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toplightsale.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우 손예진씨가 지난해 6월 신축한 강남역 인근 빌딩 상가가 반년 넘게 공실 상태라고 합니다. 최고의 입지로 꼽히는데 왜 이렇게 공실 상태가 지속되고 있을까요. 단지 임대료가 비싸서일까요?

전국 상가에서 공실률이 치솟고 있습니다. 소상공인 폐업도 급증하면서 올해 1월 자영업자 수가 550만명으로 불과 두 달 전보다 20만명이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자영업자 수가 590만명에 달했고, 1998년에는 561만명으로 줄었다가 다시 증가했으나, 지금은 그때와 매우 다릅니다. 단지 경기 침체와 고물가, 인건비 상승 때문만은 아닙니다.
공실이 많은 서울의 한 상가 모습. 사진=뉴스1
공실이 많은 서울의 한 상가 모습. 사진=뉴스1
싱가포르 창이공항에는 공사비가 1조5000억원 들었다는 '쥬얼 창이 쇼핑몰'이 있습니다. 세계 최대 45m 높이의 실내 폭포가 쇼핑몰 한가운데에서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하며, 360도 공간 전체를 열대 우림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이 멋진 친환경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이를 보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주민들도 몰려들고 있습니다. 쇼핑몰에 할인하는 가게가 없을 정도로 방문객이 넘쳐납니다.

국내에도 비슷한 곳이 있습니다. 신세계가 코엑스와 수원 스타필드에 만든 '별마당 도서관'입니다. 이곳은 항상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올 정도로 멋진 공간으로, 유튜브에서도 한국에 가면 꼭 가봐야 하는 상업시설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시대이기 때문에 이런 랜드마크 공간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항상 많은 사람이 몰리게 됩니다.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 모습. 사진=신세계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 모습. 사진=신세계
하지만 일반적인 상가 상황은 다릅니다. 비슷한 물건과 음식점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물건은 쿠팡이나 네이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빠르게 배송받고 있습니다. 매장 임대료에 인건비까지 더해져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일반 상가가 온라인 쇼핑을 넘어서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조차 법정관리를 신청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극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1회 이용요금이 넷플릭스 구독료보다 더 비싼 CGV는 결국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상업시설들은 빠르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고, 공사비와 분양가가 급증하면서 임대료로 유지를 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바로 ‘상가를 분양받으면 그 집은 상갓집이 된다’는 말입니다.

비어 있는 상가는 소비자가 필요한 공간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은 주거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원룸 월세가 폭등하는 상황입니다. 일반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이 학교 근처에 저렴하게 거주할 공간은 부족한데, 상가나 소형 오피스 빌딩들은 텅텅 비어 있습니다.
서울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8·4 대책에서는 빈 상가나 오피스를 공공지원 민간임대나 공공임대 주거로 바꿀 수 있도록 해줬지만, 일정 규모 이상이어야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규제를 폐지해 자투리 공간이라도 그 도시의 필요에 맞는 용도로 전환하도록 해야 합니다.

비어 있는 상가나 중소형 오피스를 서울에서는 소형 주거나 공유숙박시설로 바꾸고, 세종시나 다른 지역에서는 각 지역에 맞는 용도로 변환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공간으로 바꿔야만 비어있는 많은 공간을 채울 수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 비어 있던 베니키아 호텔도 서울시가 공유형 주거로 바꿔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세상은 인공지능(AI),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는데, 기존 상가나 소형 오피스는 규제에 묶여 공실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과감하게 규제를 폐지해야 할 때입니다. 도시마다 여건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하기보다는 지역 상황에 맞춘 유연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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