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설 속 국회 찾은 한덕수.."신속히 관세 협상 돌입해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미국의 관세 조치로 우리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예상된다"며 "신속하게 협상에 돌입해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전례 없는 미국발 관세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경제환경이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중대한 도전'의 이유로 언급했다. 한 권한대행은 '미국의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 조치와 기본관세 도입, 그리고 상호관세 예고' 등을 거론하면서 "세계 수십여개 국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추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이날 밤 미국 워싱턴 DC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재무부 장관 및 USTR 대표와 '한미 2+2 통상협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 하에 무역균형, 조선, LNG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합의점을 모색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분야의 투자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세계 각국은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패권 확보를 위해 앞다투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은 5000억달러를, EU는 2000억유로의 초대형 투자계획을 발표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I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은 국가의 미래 성장과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만큼, 우리나라도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도록국가 차원의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추경 예산안에도 통상 및 AI 지원 분야 예산이 4조4000억원 편성됐다. 한 권한대행은 "수출 기업의 유동성 경색을 방지하기 위해 정책 금융기관에 1조5000억원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할 것"이라며 "대출, 보증, 보험 등 특별자금 25조원이 필요한 곳에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AI와 관련해선 "AI의 연산과 학습에 필수적인 고성능 GPU를 연내 1만장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는 국내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봤다. 한 권한대행은 "코로나19 이후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심리 회복이 더디고, 고금리 상황도 지속되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은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섰고, 제2금융권 대출 연체율도 최근 10년 새 최고치로 치솟았다"고 짚었다.

지난 3월 영남지역 산불 피해는 "역대 최악의 피해"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발생한 피해를 조속히 수습하고, 앞으로 발생 가능한 재난·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는 것은 정부의 가장 근본적인 책무"라고 말했다. 이번 추경에 산불 피해 대응 예산은 3조2000억원, 민생 안정 예산은 4조3000억원이다. 한 권한대행은 "추경 예산안의 재원은 세계잉여금 및 기금 자체 자금 등 가용재원 4조1000억원과 8조 1000억원 규모의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와 정부의 협력도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언급하면서 "극복 과정에는 정부와 국회가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며 협력했던 진정성 있는 노력이 있었다"고 했다.
출마설 속 국회 찾은 한덕수.."신속히 관세 협상 돌입해야"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시정연설을 한 것은 지난 1979년 11월 최규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이후 46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1월 국무총리 신분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대신해 시정연설을 대독한 적은 있다. 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도 추경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에선 한 권한대행이 국회에 들어올 때 미국과 협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했다. 민생 추경을 확대하라는 문구도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입장 지연으로 시정연설은 10시10분이 지나 시작됐다. 한 권한대행이 시정연설을 시작할 때 "내란대행 사퇴하라"고 소리친 사람도 있었다.

강진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