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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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와 부품에 관세 부과를 밀어붙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발 물러선 것은 관세 부과의 여파가 예상 밖으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를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매기는데 정작 이들 자동차 기업과 근로자 조차 피해를 보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 기업에서도 해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째인 29일 기념행사 장소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교외의 매콤카운티를 택했다. 미시간 주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자동차, 스텔란티스 등 주요 미국 자동차 기업의 공장이 밀집한 대표적인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다. 이 지역 경제의 20%가 자동차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에 도착하기 전 자동차 관세 완화 관련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텃밭' 러스트벨트 흔들리자…車관세 한발 물러선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미국 제조업 부흥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쇠락한 미국 제조업을 상징하는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대선에서 경합주인 미시간에서 56% 득표율을 기록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취임 이후 러스트벨트를 보호할 수단으로 선택한 '관세 전쟁'은 오히려 현지 기업과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3월 발효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와 이달 4일 시행 된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는 미국 제조업체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은 미국 내 신차 가격이 최대 1만2000달러(1760만원) 인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 핵심 지지층인 러스트벨트 노동자의 일자리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이달 초 수입차에 관세가 부과된 직후 스텔란티스는 미국 내 5개 공장에서 근로자 900명을 일시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산 부품을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에서 조립하는 과정에서 관세가 부과돼 차량 제조 원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가브리엘 에를리히 미시간대 교수는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내년 말까지 미시간에서 자동차 제조 일자리 600개가 사라지고, 관련 서비스업에서도 일자리 1700개가 추가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자동차 제조업의 리쇼어링(미국으로 생산시설 복귀)을 목표로 하지만 복잡한 공급망과 누적 관세 구조는 오히려 그 목표를 저해할 수 있다"며 "결국 공급망에 충격을 주는 동시에 소비자 가격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車 기업 여전히 관망모드

이번 자동차 관세 완화 조치가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는 백악관의 기대와 달리 자동차 제조사들이 실제로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길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고율 관세 등 자신이 내놓은 정책을 잇달아 철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관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수조원대에 달하는 대규모 신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존 라로카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AAPC) 수석은 "현재까지 업체들의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며 "대부분 기다리며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국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완성품인 자동차는 물론 부품에도 관세가 부과되면 이중으로 연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 많았다"며 "이를 다시 돌려받을 수 있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임다연/신정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