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기업들이 △재고 관리 △생산물량 재배치 △가격 인상 △현지 공장 건립 등의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를 짜고 순차적 대응에 나섰다. 품목 관세 시행, 미국 공장 규모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미국발 관세 여파에 따른 비상 경영에 본격 돌입한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대상 특강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관세를) 최대한 수용할 것”이라면서도 “관세 인상폭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미국향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 미국 공장 증설은 가장 마지막 단계”라고 말했다.

미국은 국가별 상호관세는 일정 기간 유예하고 10% 기본관세만 부과한 상태다. 현재 부과되는 10% 수준의 보편관세는 운영 효율화나 재고 순환 수준에서 감당하되 상호관세가 현실화하면 각국 공장 생산물량을 재배치하는 ‘스윙 생산’, 판가 인상, 현지 생산 확대 등의 대응 방안을 순차적으로 실행하겠단 의중으로 풀이된다.
지난 24일 서울대에서 특강하는 조주완 LG전자 CEO. / 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서울대에서 특강하는 조주완 LG전자 CEO. / 사진=연합뉴스
LG전자는 미국 공장에서 세탁기·건조기를, 멕시코 공장에선 생활가전과 TV를, 베트남 공장에서는 냉장고·세탁기 등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우선 재고 물량으로 관세에 대응하거나 다른 나라 공장에서 생산되는 미국향 제품을 현지 공장 생산으로 돌려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가격 인상, 현지 공장 건립 순으로 대응한다는 시나리오다.

LG전자는 1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관세 대응 전체 금액에 대한 제조 원가 개선, 판가 인상 등 전체 로드맵이 준비돼 있다. 판가 인상에 대한 고객사 협의는 이미 완료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조 CEO는 미국 테네시 공장 증설 가능성에 대해선 “사실상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관세 정책 시행 전 제품을 미리 사두는) ‘풀인 효과’는 1분기에 그렇게 크지 않았다. 관세로 (실적이) 악화가 되든 플러스가 되든 2분기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같은날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22조7398억원, 영업이익은 5.7% 감소한 1조2591억원을 기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맨왼쪽)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 사진=백악관 X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맨왼쪽)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 사진=백악관 X
25% 품목 관세를 적용받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재고 차량을 최대한 활용해 6월2일까지 현지 판매 차량 가격을 올리지 않을 방침. 현대차는 지난 24일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완성차 및 부품 재고 비축을 위해 3월 말까지 선적을 최대한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전사적으로 관세 대응 전략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현대차는 관세 영향 최소화를 위해 각국 공장의 차종별 공급 최적화에 주력하고 있다.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미국행 투싼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으로 돌리고, 대신 HMMA에서 생산되던 캐나다 판매 차종은 멕시코에서 만들어 캐나다로 넘기는 식으로 대응한다.

투싼은 북미에서 가장 인기 높은 차종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20만9624대 팔려 현대차 차종 가운데 판매량 1위에 올랐다. 현지 베스트셀링카인 만큼 미국 공장에서 물량을 생산해 관세 영향을 최대한 피한다는 계산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미국행 물량도 미국 시장 점유율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수익성 위주로 타 생산 거점 이관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다. 회사 측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내년부터 하이브리드차량 생산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