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활성화' 깃발 든 이재명…'밸류업'과는 거리두기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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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일본도 밸류업 10년…정책 연속성 중요"

지난 21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의 전언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이날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만나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 후보는 발언할 차례가 되자 "대한민국 자산시장이 부동산 중심인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본시장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선진국에선 주식 투자를 많이 하지 않나. 주식 투자로 배당을 받아 생활비로도 사용하는데, 우리나라는 배당을 잘 주지도 않는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황당한 유머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후보의 모두 발언 후 간담회는 예상과 달리 흘러갔습니다. 당초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최영권 한국애널리스트회장의 인사말, 이 후보의 모두 발언까지 공개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는 '간담회를 비공개로 전환하겠다'는 진행자의 말을 가로채며 "미리 짜놓은 콘티가 있나 본데, 그렇게 하지 말고 먼저 공개적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주십시오"라며 발언권을 참석자들에게 넘겼습니다. 10시10분께 시작된 공개 발언은 50분가량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생각하는 '자본시장 정상화' 방법은 윤석열 정부와 다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밸류 다운'이라고 지적하며 '코리아 부스터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띄우기도 했습니다. 전날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본시장 관련 공약을 발표했지만 지난해 증시의 화두였던 '밸류업'이란 단어는 쓰지 않았습니다.
먼저 정부는 주주이익 보호를 위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후보는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까지 넣어 강력히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 대표는 저PBR 종목에도 날을 세웠습니다. 현재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 수준입니다. PBR이 1배보다 낮다는 것은 주가가 기업의 청산가치(자산)보다도 낮을 정도로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뜻입니다.
기존 밸류업 프로그램은 '자율'을 강조했습니다. 기업 가치 우수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입니다.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도 유도했습니다.
반대로 이 후보는 저PBR 종목을 '솎아내야 할 대상'으로 봤습니다. 당장 청산하는 게 나을 정도로 저평가된 종목은 시장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이 후보는 "시장 물을 흐리는 것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PBR이 0.1, 0.2인 회사들의 주식이 왜 있느냐"며 "빨리 사서 청산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목표는 같지만 정책 방향은 크게 다릅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책 연속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정부에 따라 경제 정책도 바뀌면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입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이유로 '코로나19 당시 증시 하락 국면에서 주요 투자수단인 공매도를 금지하고, 정책 연속성도 없어 외국인이 한국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전했습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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