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시간에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 [이윤학의 일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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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열일곱번째 이야기
열일곱번째 이야기

지금껏 회의와 같은 다양한 직급의 사람들이 다양한 의사 결정하는 자리에서 듣고 이야기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럼 이제는 회의가 아닌 일반적인 업무상황에서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회사에서 일할 때 '상대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크게 2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감성적으로 공감하는 것입니다. 둘째, 궁금해하는 것을 핵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우선 감성적으로 공감하지 못한 저의 뼈아픈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신사업전략본부 시절 새로운 투자플랫폼을 만들던 때입니다. IT본부의 지원이 절실했습니다. 금융회사에서 모든 시스템이나 상품은 전산상으로 구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IT본부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 한 것이었지요.
그런데 IT본부의 팀장부터 부장까지 모두 지원을 거부합니다 '그건 원래 안되는 거'라는 겁니다. 다른 증권사에서 시도도 하지 않는 일을 왜 하느냐는 겁니다. 없는 일 만들어서 괜히 귀찮게 하지 말아라. 뭐 이런 거였습니다. 아무리 설득해도 먹히지가 않습니다.

"첫째 예산이나 인력이 없는 경우. 그런데 우리는 예산도 있고, 인력도 있습니다. 둘째, 기술적으로 시스템을 구현할 능력이 없는 경우" 이 대목에서 IT본부의 부장들은 얼굴이 확 찡그려졌지요. "세 번째는 하고 싶지 않을 때입니다. 만약 안 되는 이유가 두 번째나 세 번째라면 모든 일은 처음부터 완전히 새롭게 검토되어야 합니다." 결론이 났습니다. 신사업전략본부가 원하는 대로 IT본부는 무조건 지원해주라는 것으로. 우리의 승리입니다.
근데 문제는 그다음부터 입니다. 제가 말한 두 번째 이유로 실력을 의심받고 세 번째 이유로 로열티를 의심받으며, 자존심을 구긴 IT본부가 시간만 질질 끌며, 사실상 시스템 작업에 협조를 안 하는 겁니다. 우리는 형식적으로 승리했지만, 사실상 패배입니다. 세상에는 해야 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주장으로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었습니다. 실력도 의심받고 일하기 싫어하는 조직이라는 누명까지 쓰게 된 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너무 강하게 하다 보니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가장 듣기 싫은 말을 해버린 겁니다.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당신들이 최고다. 당신들은 이 일을 성공시킨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파트너이다.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 성공의 공(功)은 절반 이상이 당신들의 몫이다." 이런 거였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했지요. "이 프로젝트는 우리 것이고, 당신들은 우리의 보조자이고, 당신들은 뒤에서 일만 하면 돼." 우리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지요. 우리가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들은 그렇게 느낀 겁니다.
여기서 저의 뼈아픈 실패를 굳이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이 프로젝트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서가 아닙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 합니다.
무조건 먼저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다음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이 3가지 원칙입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그래야 공감이 되고, 소통이 되고, 일이 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윤학 전 BNK 자산운용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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