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김 수출이 조미김 역전…韓 '원료 수출국'으로 변신
한국의 김 수출 구조가 완제품인 ‘조미김’에서 원재료인 ‘마른김’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경쟁국들이 마른김을 쓸어가면서 국내 조미김 업체들이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자칫 김 원료 수출국으로 전락하고, K김 브랜드화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마른김 수출이 조미김 역전…韓 '원료 수출국'으로 변신
9일 한국김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마른김 수출액은 4996만달러로, 조미김 수출액(4920만달러)을 넘어섰다. 협회 관계자는 “마른김 수출액이 조미김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2022년 조미김 수출액은 4억3343만달러로 마른김(2억1335만달러)의 두 배가 넘었다. 그러나 지난해 마른김 수출액이 4억558만달러로 조미김(5억8975만달러)과의 격차가 줄었고, 올해 들어 2월에는 월간 기준으로 역전됐다.

마른김 수출액이 조미김을 넘어선 것은 마른김 재고난 때문이다. 조미김 업체는 통상 물김이 생산되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1년간 쓸 원재료(마른김)를 비축한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의 작황 부진 등으로 일본과 중국 김 가공업체들도 국내 마른김 확보전에 뛰어들어 수요와 가격이 치솟았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일부 조미김 업체가 재고 확보에 실패했다. 마른김 가격이 치솟으면서 조미김 가격 경쟁력도 훼손됐다. 조미김 업체는 매년 물김 생산 시기(11~4월)에 사들인 마른김 평균단가를 기준으로 해외 바이어와 협상한다. 그런데 마른김 가격이 갈수록 치솟자 조미김 업체들은 매년 해외 바이어에게 “단가를 올려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김 수출업계 관계자는 “해외 매장에서 한국의 김 스낵과 경쟁하는 제품은 ‘도리토스’ 같은 과자인데, 도리토스는 20~30g이 통상 1.5달러 정도지만 김 과자는 5g에 1달러”라며 “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조미김은 식사용 김, 스낵 등으로 가공 판매돼 마른김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높다. 목재와 목재로 만든 가구의 판매가격 차이와 같다. 조미김 수출 위축으로 세계 시장에서 K김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전략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와 함께 마른김보다 조미김 수출을 독려해 김 수출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업계에선 “마른김에 수출 관세라도 붙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조미김업계가 원재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연간 김 생산량을 2억5000만~3억 속 수준으로 늘리고, 마른김 가공 공장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