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의 경북 구미 공단동 드림팩토리에서 자동광학검사 로봇이 불량 제품을 판별하고 있다.  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의 경북 구미 공단동 드림팩토리에서 자동광학검사 로봇이 불량 제품을 판별하고 있다. LG이노텍 제공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둥지를 트는 반도체 기판 분야에서 ‘끝판왕’ 제품으로 통한다. 칩과 기판을 바느질하는 식으로 연결하는 기존 와이어 본딩 방식보다 전송 속도가 높을 뿐 아니라 열도 잘 방출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회로를 넣기 적합한 데다 두께도 줄일 수 있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의 최대 수혜 제품 중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딱 하나, 고난도 공정이 요구되는 FC-BGA의 경우 수율이 일반 기판(95%)의 절반인 50%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FC-BGA 시장 후발 주자인 LG이노텍이 ‘빠른 추격자’ 전략의 키워드로 ‘AI와 로봇을 활용한 수율 잡기’를 선택한 이유다.

◇생산 인력 경쟁사 대비 50% 수준

자율이동로봇(AMR)이 제품을 옮기는 모습.  LG이노텍 제공
자율이동로봇(AMR)이 제품을 옮기는 모습. LG이노텍 제공
지난 17일 LG이노텍의 경북 구미 드림팩토리(FC-BGA 생산 공장)를 방문했을 때 기자를 처음 맞이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자율이동로봇(AMR)이었다. AMR 수십 대가 곳곳에 놓인 장비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각종 부품을 해당 공정에 맞는 선반대 위로 실어 날랐다. 10여 단계에 걸친 제조 공정의 ‘실무자’도 모두 로봇이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곤 로봇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LG이노텍은 2022년 LG전자로부터 이 공장을 매입해 FC-BGA 시장에 뛰어들 때부터 ‘최첨단 AI 자동화 공정’을 사업 성패를 가를 핵심으로 봤다. 후발 주자의 한계를 딛고 올라서려면 경쟁사를 압도할 ‘필살기’가 필요했고, LG이노텍은 그 해답을 AI를 활용한 자동화에서 찾았다. 사람 숨결이나 미세한 스크래치만으로도 불량률이 높아지는 FC-BGA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사람이 할 일을 로봇과 AI로 대체하면 불량률 감소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AI 비전검사’가 그런 예다. 고객 요구대로 제품이 나왔는지, AI가 검사하고 불량품을 걸러내는 시스템이다. 박준수 LG이노텍 FS생산팀장은 “이 시스템 덕에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대 90% 단축됐고, 샘플링 검사 인력도 90% 줄었다”고 설명했다.

첨단 반도체 기판 '수율 싸움'…LG이노텍 비밀병기는 AI
디지털 트윈도 수율 향상에 도움이 됐다. 현실과 똑같은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해 본 다음 설비를 구축하는 만큼 초기부터 높은 수율을 낼 수 있었다. 강민석 기판소재사업부장(부사장)은 “자동화 덕에 LG이노텍의 고난도 FC-BGA 수율은 업계 평균(50%)보다 훨씬 높다”며 “공장 인력도 경쟁사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의 목표는 ‘전(全) 공정 자동화’다. 2026년까지 모든 생산 과정의 문제를 실시간 감지·분석·보정하는 공정 지능화 시스템을 도입해 FC-BGA 수율을 2027~2028년께 9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2030년 조(兆) 단위 사업으로 육성

세계 FC-BGA 시장의 최강자는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다. 여기에 대만 유니마이크론과 오스트리아 AT&S, 한국 삼성전기 등이 가세해 2022년 80억달러(11조4000억원) 규모에서 2030년 164억달러(23조3600억원·후지키메라연구소 예상치)로 커질 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LG이노텍은 자동화 시스템을 앞세워 2030년까지 FC-BGA를 조(兆) 단위 사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말 글로벌 테크 기업에 PC용 FC-BGA를 처음 공급한 데 이어 최근 또 다른 빅테크를 고객 명단에 올렸다. LG이노텍은 30년가량 기판소재 사업을 벌이며 확보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FC-BGA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생산능력 확충에 1조원 가까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은 차세대 유리 기판 기술과 관련해서도 2027년 사업화를 목표로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구미=김채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