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훙 홍보' 미끼로…韓기업서 수십억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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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플루언서 마케팅' 주의보
"단기간에 中소비자 확보한다"
중소 화장품·제약업체에 접근
계약금 떼먹은 업체 대표 수사
"단기간에 中소비자 확보한다"
중소 화장품·제약업체에 접근
계약금 떼먹은 업체 대표 수사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중요경제범죄조사2단은 사기 혐의를 받는 중국 마케팅 업체 콘넥션의 대표 고모씨(37)를 수사 중이다. 고씨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중소 화장품 업체 A사로부터 12억9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고씨는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부터 중국 마케팅을 도와주겠다며 A사에 접근했다. 고씨는 A사 측에 “국내 유명 여자 연예인은 물론 중국 유명 왕훙을 섭외해 중국 내 플랫폼에서 판매방송을 대행해주겠다”며 다음 해 홍보 대행 계약을 맺었다. 방송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고씨는 “더 영향력 있는 왕훙을 섭외하겠다”며 소소, 웨이야, 리자치 등 최상위 왕훙과의 친분을 내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고씨가 끝내 계약을 이행하지 않자 A사는 고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고씨가 계약 이행이 아닌, 개인적인 용도로 대금을 쓴 것으로 보고 2023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넘겼다. A사 관계자는 “중국 전용 상품 제작·배송까지 합하면 피해 금액은 40억원 가까이 추산하고 있다”며 “실적 사례를 제시하며 PT를 해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씨에 대한 수사는 전방위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는 한 중견 제약사로부터도 사기 혐의로 피소돼 강남경찰서 수사를 받고 있다. 2023년 12월부터 작년 2월까지 8억7000만원을 챙긴 혐의다. 이 사건에서도 업계 최고 왕훙이 나오는 라이브 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며 계약했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제품이 잠깐 노출됐을 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는 지금도 회사명을 바꿔가며 활동 중이고, 일부 기업은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왕훙 마케팅은 한 번의 방송으로 수백억원 규모의 거래를 유도한다는 점에서도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반품률이 매우 높고, 중개 업체의 매출 부풀리기가 빈번한 만큼 철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현지 소비자의 취향을 아는 왕훙의 입을 빌려 브랜드를 확산시키는 전략은 효과적”이라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에이전시를 통한 사전 조사가 필수”라고 말했다.
박시온/김영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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