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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상속세는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지만, 부의 세습과 재분배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인해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정부가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40년 만의 상속세제 대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세수 적지만 관심 높은 상속세


우리나라 상속세는 2023년 국세청에서 거둬들인 약 335조원의 세수 중 약 8조 5천억원에 불과해 전체 세수의 약 2.5%밖에 되지 않는다. 상속세 세수 자체는 2019년 약 3조 1,500억원에서 2023년 약 8조 5천억원까지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상속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은 편이다. 최근의 '금수저-흙수저' 비유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상속세가 부의 세습과 재분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적어도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이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OECD 중 '유산세' 채택한 4개국에 포함


OECD 38개국 중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등 11개국은 상속세가 없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20개가 넘는 나라들은 유산취득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영국, 덴마크 4개국뿐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OECD 기준으로도 높은 편인데, 우선 '유산취득세'가 아닌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세 대상인 상속재산의 규모가 커진다. 유산세는 피상속인, 즉 망인의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누진과세하는 방식으로, 상속인이 여러 명이더라도 유산 총액에 대해 하나의 세율을 적용한다.

또한 상속재산 규모에 따라 10%에서 최고 50%의 세율을 적용하는데, 일본(최고 상속세율 55%)을 포함하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고, 최대주주 주식 할증을 고려하면 최고세율은 사실상 65%에 이르기 때문에 실질 세율은 최고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2021년 삼성 이건희 선대회장이 남긴 26조원 규모의 상속 재산에 대하여 12조원이 넘는 상속세가 부과됐는데, 이는 상속세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 및 자진 신고 공제율 등이 적용된 결과다.

유산세의 문제점..."응능과세 원칙 위배"


유산세 방식에서는 상속인이 여러 명이더라도 각자가 얼마를 가져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전체 상속재산에 대하여 하나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상속인들에게 '연대납세의무'를 부여하므로, 행정청 입장에서는 세수 확보가 유리하고 세수행정도 상대적으로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각 상속인 입장에서는 배분받는 유산에 비하여 높은 세율을 부담하여야 하고, 조세부담능력이 없는 다른 상속인의 상속세까지 떠안게 되는 불합리함이 있을 수 있다. 즉, 담세력에 비례하여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응능과세의 원칙'이나 '공평과세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었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5월 중 국회 제출"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하여 상속세제를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기획재정부는 드디어 지난 3월19일 상속세제를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고자 「상속제 및 증여세법」등 관련 법률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발표했다.

상속세 개편 법률안은 40일간의 입법예고를 거쳐 5월 중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며,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개정 법률의 시행일로부터 그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 통과되더라도 올해 중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산 많이 나눌수록 세금 줄어"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 각자가 취득한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누진과세하는 방식이다. 상속이 별로 분배된 재산가액이 기준이 되므로 적용되는 누진세율 자체가 낮아져 상속인들이 납부해야 할 세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상속인들의 실질적인 담세력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공평과세 원칙에 더 부합한다.

재산을 많이 나눌수록 세금이 줄어들므로 유산의 균등 배분을 유도하는 기능도 있고,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위장분할·우회 상속 방지책 마련


그러나 세무 행정 측면에서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있다. 유산세 방식에서는 기본적으로 피상속인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세무서에 신고하면 되었으나,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상속인 각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세무서에 신고하여야 하는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상속재산 분할에 따라 각 상속인에게 결정·고지되는 세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정안에서는 납세자별로 신고하되 공동 신고를 허용하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다음으로 상속인들이 상속세 신고기한(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분할 결정을 하지 않거나 신고하지 않는 경우, 상속인들이 세금을 줄이기 위해 '위장분할'이나 '우회 상속'을 하는 경우,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담세력이 없는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경우 등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가 문제가 된다.

개정안에서는 원칙적으로 상속세 신고기한 다음 날부터 9개월 이내에 분할하도록 정하고 있고,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분할하지 않을 경우에는 상속인별 법정상속분에 따라 신고하되, 분할기한 내 분할 시 수정신고, 기한후신고, 경정청구를 허용하고 있다.

또한 '우회 상속'으로 상속받은 재산을 다른 상속인에게 증여하는 경우에는 피상속인이 해당 상속인에게 직접 상속한 경우와 비교하여 세액이 감소한 만큼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고, '위장분할'에 대하여는 상속세 부과제척기간을 늘려 대응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와 상속세 개편의 의미


유산취득세로의 변경에 이어 배우자 상속공제 확대 혹은 면제로까지 정책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상속세제에 변혁이 일어나게 된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지금 상속세 개편은 단순한 세제 변화를 넘어 노령인구의 생활 안정을 돕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피상속인의 배우자뿐만 아니라 자녀 세대 역시 노년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노년에 접어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감에 따라 새로운 기업의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업승계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증여세와의 관계, 지방세 법령 체계와의 정합성 등을 고려하여 세심한 제도 개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5월 유산취득세 전환 추진...상속세제 패러다임 바뀐다 [고인선의 택스인사이트]
고인선 법무법인 원 변호사 I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에서 세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지방변호사회 조세연수원을 수료했다. 서울특별시에서 지방세 및 도시계획 업무를 하면서 부동산 관련 조세 소송 및 자문 경력을 쌓았으며, 기업, 비영리법인, 공익법인, 기타 기관에 조세 관련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