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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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위 서빙로봇 기업이 중국산 휴머노이드를 연내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식음료 매장과 물류센터에 우선 투입해 본격적으로 기술을 검증할 계획이다. 서빙로봇, 청소로봇 등 국내 서비스로봇 하드웨어 중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산 휴머노이드가 빠르게 밀려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푸두 D9 국내 상륙한다

중국산 휴머노이드 도입된다…'레드 로봇' 韓 삼키나
10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브이디컴퍼니는 중국 로봇 기업 푸두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푸두 D9’을 하반기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브이디컴퍼니 관계자는 “그동안 콘셉트 단계에 머무른 휴머노이드의 실질적인 국내 활용 가능성을 검증해보기 위한 시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브이디컴퍼니는 푸두로보틱스로부터 서빙로봇을 독점 공급받아 국내 외식업계에 도입한 업계 1위 기업이다.

푸두 D7은 상체가 인간과 닮은 ‘세미 휴머노이드’에 속한다. 로봇 팔, 전방향 관절을 결합했다. 키는 165㎝, 무게는 45㎏이다. 팔은 65㎝까지 늘어난다. 식당, 물류 등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게 설계됐다. 기존 서빙 로봇이 음식을 나르기만 했다면 푸두 D9은 그릇을 집어 식탁에 올려놓을 수 있다. 물류센터에선 간단한 분류 작업도 가능하다. 브이디컴퍼니 관계자는 “다양한 곳에서 범용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에 대한 거부감이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브이디컴퍼니는 2019년 국내 서빙로봇을 처음 상용화한 뒤 5년 만에 전국 3000여 개 매장에 공급해 시장 점유율 70~80%를 확보했다. 중국산 하드웨어를 빠르게 들여와 시장에 보급한 전략이 성공했다. 중국 로봇은 가격이 저렴한 데다 도입 당시 성능이 국내 로봇보다 앞섰다. LG전자 서빙로봇인 클로이 서브봇이 출시된 건 2020년으로, 푸두로보틱스 서빙로봇이 국내에 안착한 이후다.

◇ K휴머노이드는 아직 초기

국내 휴머노이드 기술이 개발 초기 단계인 상황에서 중국 로봇 하드웨어가 먼저 시장에 침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로봇산업협회는 국내 서빙로봇 시장의 최소 70%, 로봇청소기 시장의 최소 33%를 중국 제품이 차지한 것으로 추정했다. 서빙로봇은 국내 총판이 들여와 한국에 맞게 일부 개조하는데 하드웨어와 기본 소프트웨어는 중국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다. 중국이 점령한 국내 서비스로봇 시장처럼 휴머노이드 역시 중국산이 먼저 현장에 투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탄탄한 제조업 역량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대량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한 중국 방송에서 ‘칼군무’를 선보여 화제가 된 유니트리의 G1·H1 로봇은 각각 9만9000위안(약 2000만원), 65만위안(약 1억3000만원)에 나와 완판됐다. 다음달 베이징에서 로봇 마라톤 대회까지 열린다.

이에 비해 국내 기업은 휴머노이드 사업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삼성전자는 휴머노이드 개발을 본격화하기 위해 50여 명의 특별 조직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시범 투입할 방침이다. 로봇 스타트업 에이로보틱스, 홀리데이로보틱스도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인공지능(AI) 고도화와 모듈 경량화 등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

고은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