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접는다. 사업 진출 3년 만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길어지고, 사업자가 난립하자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과감히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그 대신 인공지능(AI)산업이 급성장하며 커지고 있는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ES사업본부가 추진하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22년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하이비차저(옛 애플망고)를 인수하며 관련 사업에 진출했다. 사업 철수에 따라 하이비차저는 청산 절차를 밟는다. LG전자 내에서 충전기 사업을 담당하던 인력은 회사 내 다른 조직에 전환 배치한다.

전기차 충전 사업의 첫 해외 생산 거점으로 지난해 1월 가동을 시작한 미국 텍사스 공장은 이미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침체로 전기차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전기차 인프라 보조금 지원이 중단되는 등 악재가 겹친 영향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성장 지연과 경쟁 심화 등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리밸런싱’ 차원의 결정”이라며 “사업 종료 후 유지보수 서비스는 차질 없이 수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접는 대신 AI발(發) 붐이 불고 있는 HVAC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HVAC 솔루션은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열기를 식히려면 칠러 등 고성능 HVAC가 필수적이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 데이터센터에 칠러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HVAC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LG전자는 HVAC를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하에 ES사업본부를 지난해 11월 출범시켰다. ES사업본부의 지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원, 3500억원을 웃돈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HVAC를 가전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확장할 기업 간 거래(B2B) 사업 핵심 분야로 정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10조원 수준인 HVAC 연 매출을 2030년 2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박의명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