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슬레 헬스사이언스 스토어에 방문한 고객들.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네슬레 헬스사이언스 스토어에 방문한 고객들.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긴장 푸세요. 신체가 편안한 상태로 검사해야 건강 정보가 제대로 측정이 됩니다."

병원에서 의료진에게 듣는 지적이 아니다. 백화점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매장에서 제공하는 건강 분석 프로그램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종합 헬스케어 기업 현대바이오랜드는 지난달부터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 2층에 토탈 헬스케어 전문매장 ‘네슬레 헬스사이언스 스토어’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

네슬레 스토어엔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전문기기 ‘아누라 매직미러’가 있다. 지난해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한 이 기기는 얼굴을 비추기만해도 건강 상태를 진단해준다. 네슬레 스토어가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지난달 말 아누라 매직미러를 통해 건강 상태를 점검해 봤다.
아누라 매직미러를 체험하는 모습.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아누라 매직미러를 체험하는 모습.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아누라 매직미러는 거울처럼 생긴 기기에 30초 간 얼굴만 비추면 된다. 이 단순한 활동만으로도 자동으로 광학 센서를 통해 생체지표를 측정한다. 기기로 전달된 지표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통해 10초만에 분석돼 호흡·맥박·혈압·피부나이는 물론 당뇨·뇌졸증·고혈압 위험성 등 20여가지 정보를 전달한다. 피를 뽑는 체혈식이나 신체를 압박하는 접촉식으로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기기들과 달리 비접촉식이라 간편하다.

아누라 매직미러 외에도 체성분·미량영양소·정신건강(스트레스) 등 종합적 영양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기기도 있어 건강 상태가 다각도로 분석된다. 판매 제품군에 대한 전문교육을 이수한 상담사가 상주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 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 구체적인 복용법을 알려주고 건강 상태 변화를 추적해가며 조언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서비스 비용은 무료다. 현대백화점 자사 앱(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거나 매장으로 전화하면 30분 단위로 예약할 수 있다.
영상=현대백화점 제공
영상=현대백화점 제공
네슬레 스토어에서 무료로 건강 분석을 제공하는 데에는 건기식 판매를 최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 제품 판매에만 중점을 둔 기존 매장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게 현대바이오랜드 측의 판단이다. 건기식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저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와 접근성 높은 편의점, 헬스&뷰티(H&B) 플랫폼 올리브영 등 여러 유통 채널들이 잇따라 '가성비'에 특화된 제품을 내놓는 상황에서 현대백화점은 네슬레 스토어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했다.

첨단 IT 기기를 활용해 개인 건강 상태에 최적화한 맞춤형 건기식을 제안한다는 게 두드러진 특징이다. 매장 내에선 프리미엄 비타민 '솔가'를 비롯해 콜라겐 '바이탈 프로틴', 전해질음료 '눈' 등 10여개 브랜드의 140여개 제품이 비치돼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개점한 지 닷새 밖에 되지 않았지만 검사를 진행한 고객 80% 이상이 진단표를 보고 맞춤형 상품을 사가는 등 매장 방문이 구매로 이어지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에선 이 매장을 유치하기 위해 2년 전부터 공을 들여왔다. 백화점 측이 AI 기반 토탈 헬스케어 전문매장을 구상해 세계 최대 식품기업인 네슬레 측에 먼저 제안했다. 제안에 큰 관심을 보인 그레그 베하르 네슬레 헬스사이언스 대표(CEO)가 즉시 방한해 백화점을 둘러보고 갔을 정도로 개인 건강 맞춤형 건기식 매장은 이 시장에선 시도된 바 없는 혁신적인 판매 전략으로 꼽힌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헬스케어 사업은 네슬레 스토어 운영사인 현대바이오랜드를 필두로 백화점·그린푸드(식품) 등이 결합하는 구조다. 향후엔 매장 내에서 식품 계열사 현대그린푸드가 자체 개발한 AI 영양 상담 시스템 '그리팅X'를 활용해 건기식뿐 아니라 개인의 영양 상태에 맞는 신선·가공식품을 폭넓게 제공할 예정이다.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내년에는 백화점·현대그린푸드의 헬스케어 기능을 모두 합친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네슬레 스토어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백화점의 개인 맞춤형 건기식 매장 '핏타민'과 현대그린푸드의 시니어 케어푸드 매장 '그리팅 스토어'를 더하는 형태다. 핏타민은 약사가 매장에 상주하며 건기식이나 보조제를 맞춤형으로 소분 판매하는 매장이다. 현대그린푸드의 '그리팅'은 국내 최초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다.

헬스케어 사업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신성장동력이다. 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통·식품은 내수 절벽에 따라 성장에 한계가 있어서다. 인구 고령화에 맞춰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룹은 2021년 이미 '비전 2030'을 발표하며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을 핵심 신수종 분야로 정한 바 있다. 회사 측은 2030년까지 헬스케어 연 매출을 4000억원 이상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현대백화점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등 헬스케어 분야는 그룹 내 제조 및 유통 플랫폼과의 높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영역”이라며 “그룹 헬스케어 사업의 핵심 파트너인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와 협업을 통해 앞으로도 차별화된 헬스케어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