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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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드투자(초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75곳의 평균 투자 유치액은 약 8억원. 이 중 이례적으로 100억원대 대형 투자를 이끌어낸 곳들이 있다. 휴머노이드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하는 리얼월드, 지식재산권(IP) 게임 개발 스타트업 오프비트다.

◇ 창업하자마자 210억 ‘잭팟’

벤처투자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최대 규모의 시드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설립하자마자 210억원의 자금을 한방에 확보한 리얼월드다. 보통 시드투자는 스타트업의 대표 제품 또는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았거나, 아직 시장에서 검증받지 못한 단계에서 이뤄진다. 그럼에도 주요 벤처캐피털(VC)과 대기업들이 큰돈을 베팅했다면 사업모델이 탄탄하거나 창업 멤버들의 전문성이 높은 경우다.

스타트업 '시드투자 잭팟'…리얼월드 210억, 오프비트 135억
리얼월드는 벤처업계 유명 인사인 류중희 전 퓨처플레이 대표가 세 번째 창업한 기업이다.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피지컬 AI를 개발한다. 류 대표가 주목하는 건 로봇의 ‘손’이다. 현재 산업용 로봇들은 물건을 옮기거나 제품을 일부 조립할 수는 있지만 정교한 손재주가 필요한 일은 잘 하지 못한다. 류 대표는 “사람의 손처럼 복잡하고 정교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피지컬 AI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리얼월드는 위로보틱스 등 하드웨어 기업들과 협업해 하반기 휴머노이드 AI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유명 콘텐츠 IP인 전지적 독자 시점(전독시)을 게임으로 만들고 있는 오프비트에도 135억원이라는 목돈이 쏠렸다. 원작 웹소설의 누적 조회수는 2억 회, 웹툰은 전 세계에서 20억회 이상 조회됐다. 오프비트는 넷마블블루 대표를 역임했던 유명 게임 개발자 문성빈 대표가 지난해 5월 설립한 기업으로 전독시 IP로 게임을 만들고 있다. 이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면 오프비트의 기업가치는 더 뛸 가능성이 높다.

◇ 줌미팅 혁명, 과학적 초지능

클론 생성 AI 스타트업 피클도 60억원의 시드투자를 받았다. 줌, 구글 미트 등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개인 맞춤형 실시간 립싱킹 클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피클을 사용하면 사용자는 본인과 비슷하게 생성된 얼굴 영상으로 카메라를 켜지 않고도 화상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예컨대 침대에 눕거나 식사를 하면서도 회의에 들어갈 수 있다.

자체 개발한 음성-영상 생성형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음성과 영상 사이 지연 없이 매끄럽게 사용자의 표정과 입모양을 재현한다. 지난해 10월 오픈베타 출시 이후 3개월 만에 글로벌 1000명 이상의 유료 고객을 확보했다. 유료 고객의 70%는 미국, 20%는 유럽이다.

과학적 초지능 개발을 위한 AI 연구 스타트업 아스테로모프는 50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아스테로모프는 ‘과학적 초지능’ 구현을 목표로 하는 AI 연구 스타트업이다. 생물학과 화학 분야에서 스스로 독창적인 연구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과학적 가설로 확장하는 AI 파운데이션 모델 ‘스페이서’를 개발 중이다.

최근 구글과 일본의 사카나AI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AI 과학자를 잇달아 발표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델은 연구의 독창성과 실험 설계에서 인간의 직관에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다. 아스테로모프의 스페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생성 과정을 수학적으로 구현, AI가 스스로 과학 역량을 지닐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차별점이다.

방산 AI 스타트업 퀀텀에어로도 37억원을 확보했다. 미국의 유명 드론AI 업체인 쉴드AI의 한국 기술 독점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전동근 퀀텀에어로 대표는 “우리 군이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를 AI 솔루션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