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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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Seven)'이 '테리픽10(Terrific Ten)'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의 제프 웽거 주식 부문 책임자가 지난달 내놓은 분석이다. 매그니피센트7은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7개 대형 기술주를 부르는 말이다. 애플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알파벳, 테슬라, 아마존을 가리킨다. 지난 2년여 동안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주가가 급등했던 종목들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주식이기도 하다. 이런 매그니피센트7을 밀어낸 테리픽10은 대체 뭘까.

중국 빅테크 주가, 올 들어 최대 90% 상승

테리픽10은 최근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10개 정보기술(IT) 기업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BYD,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메이퇀, SMIC, 지리차, 바이두, 넷이즈, 징동닷컴이 포함돼 있다.

죽을 쑤던 중국 빅테크가 반등한 것은 생성형 AI 딥시크의 등장이 '대륙의 AI 경쟁력'을 재평가하는 계기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이미지를 부드럽게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지난달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를 비롯한 빅테크 거물들을 만나 힘을 실어준 모습은 이런 기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다.

중국은 2020년 마윈의 당국 비판 발언을 문제 삼아 알리바바 계열 앤트그룹의 미국 증시 상장을 돌연 중단시켰다. 2021년에는 '다 함께 잘 살자'로 대표되는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을 본격화하며 민영 IT 기업에 강도 높은 규제를 가했다. 외신들은 "투자자들이 느꼈던 불만을 한 번의 사진 촬영만으로 지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함정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저가로 승부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중국 기업들은 첨단 기술력 측면에서 서구권 기업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샤오미가 만든 첫 전기차 'SU7'은 포르쉐 '타이칸'과 동력과 제동 성능은 비슷하지만, AI를 탑재한 데다 가격은 타이칸의 절반 수준이다. 샤오미는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도 주가수익비율(PER)이 60배 수준으로, 테슬라(130배 안팎)에 한참 못 미친다. PER이 낮으면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상승 여지가 크다고 해석되곤 한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도 지난해 매출이 1년 전보다 22% 늘며 2016년 이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 주식만 사던 개미들, 중국 주식에 주목

이런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은 15개월 만에 중국 주식 순매수로 돌아섰다. 판 주식보다 산 주식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매그니피센트7이 주춤하고 테리픽10이 상승하면서 해외 투자 수요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월 국내 투자자는 홍콩·중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4억8979만달러(약 716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종목별로 보면 샤오미(6446만달러), BYD(5949만달러), 알리바바(2877만달러), SMIC(1093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올해 들어 샤오미와 알리바바 주가는 60%씩 뛰었다. 또 BYD는 30%, SMIC는 90%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임현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