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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동휘 기자
    박동휘 기자 테크&사이언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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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경 유통패션팀장입니다

  • [데스크 칼럼] '3차 대전'이란 각오로 임해야

    1942년 5월 말 진주만 조선소에 항공모함 USS 요크타운이 반파된 채로 입항했다. 태평양의 제해권을 두고 일본과의 결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때였다. 당시 미국의 보유 항모는 4척이었다. 1400여 명의 조선소 직원은 밤낮없이 수리에 매달렸다. 그리고 기적을 만들어 냈다. 3일 만에 상처를 회복한 항모는 6월 4일 미드웨이 전투의 승리를 이끄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제조와 전쟁은 인류 역사상 늘 한 세트였다. 신무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세상을 지배했다. 민족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신민을 국민으로 묶고, 폭력의 독점을 통해 안전을 제공한 대가로 국가는 국민을 제조에 투입했다. 이에 성공한 나라는 제국이 됐고, 실패한 나라는 식민지로 전락했다. 평화를 가져온 글로벌 공급망소련의 해체(199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2001년)과 더불어 미국이 경찰국가를 자처하면서 전 세계는 실핏줄처럼 서로를 제조 공급망으로 엮었다. 그 덕에 인류는 처음으로 제조를 전쟁의 목적에서 배제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군인을 위해 만든 인터넷, 위성항법장치(GPS) 등의 기술은 평화적 목적으로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데 쓰였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은 1991년 이후 장기 평화의 붕괴 가능성을 의미한다. 팰런티어 공동 창업자이자 미국 벤처캐피털의 큰손인 피터 틸과 조 론스데일이 최근 팟캐스트에서 나눈 대화는 미국의 리더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이 맞붙어 보유 해군력을 모두 소진한다고 가정해 보자. 누가 빨리 함정을 복구할 수 있느냐에 3차 세계대전의 운명이 달렸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팰런티어는 &

    2025.05.04 17:29
  • "단 3일만에 항공모함을"…북한이 노리는 '이것' [박동휘 칼럼]

    1942년 5월 말. 진주만 조선소에 항공모함 USS 요크타운이 반파된 채로 입항했다. 태평양의 제해권을 두고 일본과의 결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때였다. 당시 미국의 보유 항모는 4척이었다. 1400여 명의 조선소 직원들은 밤낮없이 수리에 매달렸다. 그리고 기적을 만들어냈다. 3일만에 상처를 회복한 항모는 6월4일 미드웨이 전투의 승리를 이끄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태평양을 빼앗긴 일본은 전쟁의 연료인 원유 조달에 실패, 결국 패망했다. 제조와 전쟁은 인류 역사상 늘 한 세트였다. 신무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세상을 지배했다. 민족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신민을 국민으로 묶고, 폭력의 독점을 통해 안전을 제공한 대가로 국가는 국민을 제조에 투입했다. 이에 성공한 나라는 제국이 됐고, 실패한 나라는 식민지로 전락했다. 미국이 2차 대전에서 세계의 구세주로 활약할 수 있던 건 압도적인 제조업 덕분이다. 평화를 가져 온 글로벌 공급망소련의 해체(1991년), 중국의 WTO 가입(2001년), 그리고 미국이 경찰국가를 자처하면서 전세계는 실핏줄처럼 서로를 제조 공급망으로 엮었다. 덕분에 인류는 처음으로 제조를 전쟁

    2025.05.04 13:07
  • 中의 창조 모멘트…'괴물 기업' 언제든 나온다

    35세인 장웨이는 중국 레드테크 본산인 선전에 아버지 때 옮겨 와 터를 잡은 2세대다. 그는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복제 공산품’을 만든 아버지 세대와 다른 길을 개척했다. 미국 퍼듀대(박사), UC버클리(박사후과정)를 거쳐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종신교수직을 맡았다. 모두 20대에 이룬 성과다.림스다이내믹스라는 로봇 기업 공동 창업자인 장웨이는 저장대 종신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하이오주립대에 같이 근무한 장리 교수와 의기투합해 2022년 선전의 로봇 물결에 뛰어들었다. 첫 출발을 위한 종잣돈으로 100억원을 투자받았고, 최근 2000억원 규모 시리즈A까지 확정 지었다. 알리바바그룹이 최대 투자자다. 저장대가 기업가로 변신한 장웨이에게 교수직을 제안한 것은 작년의 일이다.한 문단으로 짧게 정리한 장웨이의 역동적 삶은 중국 리더들이 그토록 염원한 중국몽(中國夢)의 한 페이지다.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덩샤오핑은 1980년 8월 선전을 제1호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작년까지 44년 동안 선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39배, 인구는 299배 폭증했다. 화웨이, DJI, 비야디(BYD) 등 레드테크를 이끄는 기업 대부분이 선전에서 탄생했다.28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선전 모델’은 중국 전역으로 퍼지며 첨단산업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세계 1위 드론 기업 DJI 공동 창업자인 리쩌샹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는 2014년 엑스봇파크라는 로봇 및 하드웨어 인큐베이터를 설립했다. 선전, 충칭, 닝보, 상하이, 홍콩, 광저우 등 6개 도시에서 주요 대학 1학년 학생 중 약 1%만 엄선해 창업을 위한 모든 것을 지원하는 세계 유일의 ‘창업 대학’이다. 11년간 70여 개 팀이 창업했고 이 중 15%의 누적 기

    2025.04.28 18:07
  • "아이디어 있으면 다 해봐라"…中, MIT도 감탄한 창업모델 창조

    세계 1위 드론 기업 DJI의 공동 창업자인 리쩌샹 홍콩과학기술대 교수가 만든 창업 교육 기관 엑스봇파크의 위상은 주요 방문객 명단만으로도 가늠할 수 있다. 미국 공대 교육 혁신의 상징인 올린공대에서 21년간 총장을 지낸 리처드 K 밀러, 사우디아라비아의 과학기술을 책임지는 KAUST의 에드워드 번 총장을 비롯해 최근엔 글로벌 제조 로봇 시장의 ‘빅4’로 꼽히는 야스카와전기의 오가사와라 히로시 회장이 리 교수를 찾아왔다. 리 교수가 “죽을 각오로” 11년 전부터 공들여 구축한 중국식 창업 생태계를 배우기 위해서다.중국 스타트업의 사부로 불리는 리 교수를 최근 한국 언론 최초로 만났다. 취재에 동행한 박종우, 조규진, 차석원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진은 “스탠퍼드대 D스쿨 등 미국식 창업 모델에 중국의 막강한 하드웨어 공급망을 결합한 세계 어디에도 없는 창업 대학”이라며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민간에서 이 같은 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 놀랍다”고 입을 모았다.▷해외에서 많이 오나.“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우리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한다. 중국에서도 여러 도시로 혁신의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 방문객은 여러분이 처음이다.”▷미국에서도 찾는다고 들었다.“올린공대와는 공식 파트너 관계다. 올초엔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에릭 그림슨 교수(컴퓨터 비전 석학)가 학생 50여 명을 데리고 방문했는데 이곳(둥관, 선전 일대)의 공급망을 보고 엄청 부러워했다.”▷어떤 공급망을 말하나.“이곳에선 아이디어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 우리는 스타트업을 위한 새로운 개념을 고안했다. ‘공유 공장’이라고 부른다.&

    2025.04.28 17:57
  • 21.5만㎡ 부지에 첨단 건물들 '빼곡'…공유 공장·로봇 주행 테스트실 갖춰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차로 40여 분을 달려 둥관에 진입하면 유럽 전원도시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화웨이가 12개 유럽 도시를 모방해 조성한 둥관 캠퍼스가 호수 주변을 따라 늘어서 있다. 중국 로봇 창업의 메카로 떠오른 엑스봇파크 본사는 화웨이 캠퍼스 맞은편에 자리 잡았다. 약 21만5000㎡ 부지에 첨단 건물이 들어서 있다. 공유 공장, 로봇 주행 테스트 트랙을 비롯해 창업팀을 위한 사무실, 기숙사, 체육관에 유치원까지 갖췄다. 이곳을 만든 리쩌샹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는 2023년 본사 개관 당시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진짜 강해지려면 우리가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장비도, 핵심 부품도, 브랜드도 말이다. 여긴 그 첫걸음을 떼는 곳이다. 그리고 그걸 이뤄내는 건 정부와 대기업이 아니라 여러분과 같은 젊은 창업자다.”중국 인민군 출신인 런정페이의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 대상 1호다. 중국 정부의 야욕을 구현하는 관제 기업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엑스봇파크는 화웨이와 정반대 길을 걷는 중국의 또 다른 얼굴이다. 쑹산 캠퍼스에서 최근 만난 리 교수는 화웨이와 협력하냐는 질문에 “운영 철학이 다르고, 교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경계가 삼엄한 화웨이와 달리 엑스봇파크는 지역 사회에 늘 개방돼 있다. 청소년도 자유롭게 드나들게 해 ‘하드테크 유원지’처럼 운영하겠다는 것이 리 교수의 목표다. “기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옆집에서 나오는 것이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엑스봇파크 메인 빌딩에 들어서면 바닥을 가득 채운 수학 기호와 동서양을 넘나드는 과학·철학자의 업적을 만나게 된다. 테크에 관한 모든 지식을 섭렵

    2025.04.28 17:54
  • [데스크 칼럼] 서울 공대 100인을 움직인 한마디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이 공대 교수 336명에게 전체 메일을 보낸 건 지난해 10월이다. 국방공학센터 신설에 앞서 수요를 먼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국방’(defence)과 ‘공학’(engineering)이라는 대의 하나만으로 뭉쳐보자는 제안이었는데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하루 만에 교수 100여 명에게서 ‘참여하겠다’는 답변 메일이 쏟아졌다.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서울대 교수들이 이처럼 학과 간 경계를 단숨에 뛰어넘은 사례는 아마 서울대 개교 이후 처음일 것이다. ‘K방산’이라는 말 한마디가 자칭 타칭 ‘총장급’ 교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공대 내 12개 학부·학과를 총망라했더니 구슬이 절로 꿰어지기 시작했다. 개별 교수들이 그들만의 칸막이 안에서 수행하던 연구를 ‘디펜스’라는 새로운 현미경으로 분석하자 170여 개의 융합과제가 도출됐다. 'K방산'으로 뭉친 석학들스텔스 기능에 최적화한 함형을 설계하는 것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삼아 현대전에서 전투병의 심리 상태 관리에 관한 인문학적 주제도 여럿 나왔다. 건설환경공학부를 주축으로 한국참호학회가 몇 년 전 설립됐다는 사실도 이번에 새로 알았다. 드론전이 대세가 되면서 전투 현장에서 참호를 어떻게 설계할지는 군의 시급한 수요 중 하나다. 국방공학센터 초대 센터장에 임명된 한승용 교수는 초전도 현상을 활용한 열융합을 연구하는 세계적 석학이다. 영화 속 아이언맨에게 슈퍼파워를 선사한 가슴 속 동력 장치를 연상하면 된다. 열융합은 원자력을 넘어 차세대 고밀도 에너지로 주목받는 분야로 미국, 중국, 프랑스 등이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서울대 국방

    2025.03.30 17:17
  • [데스크 칼럼] 기업인의 쓰임새를 무시한 대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개명한 재일 한인 중 유일하게 자신의 성을 지킨 인물이다. 그의 일본 이름은 손 마사요시다. 성(姓)을 고수한 것으로 정체성을 간직한 손 회장은 한국과의 친연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곤 했다.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을 시작으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까지 무려 다섯 명의 한국 대통령을 예방했다. 그때마다 손 회장은 그의 모국이 ‘테크 강국’으로 발전하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만난 2019년 7월 환담 주제는 ‘인공지능(AI) 산업의 미래’였다. 한·일 저울질하던 손정의이달 초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방한한 손 회장은 ‘용산’을 건너뛰고 이재용 삼성 회장만 만났다. 대통령 부재라는 초유의 상황 탓이긴 하지만, 설혹 용산을 예방했더라도 그의 얘기는 이전 다섯 번의 예방 때와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손 회장의 최근 10년간 행보는 ‘일본의 부활’로 확실히 기울고 있었다. 일본의 아웃라이어(평균치를 거부하는 뛰어난 비주류)이자 타고난 사업가인 손정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한국과 일본을 저울질했다. 외신에 나온 손 회장에 관한 스토리에 따르면 그의 꿈은 ‘인간 진화의 다음 단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다음’은 두말할 필요 없이 AI다. 16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1980년대 초반 실리콘밸리에서 첫 창업을 했다. 1990년대 실리콘밸리에서 태동한 세쿼이아캐피털 등 미국 벤처캐피털(VC)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다섯 명의 한국 대통령에게 그의 비전을 꾸준히 설명했던 목적도 한마디로 요약하면 ‘손정의에게 투

    2025.02.18 17:48
  • 푸르메재단 20년…장애 어린이 59만 명에 '기적' 선사

    서울 상암동의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하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국내 최초의 민간 어린이재활병원인 이곳에는 매일 300여 명의 어린이가 찾아와 재활치료를 받는다. 지난 9년간 이곳에서 집중 재활치료를 받은 장애어린이가 총 59만여 명에 이른다. 2016년 개원 당시 이곳은 ‘기적의 병원’으로 불렸다. 어린이재활 분야는 턱없이 낮은 의료보험 수가로 치료할수록 적자가 났기에 당시 국내에는 어린이재활병원이 한 곳도 없었다. 그래서 건립 전부터 이를 무모한 도전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수많은 장애어린이와 가족에게 재활의 희망을 밝혀준 곳은 올해로 설립 20주년이 된 푸르메재단이다.○59만명 장애아에 기적을 선사푸르메재단은 부인의 장애로 국내 장애인 재활치료 현실을 알게 된 백경학 상임대표가 설립했다. 백경학 상임대표와 부인 황혜경 기부자는 독일 연수 시절인 1998년 영국을 찾았다가 약물을 복용한 현지인의 차량에 큰 사고를 당했다. 황혜경 기부자는 3번에 걸친 대수술 끝에 생명을 구했으나 왼쪽 다리를 잃었다. 영국과 독일에서 2년간 재활치료를 받고 귀국한 뒤 마주한 것은 수개월을 기다려야 겨우 입원이 가능한 국내 재활병원의 열악한 시스템이었다.장애인과 그 가족의 고통을 알게 된 백경학 상임대표는 환자 중심의 재활병원을 짓기로 결심, 직장을 그만두고 재단 설립을 위한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 수제 맥주 양조장인 ‘옥토버훼스트’를 서울 종로에서 운영해 성공을 거뒀다. 이곳 지분 10%와 아내의 교통사고 보상금 절반을 더해 2005년 푸르메재단을 설립했다. 백경학 상임대표는 “장애인이 제때, 제대로

    2025.01.20 16:03
  • 차상균 교수 "생존법? 美서 AI두뇌 모아 韓 '몸통' 변화시키는게 최선"

    “‘네오(neo) 팍스 아메리카나.’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의 이름입니다.”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초대원장(교수·사진)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인공지능(AI) 주권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돈과 사람이 모두 미국으로 쏠리는데 한국이 미국의 AI 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있겠냐”는 반문이다. 그는 “기업, 금융, 대학 등 AI산업과 관련된 곳들이라면 미국에서 ‘두뇌’를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에 있는 ‘몸통’을 변화시키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했다.차 교수는 AI와 데이터베이스 융합 등에 관한 글로벌 권위자다. 2000년대 초반 스타트업을 창업해 ‘HANA’라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개발했다. 글로벌 기업용 솔루션 기업인 SAP가 HANA를 채택해 차 교수는 SAP에서 기업 경험을 쌓았다. 현재 그가 몰두하는 건 AI 인재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에 프리덤오브이노베이션벤처스라는 벤처캐피털을 창업했다.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을 오가며 ‘디지털 노마드’를 자처하는 차 교수는 “미국은 고사하고 한국은 AI산업에서 중국 일본 대만보다도 몇 발짝 뒤에 있다”고 지적했다.▷정말 일본이 한국보다 앞서 있나요?“일본에는 손정의(소프트뱅크그룹 회장)라는 ‘아웃라이어’가 있잖아요. 일본 기업 문화에서 비주류였던 그가 2016년 비전펀드를 조성해 세계 첨단 기술에 꾸준히 투자했습니다. 지금은 AI와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고요.”▷손 회장이 그 정도로 중요한가요?“만날 수 있는 사람이 다릅니다. 얼마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2025.01.07 17:54
  • 대한민국 밝히는 열정, 기업을 다시 뛰게하자

    ‘퍼펙트 스톰이 다가오고 있다.’ 2025년을 맞이한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탄핵 사태와 ‘트럼프 2.0 시대’ 개막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원·달러 환율 상승, 내수 침체 가속화, 노사 갈등 심화, 중국의 추격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여건이 나빠져서다. 정치권과 정부가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기업 기(氣) 살리기’에 나서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빠르게 식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이 같은 상황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26일 매출 기준 상위 600대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 올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4.6으로, 2022년 4월 이후 34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1975년 1월 조사를 시작한 뒤 최장 기록이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전달보다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전달 대비 하락폭(12.7포인트)은 코로나19가 본격 상륙한 2020년 4월(-25.1포인트) 후 4년9개월 만에 가장 크다. 특히 노사 갈등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5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69.3%가 지난해보다 노사관계가 더 불안할 것으로 내다봤다.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의 올해 화두는 ‘위기 돌파’다.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내실을 기하고, 글로벌 흐름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움직임은 작년 말 이뤄진 그룹별 임원 인사에서도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자동차 CEO에 외국인을 선임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기업이 기존 CEO를 유임시켰다”고 말했다.최고경영자를 그대로 두되 임원

    2025.01.01 16:17
  • 대한민국은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대한민국은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2025년 새해 벽두, 우리 앞에 놓인 절체절명의 질문이다. 지금 한국은 난파 직전의 위태로운 신세다. 영국 옥스퍼드-HMG 미래연구센터를 이끄는 라파엘 라미레스 센터장(교수)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한국의 상황을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압축 성장의 모순이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했다.‘12·3 계엄 사태’와 잇따른 탄핵 정국은 해방 후 80년 동안 쌓아 온 민주주의의 토대가 얼마나 허약한지 노출했다. 한 헌법학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선거제도, 타협과 조정 없는 정치적 양극화, 포퓰리즘에 기반한 대결 구조 등 현행 한국 헌법과 정치 시스템의 모순이 이번 탄핵 정국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한강의 기적’을 일구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달러를 넘어선 초일류 국가로 도약하려던 대한민국의 꿈은 좌초 위기에 놓였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의 성장에 보호막 역할을 한 냉전과 다자무역은 각각 열전과 자국 우선주의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개념 설계’를 하면, 한국은 이를 가져와 가성비 상품을 제조해 팔던 방식의 시효가 만료됐다는 의미다.미국의 ‘혁신 독점’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영국 등 유럽 선진국조차 ‘세계의 박물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될 정도다. 라미레스 센터장은 “전 세계의 혁신 아이디어가 거의 모두 미국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투자정보 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작년까

    2024.12.31 17:43
  • "안보·인구·정부부채…'응축된 모순' 터져 예측 더 힘들다"

    ‘선진국 한국’에서 벌어진 비상계엄 선포와 세 번째 대통령 탄핵은 2024년의 마지막 달을 장식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세계 언론은 왜 한반도 남쪽의 정치적 격변에 이토록 관심을 두는 것일까. 영국 옥스퍼드-HMG포어사이트(미래연구)센터를 이끄는 라파엘 라미레스 옥스퍼드대 센터장(교수)은 이에 대해 “한반도는 중·러 중심의 대륙 세력과 미·일이 주도하는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교차점”이라며 “한국의 급속한 산업 성장과 민주주의 발전 속에 잠재돼 있던 모순들이 한꺼번에 드러나면서 한반도의 운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유럽에서도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권위주의적 퇴행과 민주주의의 토대가 흔들리는 현상이 한국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어요. 유럽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이 민주주의의 위기인지 아니면 민주주의의 강인한 회복력을 시험하는 일이 될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습니다.”▷회복력이란 어떤 개념입니까.“얼마 전 옥스퍼드대에서 그 주제로 세미나가 있었어요. 민주주의 제도 연구자인 벤 앤셀 교수는 정치 엘리트에 대한 불신 등이 민주주의 체제를 약화시킨다고 설파하면서도 정치와 공공 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면 민주주의가 내재적 회복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하더군요.”▷어느 쪽으로 갈지 갈피를 잡기가 힘든데요.“맞아요. 그런 난점이 미래학(시나리오 플래닝)이 서 있는 지점입니다. 예측할 수 있는 미래는 없습니다. 정부와 기업 등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리더들은 미래학자처럼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죠

    2024.12.31 17:41
  • 10년 前 한경의 우려보다 더한 현실 닥쳤다

    한국경제신문은 10년 전 ‘당신의 미래가 두렵지 않습니까’를 주제로 기획 시리즈를 게재했다. 첫 번째 기사의 제목은 ‘저성장, 비효율…미리 본 2024년 한국’이었다. 5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국가 신용등급은 강등 위기에 놓였으며 여야 극한 갈등으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을 편성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경이 각계 전문가의 전망에 근거해 ‘디스토피아’를 제시한 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하지만 정확히 10년 만에 거짓말처럼 디스토피아가 ‘리얼리티’(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업은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다. ‘미국으로 들어오라’고 강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는 한국 제조업의 최대 위기 요인이다. 총리까지 탄핵된 정국은 10년 전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다.싱가포르 초대 총리인 리콴유는 2001년 출간된 저서 <일류국가의 길>에서 한국 정치 문화에 대해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전통적으로 끝까지 투쟁만 하는 경향이 있는 한국 같은 곳에서는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민주주의는 (선거로) 정권을 잡은 측의 권리를 패배한 측이 받아들이는 것이며, 진 쪽이 다음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참을성 있게 평화적으로 노력하는 풍토에서만 기능을 다한다.” 리콴유는 서구 민주주의를 비판하며 아시아식 통치 모델을 역설한 대표적 정치인이다. 계엄령 직후 중국 학회에 다녀왔다는 한 대학교수는 “한국 정치 상황과 관련해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fragile)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하더라”고 말했다.박동휘 기자

    2024.12.31 17:31
  • [박동휘의 재계 인사이드] '대만 반도체 커넥션'을 만든 힘

    모리스 창 TSMC 창업자가 얼마 전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삼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중 유독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대만을 ‘반도체 항공모함’으로 만든 노회한 테크니션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메모리 사업을 하고 싶어 했고, 혼자서는 할 수 없으니 협력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들은 게 아니라 뉘앙스를 짐작하긴 어렵지만 그의 말에는 두 가지 모순된 감정이 담긴 것 같았다. 삼성에 대한 오랜 콤플렉스와 삼성을 마침내 이겼다는 우월감.모리스 창이 두루뭉술하게 ‘협력’이라고 표현한 건 사실 ‘취업 제안’에 가까웠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전한 후일담에 따르면 이 회장은 모리스 창에게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로 오라고 요청했다. 1983년 64K D램 개발에 성공하며 반도체 진출을 선언한 삼성은 IBM 등을 거친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을 1985년 영입했다. 글로벌 인재가 너무나 절실한 때였다. 그중 핵심 인물이 모리스 창이었다. 모리스 창이 TSMC를 창업한 해가 1987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언급한 이 회장의 제안은 TSMC와의 협력이 아니라 모리스 창 개인을 향한 러브콜이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인재를 알아본 이건희의 안목1985년 무렵의 모리스 창은 삼성의 제안이 솔깃했을 것이다. 당시 삼성은 미국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일본 반도체 아성을 무너뜨릴 최강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그는 안정적인 취업 대신 창업을 택했다.모리스 창의 결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대만의 2대 총통인 장징궈였다. 대만은 1985년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을 발표하며 모리스 창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정부가 돈

    2024.12.17 17:40
  • [박동휘의 재계 인사이드] 노동의 '경영 참여'라는 환상

    한국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이들, 특히 노동운동 진영의 독일을 향한 구애는 꽤 뿌리가 깊다. 카를 마르크스의 모국인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폐허 속에서 유럽 제1의 제조 국가로 우뚝 섰다. 그 과정에서 독일 사회민주당(SPD)은 ‘신식민지 종속국가’의 반골들에게 명확한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 자본주의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민주적 절차를 통한 노동자 계급의 정치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독일이 눈앞에 펼쳐 놓은 ‘민주적 사회주의’ 모델은 1976년 법제화된 독일의 노사 공동결정(Mitbestimmung)에 이르러 만개했다. 한국 노동운동이 절정에 달한 1980년대, 불과 몇 년 전 독일에서 현실화된 이상(理想)에 당시 좌파 리더들이 얼마나 심취했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독일의 노사 공동결정은 감독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들이 참여하도록 명문화한 제도다. 2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대기업은 노동자 몫으로 절반을 할애해야 한다. 감독이사회는 기업의 중요한 경영 결정을 감독하고, 경영진의 임명과 해임에 대한 권한을 가진 기구다. 자본과 노동의 ‘그랜드 바게닝’(거대한 타협) 결과물인 이 제도는 독일을 다시 한번 유럽의 패권국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독일식 발전 모델의 붕괴독일의 기업은 고용 안정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파업 위험이 없는 고숙련 노동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독일의 실험은 성공 가도를 달렸다. 소련 해체 이후 가장 강력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세계 무역 질서에 편입하기로 한 ‘글로벌 이벤트’는 저렴한 중국산 상품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고, 정부 부채를 줄이며, 새로운 성장 원천

    2024.11.12 17:13
  • 州 전체를 '수소경제 실험실'로…탈탄소 모범답안 쓰는 스웨덴

    스웨덴 노르보텐의 주도이자 인구 약 4만 명의 항구도시인 룰레오에서 북서쪽으로 차를 타고 30분을 달리면 보덴이라는 시골 도시가 나온다. 가문비나무가 마치 성냥처럼 빼곡히 꽂혀 있는 숲과 호수의 마을에 스테그라(옛 H2그린스틸)는 ‘비밀 기지’를 짓고 있다. 세계 첫 무(無)탄소 철강을 양산하기 위한 공장이다. 내년 생산을 시작해 2030년까지 500만t의 철강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 2030년 목표치의 10분의 1가량이다.260㏊에 달하는 숲을 통째로 밀어버린 건설 현장 주변에선 마을 주민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먼지와 소음이 일상이지만 한국이었다면 어딘가 반드시 걸려 있을 법한 공사 반대 현수막 하나 없다. 지난달 룰레오에서 만난 레나 세게를룬드 노르보텐투자청 최고경영자(CEO)는 “노르보텐주 전체에 수소 생산, 저장, 운반, 활용 등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까지 나서 수소전환 지원노르보텐은 한국의 강원도 같은 곳이다. 옛 사미족(族)의 땅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거대한 수소 에너지 실험실로 변신 중이다. 스웨덴의 야심은 명확하다. 수소 생산, 저장, 운반, 활용에 관한 완벽한 모범 답안을 만드는 것이다. ‘돈을 버는 그린 혁명’을 입증하는 것이 스웨덴의 최종 목표다.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노르보텐은 이를 증명하기 위한 거대한 실험실이다. 스테그라를 비롯해 스웨덴 기업들은 2030년까지 노르보텐에 약 2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2~3%에 해당하는 규모다.수소 경제를 구축하려는 스웨덴의 야심은 ‘배수의 진’에 가깝다. 스웨덴의 수소 관련 기초연구를 총괄

    2024.10.16 17:38
  • 韓-스웨덴 '무탄소 철강 표준경쟁' 치열

    철강을 제조하면서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려는 스웨덴의 야심은 글로벌 철강업계의 주목 대상이다. 여러 철강사가 통합, 1978년 설립된 스웨덴 최대 국영 철강사인 SSAB는 국영 전력기업 바텐폴, 철광석 기업 LKAB와 손잡고 2016년 하이브리트라는 합작사를 세웠다. 수소환원제철공법(MIDREX)의 완성을 위해서다.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H2)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글로벌 철강사들은 ‘표준’을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SSAB, 스테그라 등 스웨덴 철강사들이 상용화 시기에선 가장 앞서 있다.수소환원제철은 국내에서도 올 1월 국가전략기술로 선정됐다. 포스코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지원을 받아 ‘하이렉스’라는 독자 공법을 개발 중이다. 스웨덴이 10~16㎜ 크기의 고품위 펠릿을 원료로 쓰는 데 비해 포스코는 분말에 가까운 0~8㎜의 호주산 철광석 분광을 사용한다. 싼 원료로 고품질의 무탄소 철강을 만들 수 있다면 스웨덴과 비교해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포스코의 전략이다.철광석을 고온으로 가열한 수소와 접촉시켜 고체 철(직접환원철이라 불리는 이 철을 전기로에서 녹여 최종 제품을 생산한다)을 만드는 환원로 방식에서도 스웨덴과 한국이 글로벌 표준 경쟁을 벌이고 있다. SSAB 등은 펠릿을 1기의 수직 샤프트 환원로에 넣고 마치 찌듯이 밑에서 올라오는 고온의 수소를 접촉시켜 고체 철을 만든다. 이에 비해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파이넥스 공법을 수소환원철 제조에도 적용했다. 가루 상태의 철광석과 수소가 콜라 속 기포처럼 고루 섞이도록 4기의 유동환원로를 활용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스웨덴 방

    2024.10.16 17:33
  • 화웨이도 탐내는 전력반도체 본산 '시스타 산단'

    스웨덴은 전기차 등에 쓰이는 산업용 전력반도체의 원천 기술과 관련한 글로벌 강자다. 갈륨나이트라이드(GaN) 등 요즘 부상하는 화합물 반도체를 개발한 국가가 바로 스웨덴이다.북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시스타(KISTA) 산업단지엔 화웨이 간판이 버젓이 걸린 건물이 있다.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기 이전에만 해도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의 엔지니어들이 두 배 연봉을 받고 이곳으로 몰렸다. 화웨이가 시스타에 둥지를 튼 건 스웨덴 산학연의 중심인 시스타가 전력반도체 분야의 본산이어서다. 시스타엔 에릭슨을 주축으로 스웨덴 제1의 공대 KTH, 국영 연구소 RISE,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밀집해 있다. 화웨이가 노리는 건 인재들의 네트워크다.화웨이가 특히 주목하는 기관은 RISE다. 유럽에서 독일 프라운호퍼, 프랑스 CEA, 네덜란드 TNO에 이어 네 번째로 규모가 큰 RISE는 분야별로 산재해 있던 민간 및 정부 출연 연구소 30여 개를 2018년 하나로 통합해 출범했다. 3500여 명의 연구 인력을 보유한 RISE는 스웨덴이 글로벌 전력반도체 산업의 메카로 부상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임장권 RISE 연구위원은 “전기차 제조사들이 브랜드를 차별화하기 위해 가장 공들이는 영역이 전동화 시스템”이라며 “고열을 견디며 전력 변환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첨단 전력반도체가 필수”라고 설명했다.스웨덴의 국민차로 불리는 볼보가 RISE와 함께 차세대 전기차 전력모듈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화웨이가 독일 뉘른베르크 프라운호퍼 인근에 전력반도체 센터를 세우고, 중국 국유 철도기업 CCC가 철도용 전력모듈 분야 강자로 불리는 영국 다이넥스를 인수한 것도 이런

    2024.10.16 17:33
  • [박동휘의 재계인사이드] '늑대'와 '사마리아인'의 경계

    사랑과 불륜의 차이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타인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그 차이가 당사자에겐 좀처럼 납득되지 않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로남불’이라고 하지 않던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MBK파트너스가 서 있는 지점도 사랑과 불륜의 경계 어디쯤이다. 자신의 이름(마이클 병주 킴)을 걸고 MBK를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로 키운 김병주 회장은 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을까. 경영권을 노린 적대 세력(늑대)인지 아니면 회사 경영을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착한 사마리아인’인지의 논란에서 결론에 다다르려면 우선 MBK라는 사모펀드의 특성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영문학도인 한국계 미국인 김 회장이 자본시장의 큰판에 뛰어들도록 만든 건 ‘차입 매수(LBO)’라는 새로운 시장이었다. 그가 전 세계 연기금을 돌아다니며 펀드를 조성한 2000년대 초반은 KKR, 칼라일, 블랙스톤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사자후를 발하던 시절이었다.시장 개척자 MBK의 야성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도래하자, 이들의 영향력은 글로벌 산업계를 휩쓸었다. 저리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파생하는 기업들을 인수한 뒤 한때 낙오자 취급받던 기업을 회생시켜 되파는 M&A 전략은 수십 명의 사모펀드 억만장자를 탄생시켰다.KKR 등은 불과 20여 년 만에 세계 자본시장의 주요 플레이어 지위를 차지했다. 김 회장의 눈에 이 같은 변화는 마치 신이 내린 계시 같은 것이었을 터다. 조금 더 거칠게 표현하자면 ‘정해진 돈벼락’이었다. 이는 마치 미국의 아주 맛있고 수익성 좋은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극소수의 한국인만 알고

    2024.10.15 17:29
  • 개방·협력으로 빚어낸 '소버린 테크'…세계 공급망 '핵심 키' 된다

    주요 선진국은 미·중 패권 전쟁에 휘둘리지 않을 ‘소버린 테크’를 창안하고, 이를 사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버린 테크의 핵심 요소로 ‘개방’과 ‘협력’을 꼽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ASML보다 더 나은 광학기술을 보유한 일본 기업들은 폐쇄적이고 순혈주의를 고수하는 개발 방식인 ‘지마에슈기(自前主義)’에 매달렸다.단적인 예로 ASML 연구논문 저자는 대부분 다수 기관 소속이지만, 캐논토키와 니콘의 논문 저자는 거의 내부 연구원들이었다. 크리스토퍼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가 “교류와 협력, 공동 연구는 ASML의 정체성”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영국은 합성생물학을 소버린 테크로 키우고 있다. 1950년대 DNA 구조를 발견한 프랜시스 크릭을 배출한 영국은 70여 년이 흐른 지금, DNA 구조 읽기와 쓰기를 넘어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내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대로 손꼽히는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이 운영하는 런던DNA파운드리는 단 하루 만에 서로 다른 유전자 1만5000개를 설계하고 시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임페리얼칼리지의 거대한 네트워크다. 메리 라이언 임페리얼칼리지 부총장은 “과학과 혁신은 전 세계적인 도전”이라며 “임페리얼칼리지는 재능 있는 사람을 데려와 학제 간으로 협력하는 팀을 꾸리는 데 탁월한 대학”이라고 했다.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의 ‘수소 동맹’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스웨덴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철강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철을 세계 최초로

    2024.10.06 18:25
  • [차장 칼럼] 400명 유학생 도주 사건의 전말

    2017년 가을, 지방의 한 사립대에서 발생한 베트남 유학생 집단 도주 사건은 그해 대학가의 최고 화제였다. 기숙사에 묵고 있던 약 400명의 학생이 학기 시작 두 달여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건이었다. 규모가 컸던 데다 지방 대학을 불법 체류의 통로로 활용한 사례여서 꽤나 심각한 문제였다.이 일로 그 사립대는 교육부 제재를 받았다. 다른 대학들이 중국에 매달릴 때 일찌감치 베트남으로 눈을 돌려 주변의 부러움을 샀던 일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인근 도시의 표정은 달랐다고 한다. 뜻하지 않은 ‘인력 행운’ 덕분이었다. 짐작건대 야간 관광버스에 실려 밤길을 달린 20대 초반의 베트남 젊은이들은 전북의 도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공장, 식당, 농장으로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다. 국립 군산대의 신선한 '유학 실험'7년 전 얘기지만 우리 이민 정책의 딜레마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다시 한번 곱씹어볼 만하다. 올해로 20년째인 한국의 외국인 근로자 정책은 ‘단기 노동 유입’에 초점을 맞춘 구조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수많은 대학이 해외 고급 두뇌 유치와 지방 소멸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저개발 국가의 유학생을 대거 유치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학업을 마치면 고향으로 돌아간다. 잔류한 이들이 향하는 곳은 불법 체류의 멍에를 쓴 채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음지다.얼마 전 서울대에 재학 중인 베트남 유학생들의 모임에 끼어서 차담을 나눈 일이 있다. 공대생은 대부분 영어에 능통했고, 인문계 학생의 상당수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대부분 베트남 중산층 이상의 자녀다. 이들에게 졸업 후 한국에 남을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10여 명 중 딱 1명만 &ldquo

    2024.09.12 17:53
  • [박동휘의 재계 인사이드] 38년 묵은 규제에 목매는 공정위

    1986년 도입된 ‘동일인 지정제’의 영어 표현은 ‘same person designation system’이다. 한글로 다시 번역하면 ‘같은 사람 지정하기 제도’다. 영미권 사람은 물론이고 한국 사람조차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를 이 희한한 제도를 공정거래위원회는 38년째 고수하고 있다.사실 동일인 지정제는 영어로 번역할 수 없다. 한국에만 있는 제도여서다. 미국에서 굳이 비슷한 제도를 찾는다면 ‘ultimate beneficial owner’(최종 수혜자) 지정제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최종 수혜자 지정제는 목적이 완전히 다르다. 이 규제는 기업이나 법인의 실질적인 소유자를 식별함으로써 자금 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1987년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있던 해다. 민주화 물결 속에 정부와 국회는 당시 ‘재벌’의 ‘경제 권력’ 집중을 막기 위해 동일인 지정제를 도입했다. 대기업 집단의 실질적인 지배자를 총수로 지정하고, 총수와 그 주변 친인척의 경제 행위 일거수일투족을 공정위에 매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부정행위를 예방하겠다는 취지였다.코미디 같은 궤변과 요식1986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000달러 정도였다. 지금의 베트남보다 가난하던 시절이다. 1986년 이후 38년간 한국이 겪은 변화는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빨랐고, 상전벽해라고 할 만큼 변화 폭도 컸다.세상은 바뀌었지만, 공정위는 요지부동이다. 38년 묵은 낡은 규제를 국민소득 4만달러를 넘보는 시대에 적용하니 곳곳에서 드러나는 모순이 땜질 처방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지경이다. 에쓰오일, 쿠팡, 한국GM 등 자산 5조원이 넘는 외국 기업에 대해 동일인을 사람이 아닌 법인으로 지

    2024.09.03 17:19
  • [박동휘의 재계 인사이드] 어느 65세 국회 비서관의 삶

    1959년생으로 어느 초선 의원의 5급 비서관인 그는 국회 보좌진 사이에서 ‘사골’로 불린다.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 학부를 나온 그의 대학 친구들은 대부분 은퇴 후 조용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만은 여전히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짱짱한’ 현역이다.그렇다고 그가 뒷방에서 숨죽여 자리 보전에만 연연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의 조력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일명 삼성생명법, 이학수법, 이재용법, 미래에셋방지법 등 글로벌 법인과 내로라하는 인물을 겨냥한 법들이 그가 ‘모시는’ 의원들의 이름으로 국회 법안 시스템에 올라오곤 했다.22대 국회에서 그의 변신은 또 한번 주목받았다. 보좌관이 아니라 비서관으로 초선의원실에 들어가서다. 직급도 5급으로 낮췄다. 증권사 등에서 25년 경력을 쌓고, 2012년에 국회에 입성했을 때 그의 직급은 4급 보좌관이었다. 지난 12년간 네다섯 군데 의원실을 옮겨 다니면서 그는 직급 따위에는 연연하지 않겠다는 듯 4급과 5급을 오갔다. 분명히 여느 보좌진과는 다른 행보다.여의도의 '직업 정치인'들65세의 5급 비서관은 아주 드문 사례다. 통계로 증명할 수는 없으나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싶다. ‘사골’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주변 동료들의 심리 기저엔 그만의 오랜 ‘국회 생존법’에 대한 존경과 함께 폐기된 법안을 재탕, 삼탕 우려먹는 그의 ‘성공 방정식’에 대한 비아냥이 섞여 있다. 자본시장법, 상법, 전자상거래법,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외감법) 등을 종횡무진하며 그가 만든 개정안 중 실제로 입법화된 건 극소수다.그는 대체 어떤

    2024.08.06 17:32
  • 청년괴짜 인생버스 출발…"다음 정거장은 '창업성공'입니다"

    한국경제신문이 대한민국 청년들과 함께 ‘K기업가정신’의 뿌리를 찾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청년괴짜 인생버스’로 이름 지은 이 프로그램에는 서울경제진흥원(SBA), 강북청년창업마루, 라인피알, 하나은행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획부가 함께한다. 주관은 사단법인 조금다른길이 맡는다.첫 프로그램은 ‘이번 정류장은 K기업가정신입니다’를 주제로 다음달 18~22일 4박5일 일정으로 열린다. 서울, 고창, 진주, 울산, 포항, 대전 등 5개 도시를 탐방한다. 창업 등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은 만 19~29세의 성인 남녀(서울·경기 거주) 30~40명을 뽑아 괴짜버스에 태운다. 구체적인 응모 방법은 서울경제진흥원 홈페이지를 통해 조만간 공개할 계획이다.이번 프로젝트는 K기업가정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기획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 구인회 LG 창업주, 허만정 GS 창업주 등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이끈 산업계 거인을 여럿 낳은 경남 진주시 승산마을을 방문한다. 이어 한국 조선산업의 출발점인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를 찾는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도전 정신이 서린 울산 조선소는 한국 제조업 신화를 보여주는 장소로 꼽힌다.포항에선 포스코 ‘파크 1538’을 방문한다. 열린 공간 ‘파크(Park)’와 순철(純鐵)의 녹는점 ‘1538도’를 의미하는 파크 1538은 수변공원, 역사박물관, 홍보관, 구름다리, 명예의전당, 포항제철소로 이어지는 코스로 구성됐다.대전에선 ‘모두를 위한 경제’(EoC·Economy of Communion)를 통해 사랑과 나눔의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성심당을 만난다. 윙윙, 혁신청 등 선배 창업가들과 소통하는 기회도 마련했다.

    2024.07.22 17:52
  • 최태원 "SK그룹, AI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할 것"

    요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AI 시대에 SK그룹이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다. 그에 대한 생각을 최 회장이 직접 털어놨다. 지난 19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하계포럼 기자 간담회에서다.최 회장은 “SK그룹은 AI 인프라(기간시설) 기업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하는 걸 넘어 AI 데이터센터를 직접 구축하고, AI 구동에 필요한 전기 에너지를 공급·저장하는 데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AI 데이터센터 곧 지어야”최 회장은 이날 “한국이 AI 인프라 구축 경쟁에서 뒤처지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AI 빅테크에 종속되는 걸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SK가 AI 인프라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오는 11월 1일로 예정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결의에 대해서도 “AI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AI는 엄청난 에너지양을 필요로 한다”며 “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전기를 솔루션화하면 상당한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배터리셀 제조사 SK온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통해 전기를 공급할 수 있고, SK E&S는 수소 등 청정 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데 특화된 만큼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HBM에도 캐즘 올 수 있어”최 회장의 이날 발언은 SK그룹이 직면한 딜레마와 연관이 깊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면서 ‘떼돈’을 벌고 있지만, 이 같은 의존 구조로

    2024.07.21 18:28
  • 최태원 "2~3년간 엔비디아 적수 없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사진)은 19일 엔비디아에 대해 “2~3년 안에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최 회장은 이날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의 ‘인공지능(AI) 시대, 우리 기업의 도전과 미래 비전’ 토크쇼에서 엔비디아에 대해 “중요한 고객이다 보니 우리도 연구를 많이 하는데, 3년 안에는 솔직히 적수가 거의 없다”며 이같이 전망했다.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결합한 ‘AI 가속기’를 제조하는 업체다. 최 회장은 “누군가 칩을 엔비디아와 비슷하게 만들더라도 하드웨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는 한순간에 제작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최 회장은 엔비디아가 무너질 수 있는 시나리오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은 엔비디아의 비싼 칩을 쓰기보다 자사의 칩을 쓰고 싶어 한다”며 “MS 등의 경쟁력이 얼마나 올라오느냐, AI 가속기 시장의 경쟁자인 AMD 등이 얼마나 싸게 칩을 잘 만드느냐에 따라 엔비디아도 부서질 수 있다”고 말했다.이날 토크쇼에 참석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국가별 AI를 뜻하는 ‘소버린(sovereign·주권)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서귀포=박동휘 기자

    2024.07.19 17:35
  •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 "생존 앞에 우아한 조직은 없다…매일 변신해야"

    “1~2년 뒤면 흰우유만 생산하는 회사는 모두 망할 겁니다.”1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제주하계포럼이 열린 제주 신라호텔. 청바지에 남색 재킷 차림의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이 강단에 올랐다. “매일유업은 매일이 사투입니다.” 대한상의 소속의 내로라하는 중견·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눈길이 일순 그에게 쏠렸다.김 부회장은 다소 긴장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흰우유 업체인 매일유업이 생존을 위해 어떻게 혁신하고 있는지 담담하게 설명했다. “20년 전쯤 호주 덴마크 같은 선진 낙농국가에서 수입하는 우유에 관세를 100% 매겼습니다. 관세율은 매년 줄어서 1~2년 뒤면 ‘제로(0)’가 됩니다. 흰우유만 만드는 회사는 도저히 살아남기 어려울 겁니다.” 그사이 수입 우유 가격은 크게 낮아진 데 비해 국산 우윳값은 두 배가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매일유업 역시 ‘정해진 운명’ 앞에 놓였었다. 김 부회장은 대표로 취임한 2014년, 노조위원장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흰우유 비중이 전체 매출의 75% 이상이면 무조건 죽는 길 외엔 없습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그가 식품공학과 박사가 즐비한 조직의 대표로 취임하자마자 암울한 소리만 했으니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김 부회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매일이 전쟁이었다”고 말했다.김 부회장은 “생존 앞에서 우아한 조직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회사 복도에서 고성이 오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는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중국에서의 꿈이 좌절됐던 때”를 꼽았다. 2017년까지 연간 5000만달러어치를 팔았던 공장이 거의 멈춰선 적도 있

    2024.07.18 16:57
  • 최태원 "AI시대 세계 경제는 정글…정부 전략 필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사진)이 “세계 경제가 정글처럼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 확산으로 기업들의 생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최 회장은 1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해 “지금 경제 환경은 ‘정글화’되고 있기 때문에 대처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인공지능(AI) 확산을 꼽았다. 최 회장은 “AI가 2년여 전부터 달아오르는 것 같더니 지금은 어떤 산업도 AI를 빼고는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지정학적 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전략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밀림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갖고 기업이나 다른 정부들과 어떻게 협업할지 다양한 토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서귀포=박동휘 기자

    2024.07.17 19:44
  • 최상목 "고물가·고환율 극복할 활로 찾아야"

    47회째를 맞는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이 1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개막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600여 명의 기업인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정부 측 주요 인사가 개막식에 참석했다.포럼 첫째날 개막 연사로 나선 최상목 부총리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신(新) 3고(高)’ 위기 속 글로벌 불확실성이 급증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제고하고 새로운 성장 활로를 찾기 위한 진단과 정부의 대응 방향을 소개했다. 이번 행사는 20일까지 나흘간 열릴 예정이다.18일엔 안덕근 장관이 우리 산업과 기업 경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산업·통상·에너지 정책 방향을, 셋째날인 19일에는 이종호 장관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대변혁을 주도할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과 최수연 대표는 포럼 셋째날 ‘AI(인공지능) 시대, 우리 기업의 도전과 미래 비전’을 주제로 열리는 경영 토크쇼 패널로 참여한다.서귀포=박동휘 기자

    2024.07.17 18:00
  • [차장 칼럼] AI시대, 정치인만 '딴세상' 사나

    요즘 월가는 인공지능(AI) 혁명과 이로 인한 주가 급등으로 뜨겁다. 엔비디아 창업자인 젠슨 황,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등 ‘테크 리치’들은 연일 AI가 만들어낼 장밋빛 미래를 역설하고 있다.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이자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 소비자 AI 부문 총괄인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AI와 바이오 혁명의 결합으로 생체컴퓨터(biocomputer)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주창했다. 그들의 현란한 예언 덕분에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올해에만 수십 차례 경신 중이다천문학적 숫자들의 향연AI를 자본시장의 ‘황소’로만 보면 큰 오산이다. 심지어 AI가 만들어낸 주식시장의 거품이 조만간 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AI 기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국가 간 경쟁에 미칠 지대한 영향 때문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AI를 ‘21세기 핵무기’에 비유한다. 인간보다 수만 배 지능이 뛰어난 AI가 전쟁 전술을 짜고, 국가 성장 전략을 제시한다고 가정해보자.그런 AI를 보유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의 차이는 존망을 가를 정도로 엄청날 것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투자금이 얼마나 들어가든 최고 성능의 AI 개발에 ‘올인’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AI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하이테크 기업 투자에 특화된 시노베이션 창업자 리카이푸는 AI를 전기에 비유한다. 전기 발견으로 인류는 산업화라는 전대미문의 퀀텀점프를 달성했다. 리카이푸가 보기에 AI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보다 훨씬 더 파괴적 영향력을 가진 존재다.리카이푸는 AI 혁명의 과실을 따 먹을 수 있는 건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에

    2024.07.1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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