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해임 가능성을 시사하며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물러섰다. 파월 해임설로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그를 해고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수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폴 앳킨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취임 선서식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내년 5월까지인 파월의장의 임기를 보장할 것임을 확인하며 시장을 안심시킨 것이다. 그는 오히려 "언론이 과도하게 보도했다"며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지난 17일 "파월의 임기는 빨리 끝나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SNS를 통해 파월 의장을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늑장쟁이)이자 중대 실패자(major loser)"라고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집권 1기 때인 2017년 11월 2일 미 중앙은행(Fed) 의장에 제롬 파월을 임명한 뒤 백악관에서 파월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 사진=REU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집권 1기 때인 2017년 11월 2일 미 중앙은행(Fed) 의장에 제롬 파월을 임명한 뒤 백악관에서 파월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 사진=REUTERS
파월 의장의 해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미 증시는 크게 출렁인 바 있다. 전날 뉴욕 증시 3대 주요 지수는 일제히 2%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설을 부인하자 주가지수 선물이 한때 2% 가까이 반등했다.

크리스 웨스턴 페퍼스톤그룹 전략가는 "아직 초기지만 시장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고 있다"며 "전날 강했던 ‘셀 아메리카’ 흐름이 일부 되돌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ISI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파월 의장을 해임했다면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전날 이미 '잔인한 예고편'을 봤다"이라며 "이번 발언은 스태그플레이션이나 관세 위기가 국가 부채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을 줄이는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다만 Fed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은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금리를 인하할 완벽한 시점"이라며 "파월 의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식료품 등 물가가 내려갔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우리는 Fed가 늑장 대응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움직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중앙은행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뢰이고, 신뢰에는 독립성이 수반된다"며 "이 신뢰는 반드시 보호해야 할 매우 소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다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