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한화오션이 회사가 건조한 200번째 LNG 운반선인 '레브레사'호를 SK해운에 인도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한화오션이 건조한 LNG 운반선. 2025.2.20. 사진=연합뉴스
한화오션이 회사가 건조한 200번째 LNG 운반선인 '레브레사'호를 SK해운에 인도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한화오션이 건조한 LNG 운반선. 2025.2.20. 사진=연합뉴스
친환경 기술을 앞세운 K-조선이 ‘조 단위’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오션은 글로벌 해운사인 에버그린으로부터 LNG 이중연료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고 3월 17일 밝혔다. 계약금은 총 2조3286억 원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24시간 운영 가능한 미래형 조선소’ 구축에 대한 비전을 밝힌 가운데 암모니아 연료 기반 차세대 파워팩 개발을 위한 글로벌 협약을 체결하며 기술 중심의 100년 기업 도약을 선언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이 최근 수주한 LNG 이중연료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길이 400m, 너비 61.5m 규모로 2만4000개의 컨테이너를 한꺼번에 운송할 수 있는 선박이다. 발주처는 대만의 세계적 해운사 에버그린이다.

한화오션, 초대형 LNG 이중연료선 6척 수주

해당 선박에는 LNG 이중연료 추진 엔진과 함께 축발전기모터시스템(SGM), 공기윤활시스템(ALS) 등 한화오션이 자랑하는 최신 친환경 기술이 대거 적용된다. LNG 추진은 환경규제를 충족하면서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 업계의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에버그린이 LNG 이중연료 선박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에버그린은 200척 이상 선대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해운사 중 하나다. 한화그룹 편입 이후 영업력을 강화해온 한화오션(舊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계약을 통해 에버그린과 첫 협력을 성사시키며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에버그린은 향후에도 신조 선박 발주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한화오션은 이번 첫 계약을 시작으로 장기적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번 수주는 한국 조선업계 전체에도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2022년 이후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시장은 인건비를 무기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소가 주도해왔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차별화된 설계 및 생산 능력을 앞세워 이번 계약을 성사시키며 기술력 기반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한화오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한 조선소로,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전 세계 1만7000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358척 중 72척을 건조해 단일 조선소 기준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일부 중국 조선소가 포함되는 등 국제 정세 변화는 한국 조선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오션은 기술혁신과 친환경 선박 개발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는 “한화오션의 기술력을 믿고 발주해준 선주사에 감사드린다”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 2024년 수주 86%가 친환경 선박

삼성중공업 또한 친환경 선박을 바탕으로 수주 실적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2024년 기준 73억 달러(약 10조6500억 원)를 수주했으며, 액화천연가스(LNG), 암모니아, 에탄올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의 비중이 전체 수주의 86%를 차지한다.

삼성중공업은 3월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R&D센터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생산 자동화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해 24시간 운영 가능한 미래형 조선소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데이터 기반 생산과 AI를 결합한 획기적 자동화 공정 모델을 만들겠다”며 “스마트 제조 혁신을 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친환경 선박과 자율운항 기술 확보 계획도 함께 밝혔다. 최 대표는 “탄소포집 설비 탑재 선박의 실선화와 완전 자율운항 솔루션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며 올해 수주 목표와 실적 목표를 제시했다. 이어 “확보한 기술과 역량을 사업화해 해상과 육상을 넘나드는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미래 친환경 연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월 7일 미국의 기술 벤처 기업 아모지(Amogy)와 전략적 투자 및 차세대 암모니아 연료전지 추진기술 개발 협력 협약(SC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크래킹 기술을 보유한 아모지는 육상용 및 선박용 발전기에 적용 가능한 암모니아 파워팩을 개발해왔다.

삼성중공업은 LNG 이후 시대를 대비해 암모니아 해상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 가치사슬 솔루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제 조선·해양 박람회에서 ‘암모니아 연료전지 추진 VLAC’와 ‘부유식 블루 암모니아 생산 설비’로 주요 선급 설계인증(AIP)을 받았다. 현재 암모니아를 해상에서 육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부유식 저장·재기화설비(FSRU)도 개발 중이다.

삼성중공업과 아모지는 이번 협력을 통해 대형 선박에 최적화된 차세대 암모니아 파워팩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김경희 삼성중공업 경영지원실장은 “이날 협약으로 조선해양 분야 친환경 경쟁력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며 “실증과 적용까지 협업해 무탄소 해상 운송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우성훈 아모지 대표는 “삼성중공업과의 협약은 암모니아 파워팩이 친환경 산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아모지가 개발 중인 암모니아 파워팩은 기존 100분의 1 수준으로 소형화가 가능하며, 수소엔진 및 연료전지를 모두 포함하는 전력 장치다.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 K-조선에는 호재

한편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운업의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해 해마다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0년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0.5%로 제한하는 규제가 시행된 데 이어, 신조선에 대한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 적용, 기존 선박의 운항 효율을 평가하는 탄소집약도지표(CII) 도입 등 각종 환경규제가 순차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IMO는 지난해 채택한 개정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통해 2050년까지 해운 분야의 탄소중립 달성을 공식 목표로 제시했으며, 대체 연료 사용 확대와 탄소세 도입 등 추가 조치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해운사에 저탄소 전환을 위한 기술 투자와 중장기 전략 수립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 A.P. 몰러-머스크는 지난해 11월, 2040년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2030년까지 전체 선박 연료의 최대 20%를 친환경 연료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마 마자리 A.P. 몰러-머스크 에너지시장 담당 부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전체 연료의 15~20%를 바이오 디젤, 그린 메탄올, 바이오 메탄 등 친환경 연료로 대체할 것”이라며 “최종 비중은 에너지 효율 개선 조치가 얼마나 효과를 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