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를 요구하면서 한국가스공사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민간 기업 중 알래스카에 투자할 곳이 없다면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나설 수밖에 없어서다. 가스공사는 사업비 60조원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큰돈을 넣을 여력이 없다. 알래스카산 LNG 도입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오는 7월 8일 ‘LNG 캐나다’ 프로젝트 준공식을 열기로 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키티맷에 400억캐나다달러를 들여 LNG 수출용 터미널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혼리버, 몬트니 등 가스전에서 채굴한 셰일가스를 키티맷에서 액화해 배편으로 아시아에 수출하는 구조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끝났고 마무리 작업 중”이라며 “이르면 다음달 말 수출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스공사는 이 프로젝트의 지분 5%를 갖고 있다. 나머지는 석유 메이저인 셸(40%),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25%)와 중국 페트로차이나(25%), 일본 미쓰비시(15%)가 투자했다. 액화한 LNG를 지분대로 나누는 구조다. 가스공사도 70만t 규모 캐나다산 LNG를 확보해 국내에 들여올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 프로젝트가 알래스카 LNG와 겹친다는 점이다. 두 프로젝트 모두 동아시아를 판매처로 삼는 데다 파나마운하 등을 거칠 필요 없이 태평양으로 열흘이면 운송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가격 경쟁력도 LNG 캐나다가 낫다는 분석이다. 알래스카 프로젝트에선 남부와 북부를 잇는 1200㎞ 길이 배관을 새로 깔아야 하는데 캐나다의 배관 총연장 670㎞보다 길다. 공사 중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도 불확실하다. 김태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스 도입처는 다양할수록 좋긴 하지만 (알래스카) 가스를 얼마에 가져올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가스공사는 지난 15일 알래스카주정부와 첫 미팅을 했다. 지분 투자와 LNG 구매 물량에 대한 구체적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관세협상 결과로 참여를 결정하고 가스공사가 나선다면 48조원 규모 가스공사 부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