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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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관세 정책 여파로 불안 심리가 고조된 중국 투자자가 안전자산인 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달 들어 중국의 실물 기반 금 상장지수펀드(ETF)로 흘러간 자금은 올해 1분기 전체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전쟁에 위안화 약세까지…불안한 중국인들, 金 사재기
15일 세계금협회(WGC)의 존 리드 수석시장전략가는 SNS에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중국의 금 ETF 보유량은 29.1t 증가했다”며 “이는 1분기 전체 유입량인 23.5t을 뛰어넘는 수치”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 상장 금 ETF 유입량은 27.8t에 그쳤다. 리드 전략가는 “올 1분기는 미국 관세 정책과 서방 투자자의 금 ETF 매수세가 자금 흐름을 주도했다면 2분기에는 중국 투자자의 강한 매수세가 시장을 이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최근 불안정한 국제 정세가 중국 투자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위안화 가치는 이날까지 약 0.6% 하락했다. 9일 위안·달러 환율이 7.3499위안에 달해 2007년 11월 이후 위안화 가치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중국 투자자 사이에서 자산 가치 하락 우려가 커져 지정학적·경제적 리스크에 대한 대표적 헤지 수단으로 보는 금을 통한 위험 회피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내 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프리미엄도 급등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금 프리미엄은 런던 금값 대비 1%로 올라 1주일 전(0.2%)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현지 거래업자들은 트로이온스당 24~54달러의 프리미엄을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제 금 거래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주간 글로벌 금 관련 은행들이 중국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며 “높아진 프리미엄에 대응해 금을 대량 수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각국 중앙은행도 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 WGC는 작년 폴란드 중앙은행이 90t의 금을 매입한 것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이 총 1045t의 금을 추가로 매입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량은 3년 연속 1000t을 넘겼다. 세계적인 수요 증가에 금은 올 들어 20% 이상 상승했다. 지난 14일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3245.42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 ETF로의 자금 유입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WGC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금 ETF에 유입된 금은 최근 3년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바트 멜렉 TD증권 파생상품 전략총괄은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하면서 금값이 사상 최고치에서 되돌림을 보였지만 거시경제 환경은 여전히 금에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이혜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