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말 대비 35% 떨어져
브라질 작황 개선에 공급 확대
국제 원유가격 하락도 영향
가공식품 인상 릴레이 멈출 듯
지난해 국내 설탕 최대 40%↑
‘슈거플레이션’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천정부지로 치솟아 가공식품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된 설탕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주산지인 브라질과 인도의 기후변화, 세계 경제 둔화 여파로 고점 대비 30% 이상 급락했다.
◇급락한 글로벌 설탕 선물
22일(현지시간) 뉴욕국제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설탕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17.99센트로 거래를 마쳤다. 2023년 10월 말 고점 대비 34.3% 떨어져 1년 전(19.40센트)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지난해 말까지 20센트를 웃돌던 설탕 가격은 올 들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커피, 코코아, 면화, 오렌지주스와 함께 5대 연성 원자재 중 하나인 설탕 가격은 수요 변화가 크지 않아 공급 측면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설탕 원료인 사탕수수의 주산지는 브라질과 인도다. 각각 전 세계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설탕 가격이 급락한 것은 브라질 작황이 좋았기 때문이다. 브라질설탕협회에 따르면 중남부 지역의 4월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20% 늘었다. 예년보다 빨리 수확에 나섰고 작황도 좋았다. 브라질 시장조사기관 데이터그로는 2025~2026년 브라질 중남부 설탕 생산량을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4240만t으로 예측했다.
중장기 상승 가격 압력도 낮아졌다. 4월에 수확하는 브라질과 달리 연말부터 수확에 나서는 인도에서도 작황이 괜찮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인도 기상청은 올해 인도의 계절성 우기인 몬순 시기에 평년보다 강수량이 5%가량 많을 것으로 예보했다.
국제 원유 가격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국제 원유 가격이 높아지면 사탕수수 생산자는 바이오 에탄올 생산량을 늘려 사탕수수 수요가 증가한다. 2022~2023년엔 원유 가격 상승과 브라질의 건조한 날씨, 인도 정부의 설탕 수출 금지 정책 등이 겹치며 설탕 가격을 밀어 올렸다.
하지만 올해엔 관세 전쟁에 따른 무역 위축으로 원유 가격이 하락해 사탕수수의 에탄올 전환 비율이 평년보다 2~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설탕 수출 정책과 원유 가격 등을 향후 설탕 가격의 주요 변수로 꼽는다.
◇국내 설탕 가격은 최대 41%↑
지난해 설탕 가격 상승으로 국내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 가격은 줄줄이 인상됐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국 평균 설탕 판매가격은 40% 넘게 오르기도 했다. 청정원 유기농 황설탕 454g은 1년 전 전국 평균 판매가가 3580원에서 지난 18일 기준 5080원으로 41.9% 급등했다. 큐원 갈색 설탕(1㎏, 21.4%), 백설 흑설탕(1㎏, 4.3%) 등도 가격이 올랐다. 대표 제품인 백설 하얀 설탕(1㎏) 가격은 5년 전 1907원에서 올해 2627원으로 연평균 6.6% 상승했다.
설탕 가격 하락으로 가공식품 인상 릴레이에도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설탕은 원재료 매입 계약과 실제 판매 시점 사이에 3~6개월 시차가 있기 때문에 현재 가격 인하 요인은 하반기에나 가격에 반영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도 전기료, 인건비 등이 계속 오르고 있어 가격을 인하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