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고, 꼬고, 박음질해 만든 ‘회화 너머의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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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희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
40년 몰두한 회화 실험 결과물 한 자리에
평면에 입체성, 부피감 부여한 독창적 기법 눈길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3월16일까지
40년 몰두한 회화 실험 결과물 한 자리에
평면에 입체성, 부피감 부여한 독창적 기법 눈길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3월16일까지

여기 스물셋 젊은 미대생이 1971년 ‘공심(空心)’이라 이름 붙인 회화 세 점이 있다. 창문 아래 한 여인이 누워 있는 평범한 그림인데, 점차 창이 일그러지더니 어느새 여인도 연기처럼 증발해버린다. 회화의 출발점이 현실의 재현(再現)이란 점에서 이 그림은 완성에서 미완으로 향하는 그림이다. 초현실주의 기법이 돋보이는 이 시리즈에선 회화의 본질을 허물고,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화가의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신성희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는 그의 40년 화업을 통해 독창적인 회화를 완성한 과정을 살펴보는 귀한 전시다. 가장 독창적인 화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그의 데뷔작 ‘공심’ 시리즈가 처음 공개된 자리인 동시에 작가의 탈회화적 방법론을 구체화한 ‘박음회화(꾸띠아주)’, ‘엮음회화(누아주)’를 한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꾸띠아주(Couturage)는 채색한 캔버스를 일정 크기의 띠로 잘라내고, 이를 다시 재봉틀로 이어 박는 박음질로 새로운 화면을 조성하는 기법을 뜻한다. 전시에 나온 ‘연속성의 마무리’가 가장 대표적인 꾸띠아주 작품이다. 작품은 작가가 파리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고 매료된 부서지는 빛의 파편을 옮겨놓은 듯하다. 두 개의 정밀한 추상 회화를 재단하고 천의 솔기가 그대로 드러나게 박음질한 이 작품은 해체와 재조합이란 측면에서 찢은 캔버스 등을 이어 붙이는 콜라주보다 한 단계 진보한 기법이다.

이를 두고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2차원 회화의 평면성을 파괴하고 화면에 3차원 입체감을 도입한 탈회화적 방법론”이라며 “콜라주에 버금가는 회화적 혁명”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피에르 깜봉 전 파리 기메박물관 수석 큐레이터는 “폰타나는 캔버스를 찢어 회화의 죽음을 말하려 했지만, 신성희는 그 너머를 바라보려 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6일까지.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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