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나라살림 적자가 61조3000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세·세외·기금 수입을 합친 1~3월 총수입은 159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조5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재정 씀씀이가 커져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했다.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한 작년 1분기보다 14조원 줄었다고 하나 추가경정예산(13조8000억원)이 최종 반영되면 이 수준에 육박한다.

나라살림 적자가 예산 조기 집행으로 통상 상반기 불어나고, 하반기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 규모는 위기감을 갖고 대처해야 마땅하다. 이미 재정 건전성엔 위험신호가 켜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나라살림 적자는 매년 100조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고, 최근 2년간 세수 결손은 87조2000억원에 달한다. 재정적자가 쌓이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54.5%로 올라 비기축통화 선진국 평균(54.3%)을 처음으로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이 잘 이뤄진다면 재정적자를 버틸 재간이라도 있다. 하지만 내수 침체와 미국발 관세 전쟁 등 여파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온다.

나라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성장 엔진을 돌리고, 고비용·저효율 구조 개혁에 나서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대선판을 보면 온통 퍼주기뿐이어서 걱정이 크다. 농촌기본소득 지급, 아동수당 지급 연령 상향, 디딤돌소득 확대, 자영업·소상공인 부채 탕감, 고령층 버스 무료 이용, 기초연금 감액 조정 등 연간 수조~십수조원 예산 소요 공약이 수두룩하다. 아무리 선거판이 그러려니 해도 감당이 힘들 정도로 쌓이는 재정적자를 보면 재원 대책이라도 성심껏 내놔야 하는데,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인공지능(AI) 투자 등 성장 대책도 있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 유권자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선심성 공약을 가려내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