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한 기술력 앞세워
EU에 AI 플랫폼 '메이븐' 판매
美·유럽 등 각국 국방 재무장
월가 "팰런티어, 최대 수혜자"
미국 인공지능(AI) 방위산업 기업 팰런티어테크놀로지가 기술주 전반의 부진 속에서도 독보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 유러피언’(유럽산 구매) 기조에서도 압도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계약을 맺으며 유럽연합(EU) 시장을 뚫었다. 글로벌 국방비 증액 추세에 가장 큰 수혜를 볼 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EU 자립 외쳤지만 美기업 선택
14일(현지시간) NATO 통신정보국은 “팰런티어의 AI 기반 소프트웨어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을 NATO 연합군 최고사령부(ACO) 작전 수행에 도입하기 위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ACO는 30일 이내 이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메이븐은 미국 국방부와 팰런티어가 공동 개발한 AI 기반 군사 작전 플랫폼이다. 위성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전투의 최우선 목표를 제시하고 최적의 군사적 판단을 지원한다. 이 시스템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030년까지 재무장을 끝내겠다”며 바이 유러피언 전략으로 EU 내 공급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회원국들이 역내 공급망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방위산업 자립을 강조했다. 하지만 NATO는 미국 기업인 팰런티어에 손을 내밀었다. NATO의 이번 계약은 6개월 만에 성사됐다. 노아 실비아 영국 왕립통합군사연구소(RUSI) 분석가는 “방산 계약이 6개월 만에 성사되는 것은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것”이라고 말했다.
NATO는 기술력에서 대체 가능한 EU 내 소프트웨어를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바이 유러피언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프랑스는 팰런티어 시스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AI 군사 작전 플랫폼인 ‘아르테미스’를 개발했지만 실전에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실비아 분석가는 “아르테미스는 경쟁 시스템이라기보다 국내용 대안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루이 디팔마 윌리엄블레어 연구원은 “팰런티어와 NATO 간 이번 계약은 지정학적 긴장이 미국 방위산업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투자자 우려를 불식했다”며 “유럽이 미국 기업 의존도를 낮추려는 기조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계약은 단순한 수주를 넘어 세계 방산업계 전반에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재무장 랠리’ 수혜 기대
팰런티어는 미국 국방부와 긴밀하게 협력해온 업체다.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가안보국(NSA), 국토안보부(DHS) 등 미국 핵심 정부 기관도 팰런티어 주요 고객이다. 지난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매출만 15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2009년 이후 팰런티어는 미국 정부와 27억달러 이상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중 13억달러 이상은 국방부 계약이 차지한다. 지난해 9월 국방부와 5년간 998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갱신했다.
월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1조달러대 국방 예산을 승인할 것으로 본다. 이는 팰런티어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되고 있다. 트럼프의 정책 전환으로 세계 각국이 국방 재무장에 나서는 분위기도 팰런티어에는 긍정적이다. 독일은 국방비를 사실상 무제한 증액할 수 있도록 헌법(기본법) 개정에 합의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분석가는 “팰런티어는 북미와 유럽 정부의 막대한 AI 예산 지출 수혜를 가장 크게 볼 것”이라며 투자 등급을 ‘시장 수익률 상회’로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120달러로 제시했다.
이날 팰런티어 주가는 NATO 계약 수주 소식에 전날보다 4.6% 급등한 92.62달러에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1월 20일) 후 이날까지 26%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팰런티어는 지난 2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24% 가까이 급등했지만 국방부의 예산 8% 감축 추진 소식에 따라 일시적으로 10% 하락하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기술주 전반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주가는 70~90달러 범위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