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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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얼마 전 공동으로 진행한 ‘2024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는 흥미로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조사는 금융이해력을 ‘금융지식’ ‘금융행위’ ‘금융태도’라는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 이뤄졌다. 금융지식은 금융 의사결정에 필요한 기본적인 개념 이해 수준을, 금융행위는 소득과 지출 관리 및 금융상품 활용 여부를, 금융태도는 미래 대비를 위한 저축 성향을 측정했다.

◇ 금융이해력 악화 눈길

유튜브에서 투자 정보를 손쉽게 접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동학개미’ ‘서학개미’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금 국민의 금융 이해력 수준은 당연히 과거보다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두 가지 포인트가 특히 눈에 띈다.

첫째, 우선 우리나라 성인의 전반적인 금융이해력은 직전 조사인 2년 전보다 소폭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하 폭이 큰 영역은 금융지식 영역이다. 인플레이션이 실질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도 점수가 크게 떨어졌다. 물가가 급등한 2년 전과 달리 체감 인플레이션이 약해지자 사람들의 관심도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둘째, 5060세대와 고소득층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상승했지만 청년층과 고령층, 저소득층의 점수는 하락했다. 고령층과 저소득층의 점수 하락은 이해할 수 있지만 청년층은 의외다. 최근 투자 정보가 대부분 디지털로 유통되는 점을 생각해 보면, 다양한 투자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5060세대보다 청년층이 훨씬 유리하다고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층의 금융이해력 취약성은 재무점검, 재무목표 점수에서도 드러났다. 55.8에서 33.2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유독 심하게 감소했다. 다른 연령대는 평균 11점 정도 하락했는데 20대 청년층은 그 두 배인 22점이 하락했다.

◇ 자산 축적과 금융이해력

두 가지 결과는 분명한 시사점을 가진다. 예상과 다르게 청년층의 금융이해력 기반이 튼튼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린이, 청소년 시기에 체계적인 금융 교육을 받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소비와 지출 관리 습관은 학교 교육만으로 길러지지 않는다. 부모의 평소 씀씀이와 생활 패턴을 보고 체득한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의 1000원과 미래의 1000원이 같지 않다는 것을,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을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일찍 인지시켜줄 수 있다면 아이는 투자에 일찍 눈을 뜰 가능성이 높다. 부모가 자녀의 학업에 가지는 관심의 일부를 금융이해력에 쏟았더라면 조사 결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실제 가계 자산 축적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금융이해력일까, 교육 수준일까. 제르 베르만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 교수 등은 과거 이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놀랍게도 더 큰 영향력을 가지는 요소는 교육 수준이 아니라 금융이해력이었다. 고학력은 자산 축적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 교육 수준과 금융이해력이 결합돼야 의미 있는 자산 축적이 이뤄졌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의 교육비를 어디에 얼마나 배분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자녀의 더 나은 교육 수준 성취만큼이나 금융이해력 강화에 투자해 본다면 어떨까. 그 일은 단순히 자녀의 미래뿐만 아니라 부모의 미래, 노후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오현민 수석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