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52시간 규제·주휴수당 부담…초단시간 근로자 사상 최대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채용 시장에도 찬바람만 불고 있다. 지난해 비자발적 실직자는 전년보다 8% 많아지고 1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임금근로자는 사상 최다치로 치솟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8일 발표한 ‘최근 고용 흐름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고용 시장의 주요 특징으로 채용 시장 한파 심화, 비자발적 실직자 증가, 초단시간 일자리 증가, 자영업자 감소 등을 꼽았다.

먼저 신규 채용으로 분류되는 근속 3개월 미만 임금근로자는 지난해 4분기 12만2000명 줄었다. 2만3000명이 늘어난 2023년 1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대졸자(19만5000명) 가운데 취업자는 7만7000명으로 39.5%에 불과했다. 졸업을 연기하거나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면 취업하지 않는 인구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학사 학위 취득 유예생(1만8000명)은 2021년 이후 가장 많았다.

해고, 권고사직,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비자발적 실직자는 지난해 137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8.4% 증가했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47만7000명 증가) 이후 4년 만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건설 불황 여파로 건설업, 부동산업에서 비자발적 실직자가 많이 늘었다.

반면 초단시간 일자리는 지난해 140만6000명으로 1980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아졌다. 특히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96만6000명)보다 44만 명이나 많다. 작년 증가분 69.7%(10만명)는 기혼 여성이었다. 경총은 “개인 여건에 따라 단시간 근로를 선택하는 경향이 커졌고, 주 52시간 근무제나 주휴수당 부담으로 기업의 단시간 일자리 수요 확대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했다.

전체 취업자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9.8%로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20% 아래로 내려갔다. 임금 일자리 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영업 불경기 속에서 폐업자가 속출한 영향이다. 특히 30대와 40대 자영업자는 지난해 각각 3만5000명, 1만2000명 줄어들며 청년층의 폐업이 많았다. 재취업하기 힘든 60세 이상만 2만3000명 많아졌다.

김선애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채용 시장에) 불안 요인이 확대되는 가운데 초단시간 근로 활성화, 고령층의 자영업 유입 등 계층별 노동 이동 방향이 뚜렷하다”며 “고용 시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채용을 옥죄는 노동 시장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직업훈련 체계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