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에 닥친 수수료 인하 후폭풍에도 삼성카드가 나 홀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한 영향이 컸다. 다만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경기 침체에 따른 연체율 악화 등으로 주요 카드사 실적이 올해 1분기부터 뒷걸음질 친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나 홀로 성장한 삼성

수수료 인하 후폭풍에도…삼성카드 '나 홀로' 질주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184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이어 업계 1위를 유지했다. 반면 삼성카드와 함께 ‘카드업계 4강’으로 꼽히는 신한·KB국민·현대카드는 일제히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쪼그라들었다. 지난 2월부터 카드 수수료율이 본격적으로 인하된 영향이 컸다. 신한카드는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7% 줄어든 1357억원을 기록했다. KB국민카드는 1분기 순이익이 845억원으로 같은 기간 39.3% 감소했다. 현대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614억원으로, 3.8% 줄었다.

영업이익 부문에서도 삼성카드가 선두를 차지했다. 삼성카드는 1분기 영업이익 2450억원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신한카드(1784억원), KB국민카드(1115억원), 현대카드(798억원)가 뒤를 이었다.

삼성카드의 실적이 유일하게 증가한 것은 꾸준히 장기채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 구조를 안정적으로 구축해 차입금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카드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3년 만기 이상 장기채 비중은 30.9%로, 업권에서 가장 높다. 이와 함께 개인 신용판매 등 핵심 지표가 개선된 영향도 반영됐다. 삼성카드의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17.22%에서 올 1분기 18.09%로 상승했다.

◇연체율 악화 부담 커져

카드업계에서는 올해 실적 ‘보릿고개’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의 거듭된 인하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적격비용에 마진을 더해 산정한다. 2012년 적격비용 제도를 도입한 이후 단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았다.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 여파로 연체율도 오름세다. 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카드 등 1분기 실적을 발표한 6개 카드사의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대비 모두 상승했다. 하나카드의 1분기 말 연체율은 2.15%로 집계됐다. 2014년 이후 최고치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연체율도 각각 1.61%로 지난해 4분기보다 악화했다.

연체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손충당금은 회수 불가능한 채권에 대비해 미리 적립하는 금액이다.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돼 순이익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은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이 많이 늘어나면서 순이익이 급감했다”며 “건전성이 악화일로인 만큼 올 한 해 카드업계가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