려야 잘 팔렸고, 그 결과 두터운 부조의 황금빛 프레임을 갖게 됐다. 실제 르누아르와 모네 등의 예술가는 팔리기 어려운 흰색의 프레임을 버리고 풍부한 패턴의 금박이나 계단식으로 조각된 프레임을 적극 사용했다.

폴 시냐크 ‘골프 주앙’
폴 시냐크 ‘골프 주앙’
바섹 관장과 전시 작품들을 함께 돌아보다 한 작품에 시선이 멈췄다. 폴 시냐크의 ‘골프 주앙’이다. 모던하고 얇은 프레임 속에서 점묘법으로 그려낸 다채로운 빛과 색이 더욱 돋보였다. 52점의 다른 그림과 확연히 다른 프레임이다.

“과거의 금빛 프레임을 그대로 복원할 것인가를 두고 오래 고민한 작품이었습니다. 미술관 이사회 멤버들과 오래 논의한 끝에 그림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심플한 프레임으로 바꿨어요. 더 조화롭지 않나요?”

김보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