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유리 사용률 80%로 업계 최고
"2040년 '넷제로' 달성" 목표
동원그룹 다른 계열사도 동참
소주병, 맥주병 등 유리병과 비닐 포장재는 탄소 배출이 많은 대표 제품이다. 원재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대량 배출되고, 재료를 몰딩하는 공정에서 고온·고압 등 에너지가 필요해서다.
이 시장에서 국내 1위 기업은 동원시스템즈다. 이 회사는 그런데도 최근 3년 사이 탄소 배출량을 20% 줄였다. 비결은 버려진 유리를 재활용하는 생산 공정에 있었다. 동원시스템즈는 ‘포장 혁명’을 앞세워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기존(2022년) 대비 40% 가까이 감축하고 2040년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동원시스템즈는 전북 군산 공장의 유리병 생산 공정에 폐유리를 재료로 활용해 최근 3년간 탄소 배출량을 20% 줄였다. 군산 공장에서 자동화 설비로 유리병을 제조하고 있는 모습. 동원시스템즈 제공
◇폐유리로 음료수병·의약품병까지
동원시스템즈 전북 군산 공장은 2021년부터 유리병 생산 공정에 재활용 폐유리를 활용하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규사(모래), 석회석, 소다회 등으로 유리를 만들어야 하지만 한 번 쓴 유리병을 세척한 후 녹여서 사용하면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동원시스템즈의 폐유리 사용률은 지난해 평균 80%다. 유리병 1개를 생산할 때 드는 재료의 80%가 한 번 이상 사용한 폐유리라는 의미다. 폐유리 사용률을 80%까지 끌어올린 사례는 극히 드물다. 업계에서 동원시스템즈의 행보를 포장 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1위 업체 동원시스템즈의 행보는 국내 전체 포장재 산업의 탄소 배출량 절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동원시스템즈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유리병의 47%를 만든다. 코카콜라, 카스, 테라, 진로이즈백, 박카스 등 50mL 소형 병부터 5L 대형 병까지 600여 개 종류의 제품을 제조한다. 동원시스템즈가 생산하는 유리병은 분당 550개, 연간으로 12억 개에 이른다. 모든 종류의 제품에 폐유리를 사용하는 덕분에 연간 재활용하는 폐유리 양도 15만6000t에 달한다.
◇매출과 탄소 배출의 반비례 기적
동원시스템즈는 폐유리만 사용하는 게 아니다. 수거한 폐유리를 녹이는 생산 공정에도 탄소 저감 장치를 접목했다. 공기 중 산소를 최대한 활용하는 ‘순산소 연소 방식’이다. 기존 ‘공기 연소 방식’은 질소가 포함돼 있어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생성한다. 이에 비해 순산소 연소 방식은 공기 중에서 질소를 제거한 산소를 연소해 친환경적으로 평가받는다.
일반적으로 생산과 매출이 증가하면 탄소 배출량도 늘어난다. 하지만 동원시스템즈는 이런 공식을 깼다. 친환경 방식을 도입해 2020~2024년 매출이 연평균 5.6% 증가하는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평균 1%씩 감축했다. 동원시스템즈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2년 27만9000tCO2eq(이산화탄소 환산 톤)에서 2030년 18만tCO2eq로 줄이고 2040년 아예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동원시스템즈의 이런 전략은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주사 동원산업 주도하에 동원F&B 등 다른 계열사도 친환경 포장재를 잇달아 도입 중이다. 동원F&B는 2022년 국내 최경량 수준의 생수 페트병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 플라스틱을 기존보다 10% 적게 사용하는 미세 발포 필름 포장재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미세 발포 필름 포장재는 플라스틱 필름에 질소를 분사해 미세 기포를 만드는 신개념 소재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완충력과 보랭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플라스틱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며 “냉동식품 등 다양한 제품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