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뮤지컬이 지루하다고?...부채 하나로 완성된 전장의 몰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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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뮤지컬 '적벽' 리뷰'판소리 뮤지컬'이 지루할 것이란 편견은 이제 버리자. 가슴을 울리는 웅장한 판소리 합창에 감각적인 현대무용이 어우러진 뮤지컬 '적벽'은 관객들을 적벽대전의 치열한 전투 한복판으로 데려다 놓는다. 칼군무로 펼쳐지는 부채 쇼 역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판소리 뮤지컬만의 볼거리다.
레이저·부채쇼 등 볼거리 풍부
여성이 조조·유비 '젠더 프리'
다음 달 20일까지 국립정동극장
적벽은 3세기 한나라 말 무렵, 위·한·오나라가 치열한 세력 다툼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창의 해설에 따라 유비와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는 도원결의, 장판교 전투, 적벽대전 등의 흐름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단순한 전쟁 이야기를 넘어 유비, 관우, 장비, 제갈공명, 조조 등의 신념과 야망이 얽힌 깊은 감정의 드라마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
배우들의 맨발 투혼도 인상적이었다. 100분 동안 이어지는 판소리 합창만으로도 힘에 부칠 텐데 신을 벗고 무대를 누비고, 전장에 뛰어들 듯 몸을 내던진다. 유일한 소품인 부채를 칼, 활, 방 등으로 다채롭게 활용하고, 배우들끼리 완벽한 합으로 부채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붉은빛 레이저 조명도 강렬한 분위기를 더한다.
판소리 특유의 한문체 표현과 사극적 대사가 자칫 난해할 수 있지만, 무대 양옆 스크린에 제공되는 한글과 영어 자막이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가령, 삼고초려 장면에서는 "(제갈공명이) 초당에 춘수 깊어 계셔"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는 한글 대사와 함께 "taking a nap"이라는 영어 대사로 번역돼 외국인 관객도 어렵지 않게 극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공연은 다음 달 20일까지.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