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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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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대용신탁은 고령자의 재산관리와 상속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 민법상 유증이나 사인증여보다 위탁자(피상속인)의 의사를 적극 반영해 재산승계를 설계할 수 있다. 전통적인 유언이 갖는 한계를 보완한 이 제도는 일반 국민도 활용 가능한 효과적인 상속 수단이다.

유언의 한계...유언대용신탁의 장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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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유언은 유언자 사망 후 재산이 일시에 상속인에게 이전되어 재산관리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자 등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유언서 작성 시 엄격한 방식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효력을 둘러싼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일부 요건이 결여되면 유언자의 진의가 확인되어도 유언의 효력이 부인되는 경우가 많았다. 유언집행자를 지정하지 않으면 유언 집행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분쟁 가능성도 높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이러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첫째, 상속재산을 미리 수탁자에게 맡겨두고 수탁자가 신탁행위로 정한 바에 따라 재산을 이전하기 때문에, 미성년자 등 재산관리 능력이 부족한 상속인에게는 원본을 곧바로 이전하지 않고 필요한 범위에서 일부씩 시기를 달리하여 이전할 수 있다.

둘째, 유언대용신탁은 유언과 달리 엄격한 요건을 갖출 필요가 없어 효력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이 낮다. 대부분 변호사나 금융기관 담당자 등 전문가가 관여한 상태에서 설정되므로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셋째,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신탁행위로 정한 내용을 이행하므로 수익권(신탁행위로 상속인 등의 수익자에게 부여한 권리)을 실현하는 데 장애사유가 발생할 이유가 없고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다. 특히 일정한 조건을 부기하면 신탁이 설정된 재산에 독립성이 인정되어 위탁자의 재산상태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애초에 의도했던 재산승계 계획이 그대로 실현될 수 있다.

고액자산가만을 위한 제도? 그렇지 않다


많은 국민들이 유언대용신탁은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서만 설정할 수 있고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유언대용신탁은 금융사 VIP와 같은 고액자산가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이는 모든 국민을 위해 도입된 법제도로, 설정 방식에 따라 일반인도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설정할 수 있다. 하나는 은행 등 제3자가 수탁자가 되는 '계약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위탁자 스스로 수탁자가 되는 '신탁선언 방식'이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영미권에서 유언대용신탁으로 활용되는 'Living Trust'는 대부분 신탁선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의 대표 사례로 알려진 마이클 잭슨의 신탁도 위탁자 스스로 수탁자가 된 방식이다.

계약은 부담스러운데...


계약 방식의 유언대용신탁은 몇 가지 부담이 있다. 첫째, 평생을 일군 재산을 제3자 명의로 넘겨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크다. 특히 위탁자가 보유한 대부분의 재산을 위탁자 사망 시까지 오랜 시간 동안 제3자 명의로 이전해야 한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클 수 있다.

둘째,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하고 제3자 명의로 재산이 이전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상당한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재산을 운용하여 수익을 내는 것에 대한 보수가 아니라 재산의 명의를 수탁자에게 넘겼다는 이유로 수수료를 지급하고 매년 추가적인 수수료까지 납부해야 하는 것은 큰 경제적 부담이 된다.

셋째, 은행 등 금융기관이 수탁자가 되는 계약 방식의 유언대용신탁은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어 다양한 규제가 따른다. 이로 인해 신탁할 수 있는 재산의 종류나 신탁행위로 정할 수 있는 내용에도 제한이 따르게 되어 자유로운 상속설계를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신탁선언 방식의 장점과 활용 방안


신탁선언 방식의 유언대용신탁은 계약 방식의 문제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첫째, 위탁자 스스로 수탁자가 되기 때문에 제3자 명의로 재산이 넘어가지 않는다. 위탁자가 자신의 재산을 계속 보유하면서도 신탁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신탁을 설정하더라도 제3자 명의로 재산이 이전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 재산 명의 이전에 따른 초기 수수료나 매년 지급해야 하는 관리 수수료가 없어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셋째, 수탁자가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지 않고 다양한 수익권 설계가 가능하다. 이는 위탁자의 의도에 맞게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재산승계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신탁선언 방식은 최소 가입금액이 없어 진입장벽이 낮다. 고액자산가가 아닌 일반 국민도 큰 비용 부담 없이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신탁재산의 독립성이 인정되어 신탁설정 후 위탁자의 채권자가 집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위탁자의 부도 등 재산상태에 큰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애초에 의도했던 재산승계 계획을 그대로 실현할 수 있다.

비용 부담 낮춰 상속설계 가능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유언대용신탁은 국민들이 자신의 재산을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승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종전에 알려진 계약 방식의 유언대용신탁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접근하는 데 부담이 있었지만, 신탁선언 방식은 이러한 부담을 줄이면서도 유언대용신탁의 장점을 그대로 실현할 수 있다.

특히 신탁선언 방식은 위탁자의 의도에 따라 맞춤형 재산승계 계획을 세울 수 있어, 각 가정의 특수한 상황과 요구를 반영한 상속설계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자녀의 나이나 상황에 따라 재산을 단계적으로 이전하거나, 특정 목적(교육, 주택 구입 등)을 위해서만 재산을 사용하도록 조건을 설정할 수도 있다.

모든 국민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구체적이고 유연한 재산승계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할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 특히 신탁선언 방식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활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상속 분쟁을 예방하고, 개인의 의사가 존중되는 합리적인 재산승계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마이클 잭슨도 선택한 '신탁선언 방식'…비용 아낄 수 있다 [조웅규의 상속인사이트]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l 서울대 법학대학 학사, 동대학원 석사(민법/신탁법 전공)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에서 1년간 연수했다. 상속자문·상속분쟁·기업승계 등 자산관리와 자산승계 분야 전문 변호사로서, 국내 최초로 로펌 내 종합자산관리센터(Estate Planning Center)의설립을 주도하여 현재 자산승계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법인 내 '상속신탁연구회' 회장도 역임하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 삼성생명,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성균관대, 부산외대 최고국제경영자과정(AMP), 전미한인공인회계사협회, LA 한인상공회의소, 오렌지카운티 한인상공회의소 등에서 많은 강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대기업 및 중견·중소기업 오너 일가의 상속재산분할, 유류분반환청구 등 다수의 상속분쟁 및 상속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여러 기업의 안정적인 기업승계 방안 및 전략을 마련하고 실행하여 기업승계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