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 적자행진' 하나로마트…농협, 부랴부랴 구조조정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다짜고짜 왜 예산을 깎아요?"

19일 농협중앙회가 예산 20%를 깎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뜬금없는 발표에 농협중앙회 홍보실로 기자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농협은 구조조정의 이유로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경북 산불 피해 지원에 따라 부담이 적잖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 의아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올해 성장률이 저조했다고 구조조정을 발표한 기관·기업은 극히 드물다. 여기에 산불 피해 지원액도 농협 경영을 뒤흔들 수준이 아니었다. 농협 안팎에서는 적자행진을 이어간 하나로마트를 구조조정의 배경으로 꼽았다. 유통사업의 올 1분기 실적도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은 그동안 방치한 유통사업을 수술대에 올리는 등 부랴부랴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농협중앙회는 이날 서울 중구 본관에서 '제3차 범농협 비상경영대책위원회'를 열고 비상경영 체계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계열사 예산의 20%를 절감하는 고강도 자구책을 전개해 경영 위기를 극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협은 이 같은 경영 위기의 배경으로 낮아진 경제성장률 등을 꼽았다. 농협 관계자는 "산불 피해복구를 위해 무이자 자금지원과 피해복구성금 기부 등의 지원에 나서면서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산이 150조원에 육박하는 농협이 산불 피해 지원으로 흔들린다는 설명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농협의 구조조정은 유통사업의 부실이 배경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도 "올 1분기 농협 계열사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은행을 거느린 농협금융지주와 유통사업을 전개하는 농협경제지주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농협금융지주가 연간 2조원대의 흑자행진을 이어가는 반면에 농협경제지주는 지난해 적자전환했다. 농협경제지주는 지난해 72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2021년 28억원, 2022년 19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 158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이듬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부채비율도 치솟고 있다. 2020년 말 114.5%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60.0%로 치솟았다.

농협경제지주가 부진해진 것은 하나로마트 적자와 맞물린다. 농협유통과 농협하나로유통은 지난해 각각 352억원, 4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농협유통과 농협하나로유통은 별도 조직이지만 ‘농협하나로마트’라는 동일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어 ‘쌍둥이 자회사’로 불린다. 하나로마트가 적자를 내는 것은 기형적 사업구조와 늘어난 온라인 쇼핑몰 경쟁자 탓으로 해석된다.

하나로마트는 농협경제지주가 구매하는 상품을 수동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상품 매입은 농협경제지주, 판매는 하나로마트로 나뉘는 이분법 구조 탓에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자가 깊어지면서 앞서 지난 3월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도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하나로마트의 폐점 등을 거론하는 등 적자를 내는 유통 부문의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업구조 조정과 농협유통과 농협하나로유통이 별도 조직으로 운영되는 비효율 등을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