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알려진 노원구 백사마을 전경. 사진=김범준 기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알려진 노원구 백사마을 전경. 사진=김범준 기자
최근 부동산 정책 담론은 주로 '지방 대 수도권'이라는 구도로만 다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도 속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가 바로 ‘서울 내부의 양극화’입니다.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지역에 따라 마치 전혀 다른 도시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용산구, 마포구, 성동구, 여의도 등은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집중되며, 고가 아파트들의 최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강남권 등 핵심 지역에 인프라가 집중된 구조와 정비사업 기대감, 기존 수요의 선점 효과까지 더해지며, 소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더욱 구조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강북 다수 지역은 인프라 부족과 노후주택 밀집으로 주거환경이 정체된 상태입니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려 해도 조합원의 분담금이 커 사업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조합 추진력이 약하고 사업성도 낮아 공공·민간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울 내부의 격차는 정치권의 공약에서도 드러납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대선 공약은 '주택 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강북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나 실행 계획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어디에, 어떻게 공급할지에 대한 언급 없이 단순한 숫자 중심의 공급 공약은 입지 미스매치와 공급 시차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최혁 기자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최혁 기자
따라서 이제는 서울 내부의 균형 발전, 특히 강북권의 전략적 주거 공급 방식이 절실합니다. 그 해법 중 하나가 바로 뉴타운 방식입니다. 뉴타운은 재개발과 다릅니다. 도로, 학교, 공원, 상업시설 등 인프라를 함께 정비해 삶의 질 전반을 개선하는 종합적인 도시계획입니다. 청년층과 신혼부부 유입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과거 길음뉴타운, 은평뉴타운, 왕십리뉴타운 등은 강북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노후 주거지가 아파트촌으로 탈바꿈되면서 지역 집값을 견인하고 교육·문화·교통 환경까지 개선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1차 뉴타운 사례인 길음뉴타운(길음동)의 아파트 가격 흐름을 살펴보면, 2003년 12월 개발계획이 발표될 당시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2억7490만원이었습니다. 본격 입주가 이뤄진 2007년 6월에는 4억4480만원으로 상승했고, 올해 3월에는 10억1220만원까지 올라 2003년 대비 약 3.7배 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위뉴타운(장위동)은 정비구역 지정 직전인 2006년 3월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이 2억2800만원이었지만, 올해 3월에는 9억9900만원으로 338.6%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시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4억3700만원에서 14억1300만원으로 223.5% 올랐습니다. 장위뉴타운 정비사업이 서울 평균보다 1.5배 높은 자산가치 상승에 기여한 것입니다.
길음뉴타운 전경. 사진=한경DB
길음뉴타운 전경. 사진=한경DB
가격이 평균보다 많이 올랐다는 것은 뉴타운 개발로 인해 지역 인프라 등이 개선되면서 주택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길음뉴타운이 위치한 은평구는 최근 몇년간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구 유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2023년 2월 기준으로 은평구의 청년 인구(19~39세)는 13만1481명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여섯 번째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은평구 전입 인구도 2만2607명으로 전출 인구 1만8201명보다 많았습니다. 주거 환경 개선과 교통 인프라 확충, 생활 편의시설 증가 등이 주요 요인입니다.

결과적으로 은평구는 길음뉴타운 개발 이후 주거 환경 개선과 함께 인구가 유입돼 지역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습니다. 이제는 '강남 대 강북'이라는 이분법적 정책에서 벗어나 서울 전역에서 이러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지방 균형 발전만큼이나, 이제는 서울 내부의 균형 발전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입니다. 강북에 대한 개발 정책을 다시 세워 주거환경 개선과 삶의 실 향상을 끌어내야 서울 전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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