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불확실성의 시대, 적응력을 키우려면
불안과 스트레스가 사회적 심리의 대세다. 가수 김광진의 노래 ‘편지’의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라는 노랫말이 떠오르는 시기다. 이 곡은 말미에 “좋은 사람 만나오”라고 기원한다. 이 곡만큼 쓸쓸한 눈앞의 현실에서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할 수 있을까?

기업은 더 암울하다. 과거에는 일정한 질서와 규칙 속에서 예측 가능한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복합된 위기와 혼란이 뒤섞여 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현 상황으로 기존의 접근법은 한계에 부딪혔다. 이제는 불확실성을 통제하기보다는 그 자체를 전제로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한다.

◇예측성 떨어지는 비시장 영역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지금 필요한 것은 예측이 아니라 적응이다. 적응력을 키우려면 외부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기업의 주된 활동 영역인 산업과 시장을 넘어, 이를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영역의 상황에 대처하는 전략적 경영활동인 ‘비시장 영역의 경영’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이 산업과 시장에서 경쟁자와 소비자를 상대로 활동하는 것처럼, 비시장 영역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업이 비시장 경영을 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주목할 점은 비시장 영역의 모습과 작동원리가 기업에 친숙한 시장 영역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기업에는 비시장 영역은 한마디로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골치 아픈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 원리와는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추구하는 이익의 차이다. 시장에서는 모든 행동이 사적 이익으로 귀결된다. 이에 반해 비시장 영역에서는 모든 행동이 넓은 범위의 집단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인 이익으로 귀결된다. 지금 세계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은 단순히 미국 국내 관련 기업의 이익을 넘어 소위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이념에 봉사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교환되는 가치(통화)의 차이다. 시장에서는 돈이 모든 행위의 척도로 작용한다. 그런데 비시장 영역에서는 누가 어떠한 의견과 욕구를 가지고 무슨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활동하려고 하는지에 관한 정보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통화다. 즉 모든 것이 이해관계자들에 관한 정보로 귀결된다.

마지막으로 집단행동이 갖는 정당성의 차이다. 시장에서는 지배력이 전부다. 쉽게 말하면 승자독식이다. 담합 등 공정경쟁을 방해하는 기업의 집단행동은 시장에서는 당연히 금지된다. 반면 비시장 영역에서는 기업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거의 모든 사안에서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야만 성공한다. 한마디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여러 이해관계자에 촉각 세워야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비시장 경영활동을 할 것인가? 2단계로 구분해본다. 첫째, 각종 이해관계자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쟁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의지 및 영향력이 어떠한지 살핀다. 둘째, 비시장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즉 기업이 현안 쟁점에 어떠한 입장과 목표를 갖고, 어떠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협력할지 정하고, 이를 실행한다. 비시장 영역에서는 다양한 힘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각양각색의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연합하고 경쟁적으로 작동한다. 우호적인 이해관계자들과 이해를 폭넓게 결합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처럼 쟁점을 중심으로 폭넓게 배치된 이해관계자들이 일정한 제도의 틀 내에서 복잡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다. 한 예로 트럼프 정부가 취하고 있는 관세 등 각종 경제정책을 보면 이 같은 정책이 논의되는 공간은 미국 행정부와 의회 뿐만이 아니다. 다른 나라 정부도 참여하며 경제적, 이념적으로 걸려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쟁점을 중심으로 상호 대립, 경쟁하는 진영을 형성한다.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 즉 가격을 기준으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자동적으로 작동한다면 비시장 외부 환경에서는 이와는 달리 다양한 힘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각양각색의 보이는 손이 작동한다. 비시장 경영활동은 무슨 인사와 메시지를 나누면서 어느 보이는 손과 악수할지가 핵심이다. 어느 영역에서든 가장 강한 손은 주권을 가진 국가다. 지금의 국제정세 아래에서 현재 이 순간 우리 기업은 마치 버려진 자식과 같은 처지다. 올봄에는 국내 정치가 빨리 안정화돼 우리 정부가 나라 안팎에서 매서운 바람을 조금이라도 막아주는 손이 되길 기원한다.