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말고…"박현주가 찜했다" 소문에 여의도 '술렁'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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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슬라보다 中 비야디?
'박현주 시그널'에 여의도도 술렁
'박현주 시그널'에 여의도도 술렁

올 들어 여의도 증권가에선 중국 주식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중국 인공지능(AI) 업체인 딥시크(DeepSeek)의 AI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은 영향이 크지만,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시그널'도 한몫했다는 후문입니다. "박 회장이 찜했다더라"는 말 한마디에, 펀드매니저들의 손길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현주 회장이 찜한 종목" 펀드매니저들도 관심
여의도에서 돈을 잘 굴리기로 소문난 한 펀드 매니저(운용역) A씨는 최근 "연초 박 회장이 중국에 출장을 다녀온 뒤로 중국에 시선을 사로잡혔다고 전해 들었다"며 "일부 인터뷰 기사에서도 박 회장이 중국 특정 종목들을 거론하면서 매니저들끼리 종목 스터디(분석)에 들어가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국내 한 헤지펀드 운용사의 운용역 B씨는 "AI를 활용한 전기차 테마로 '테슬라'와 '비야디'가 양대 종목이 된 터라, 헤지(위험 노출 회피)용으로 한도 내 테슬라와 비야디의 비중을 조절해 가며 운용 중"이라며 "테슬라의 판매량이 떨어지거나 실적이 안 좋으면 테슬라를 내리고 비야디는 올리는 식"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비야디의 경우 박 회장이 찜한 종목이란 소문이 파다했다"며 "이런 소문이 운용상 투자 전략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지만 시장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영향력이 큰 인물이기 때문에 보조지표 정도로는 염두에 둔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언론 보도와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해부터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들의 테슬라 쏠림을 경계하며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업체들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거대 IT 업체 샤오미는 삼성과 애플을, 전기차 업체 비야디는 테슬라를 추격할 조짐이라는 평가입니다.

'쏠림' 싫어하고 현장 경영 중시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는 박 회장은 국내 금융권에서 유례없는 성공 신화의 주인공입니다. 평사원에서 출발해 국내 최대의 금융투자그룹을 일궜기 때문입니다. 1986년 동양증권에 입사한 그는 4년 뒤 32세의 나이로 '전국 최연소 지점장'이란 수식어를 얻었습니다. 1997년 동료 지점장들과 함께 '박현주 사단'을 꾸려 미래에셋캐피탈을 세웠습니다. 이듬해 말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 국내 첫 뮤추얼펀드 '미래에셋 박현주 1호'를 선봬 대박을 터뜨렸습니다.특히 '대우증권' 인수와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엑스'(Global X) 인수는 그룹 주요 결단으로 꼽힙니다. 2016년 대우증권 인수 후 미래에셋증권은 각 부문에서 입지를 키워 지난해 말 기준 10조원에 육박하는 자기자본을 기록했습니다. 미래에셋운용이 사들인 글로벌엑스의 자산운용 규모(AUM)는 2018년 인수 당시 약 10억달러(약 1조4200억원)에서 지난해 7월 기준 50억달러(약 7조1200억원)를 넘어섰습니다.
물론 어려운 시기도 있었습니다. 2007년 시중 자금을 대거 끌어모으며 펀드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인사이트 펀드'가 글로벌 증시 급락 속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던 것이죠. 중국 주식에 대한 비중이 압도적이었던 이 펀드는 평가 손실이 상대적으로 더 컸습니다. 적금을 깨고 이 펀드에 가입했던 수많은 투자자로선 아픈 과거입니다. '박현주'라는 브랜드가 역효과를 낳은 대표적 예입니다.
업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박 회장은 주식·채권 등 투자자산군뿐 아니라 특정 국가나 지역에 지나치게 집중된 투자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2010년대 중반 대우증권 인수를 즈음해 책 <에너지 혁명 2030>을 임원들에게 배포하면서 "한국 사람들도 자유롭게 테슬라 주식을 살 수 있게끔 하는 증권사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고 합니다. 그런 박 회장이 2020년대 들어서는 테슬라가 아닌 중국 전기차를 추천하고 나선 겁니다. 미국 주식으로 쏠림이 정점 수준이라는 의미로도 풀이됩니다.
또 박 회장은 현장을 직접 보고 듣는 것을 중시한다고 합니다. 그는 중대한 투자 결정이 필요한 시기마다 직접 발로 뛰며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체감해 왔습니다. 임직원들에게도 해외 주요 콘퍼런스 참석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편입니다. 단순히 행사에 참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분위기를 면밀히 살피고 변화의 흐름을 포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오랜 지론이었죠. 미래에셋 내부에선 "출장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면 오히려 혼난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입니다.
"박현주 색깔 묻어난 상품만" 내부선 볼멘소리도
다만 오너의 강한 입김이 직원들에겐 부담일 때도 있다고 일부 직원은 토로하기도 합니다. 박 회장이 투자하기 좋지 않다고 판단한 종목에 대해선 비중을 늘리거나 해당 종목을 중심으로 한 상품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로 해당 종목을 앞세운 상품을 냈다가 박 회장이 콕 집어 지적한 적도 있었다는 후문입니다.일명 '박현주 색깔'이 짙게 묻어난 상품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미래에셋운용이 안고 있는 고민 중 하나란 겁니다.
운용가(街)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잘 될 종목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에서 잘 팔릴, 대세인 종목을 담는 것도 운용역 입장에선 중요하다"며 "오너의 한 마디는 하루도 안 돼 사내에 퍼진다. 운용역들로선 자신의 분석과 판단보다 오너의 투자 철학이 우선시된다면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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