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6%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건설업 등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관세정책으로 수출도 악화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KDI는 내년도 성장률 역시 1%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14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0.8%로 제시했다. 올해 2월 전망치(1.6%)와 비교해 반토막 났다. KDI는 “미국의 관세 부과를 비롯한 대외적 변수가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 내수 부진 변수가 0.3%포인트를 갉아먹었다”고 설명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미국의 관세정책 본격화 시점이 이처럼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소비심리의 회복 흐름이 예상보다 더뎌진 데다 건설 부문 부진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KDI는 올해 총수출 증가율(물량 기준)이 0.3%에 그쳐 지난해 증가율(7.0%)을 크게 밑돌 것이라고 봤다. 상품 수출은 전년에 비해 0.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발 통상 전쟁으로 각국의 교역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란 관측에 따라서다.

올해 국내 건설 투자는 작년 대비 4.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에도 전년 대비 3% 줄었는데 올해는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본 것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1%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 투자 증가율은 1.7%로 지난해(1.6%)보다 높아질 것으로 봤다.

KDI는 또 미국이 높은 관세율을 유지하는 동시에 각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는 경우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주택경기가 갈수록 나빠지면서 건설회사들의 재무구조가 더 훼손되는 경우에도 경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KDI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1.5%) 국제통화기금(IMF·1.0%)보다는 낮고 현대경제연구원(0.7%) JP모간(0.5%) 씨티(0.6%) 등보다는 높다.

KDI는 지난 5일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1%포인트 밑돌 것으로 본 것이다.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면 내년 성장률은 기저효과를 바탕으로 높아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KDI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잠재성장률과 같은 1.6%로 제시했다. 내년에도 미국 관세정책의 여진이 이어지면서 회복세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본 셈이다.

KDI는 경기 부양을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실장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은 신중해야 한다”며 “금리는 올해 추가적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