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심 법원이 판결문에 적용 법령을 누락해 대법원이 이를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낸 일이 발생했다. 1·2심 모두에서 기본적인 요건 검토를 놓친 이례적인 과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 1일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이모씨(45)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이씨는 2019년 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경기 안산시의 A정신병원 병원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병원에 근무한 간호사 손모씨(60)는 다른 간호사가 의사 지시 없이 입원 환자를 격리 조치한 사실을 경찰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했다.

이후 이씨는 손씨를 외래 간호 업무로 전보 조치하고 6개월간 정직 처분을 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이씨 혐의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1항을 위반했다”며 직권 판단으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판결문에 어떤 법령을 적용해 처벌하는지에 대한 기재가 누락됐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323조 1항은 유죄 판결할 경우 판결 이유에 ‘범죄 사실, 증거의 요지, 법령의 적용’을 명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에 해당해 파기 사유로 본다.

법조계에선 하급심 판사들의 기초적인 역량 우려가 커지면서 대법원이 이를 보완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법령 적용은 판결문의 뼈대와도 같은 기본 요소로, 형사 판결문에서 빠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대법원에서라도 오류가 교정된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초임 배치된 지방 법원에서 기본적 실수나 미숙한 진행이 늘어나 합의부 재판장이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황동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